달라진 인선 절차, '키맨' 누굴까 [KT CEO 후보군 분석]①황창규 회장 "관여 안해", 전면엔 '비서실장'…지배구조위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9-04-25 08:13:28
[편집자주]
황창규 KT 회장 임기 만료가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 KT는 아직까지 여유가 있는 상황이나 차기 회장 선임 절차 돌입을 서둘러 알렸다. 외압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차기 회장 선임 프로세스도 현직 인사 선출에 초점을 맞춰 전면 개정했다. 이를 토대로 보면 KT 차기 회장 후보군도 한 눈에 들어온다. 황 회장 뒤를 이을 인사는 과연 누가 있을까. 그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3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는 지난해 정관변경을 통해 과거와 전혀 다른 회장 선임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절차 변경의 핵심에는 현직 임직원 중에서 회장을 뽑기 위한 목적이 담겨 있다. 지배구조위원회 운영 규정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군을 내부 인사로 한정했다. 또 과거 CEO추천위로 몰려 있던 회장 선임의 힘을 지배구조위원회에 넘겨 이원화했다.달라진 KT의 회장 선임 절차는 최초 단계, 즉 후보군을 추리는 첫 단추를 지배구조위가 끼게 된다. 이후 최종 후보 결정까지 이끄는 회추위가 쥐고 간다. 다만 지배구조위 모든 구성원이 회추위에도 포함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사실상 지배구조위가 KT 회장 선임 절차에 '절대적 힘'을 가진 기구로 올라선 형국이다.
◇ 후임 회장 선임 절차 전면 '개정'…현직 인사 방점
KT는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을 거쳐 CEO추천위원회로 몰려 있던 회장 선임 절차를 보다 세분화하는 정관 변경을 단행했다. 과거에는 CEO추천위가 회장 후보군을 올리면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회장이 선정되는 절차를 거쳤다. 바뀐 정관에 따라 이는 4단계로 변모했다. 지배구조위→회추위(옛 CEO추천위)→이사회→주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회장 선임 절차를 이처럼 변경한 이면에는 황 회장 의중이 크게 담겨 있었다. 2014년 1월 부임해 연임한 황 회장은 후임자는 내부에서 찾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KT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번번이 친정부 인사가 회장 자리에 올랐다. 황 회장은 자신 대에서 이를 끊고 싶어한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의혹의 눈초리를 최근 보내기도 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KT 아현국사 화재원인 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황 회장을 향해 민주당 복수 의원은 "2기 체제를 만들기 위한 것일 수 있다"거나 "연임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질문을 내놓았다. 황 회장은 "이사회 선임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며 의혹을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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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 12일 후임 회장 선임 절차에 본격 착수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KT에 따르면 지배구조위는 회장후보자군 조사 과정에 돌입했다. KT 지배구조위 운영규정에 따르면 회장 후보는 본사 또는 계열사 재직 2년 이상, 직급 기준 부사장 이상인 자로 규정돼 있다.
회장 후보군 선정 전권을 쥔 지배구조위원회의 수장(위원장)은 김대유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1951년생으로 지난해 3월 KT 사외이사에 부임한 김 위원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인 2007년 8월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맡은 인사다. 제 18회 행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으며 2006년 8월부터 1년간 통계청 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황 회장과는 서울대 동문이기도 하다.
이외 지배구조위 위원으로 3명의 사외이사와 1명 사내이사가 자리잡고 있다. 김종구·장석권·이강철 사외이사, 김인회 사내이사(경영기획부문 사장) 등이다.
김종구·장석권 사외이사는 황 회장 부임과 동시에 KT로 와 이사회를 함께 이끌어온 인물들이다. 이들 모두 2014년 3월 사외이사 자리에 들어섰고, 황 회장이 연임했던 2017년 3월 주총을 통해 임기를 한 차례 연장했다. 황 회장 연임 당시에 CEO추천위 구성원이기도 했다. KT CEO추천위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다. 김 사외이사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거친 법조인, 장 사외이사는 정보통신정책학회장을 역임한 경제인이다.
지난해 3월 부임한 이강철 사외이사는 노무현 정권 당시 이름을 떨쳤던 정계인이다. 1947년생으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정계에 입문해 민주당, 새천년민주당 등을 거쳤다. 노무현 정권 시절이던 2005년 1월 대통령비서실에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맡았다. 김대유 위원장과 비슷한 정치노선을 걸었던 인물로 볼 수 있다.
◇ 황창규 연임 이끈 인사들 '눈길'…지배구조위 전원 회추위에도 포함
사내이사 중 유일하게 지배구조위 구성원으로 포함된 김인회 사장은 황 회장의 '두 번째' 비서실장이자 황 회장과 같은 '삼성' 출신으로 알려진 인사다. 1964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영학과, 카이스트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등지에서 근무하다가 2013년 말 KT에 입사했다.
KT가 내부 인사 선출에 초점을 둔 후임 회장 선임 절차 변경을 지난해 추진할 때 김 사장은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승진하며 경영기획부문을 맡게 됐고, 경영기획부문은 동시에 그룹경영단을 흡수하며 덩치를 불렸다. 떠날 시점이 1년여밖에 남지 않은 황 회장이 그만큼 김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김 사장은 회장 후보군에서 애초부터 빠지게 됐다. KT는 김 사장을 비롯해 이사회 간사인 박종욱 부사장은 선임절차 공정성을 위해 회장후보자군에서 자진 제외를 요청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들을 제외하면 KT 본사 총 13명, 계열사 총 10여명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상태로 분석된다.
지배구조위에서 후보군을 추린 뒤 최종 후보를 정하는 건 회추위의 몫이다. 다만 회추위에는 지배구조위 위원 전원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배구조위 위원 5명을 제외한 회추위 구성원은 유희열·성태윤·이계민·임일 사외이사다. 수적인 우위로 놓고 봐도 최초 후보군 선정 절차의 전권을 쥔 지배구조위가 KT 차기 회장 결정 과정에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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