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5G 세계 최초 두고 치열한 물밑 구상 SKT 요금제 반려 후 6만원대 구상…KT, 신고제 활용 첫 5G 타이틀 고심
김장환 기자공개 2019-03-21 08:21:53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0일 14: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텔레콤이 정부의 요금제 반려로 5G 통신사업 개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KT가 5G 첫 주자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1등 사업자인 탓에 정부로부터 요금제 인가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SKT와 달리 KT는 요금 신고제 대상 사업자여서 5G 통신비 책정에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SK텔레콤은 서둘러 중저가 요금제를 구상하고 있다. KT는 정부가 반려한 SK텔레콤의 요금제를 미리 확인한 만큼 이를 보완한 요금제를 서둘러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이 5G 서비스를 서둘러 준비한다면 미국 버라이즌보다 앞서 세계 첫 5G 서비스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5G 서비스를 두고 한차례 요금제가 반려된 뒤 6만원 대 초중반 요금제를 만들기 위해 내부 논의를 벌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일 SK텔레콤이 허가를 요청한 5G 요금제를 반려했다. '너무 비싸다'는 이유였다. SK텔레콤은 월 7만원에 기본제공 데이터 150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고, 이를 다 소진하면 낮은 속도의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최저요금제를 정부에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대다수 중·소량 데이터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은 7만원대 5G 요금제가 결코 비싼 금액은 아니라고 반발했다. 5G 전 세대인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는 2012년 출시 당시 6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월 3기가바이트(GB) 데이터 무료제공 조건이었다. 미국 시장에서 출시 예정인 5G 요금제는 이를 훨씬 웃돈다. 내달 11일 5G 통신 개시를 공표한 미국 버라이즌은 5G 요금제를 최저 95달러(약 11만원)대로 잡았다. SK텔레콤이 인허가를 신청한 7만원대 5G 요금제가 크게 높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규제 산업인 통신산업에서 SK텔레콤이 무작정 고집을 부리기는 어렵다. 중저가 이용자를 고려해 가격을 낮춘 5G 요금제를 포함해 인가를 재추진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새로운 요금제를 준비중이다.
이런 가운데 KT는 5G 요금제를 SK텔레콤보다 정부에 먼저 신고하고 사업을 개시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의 움직임과 경쟁사들의 5G 관련 사업 동향 수집 범위를 더욱 넓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KT는 SK텔레콤이 정부에 신청한 요금제가 허가되면 이에 맞춰 요금을 책정하려고 했다.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1등 사업자가 아니어서 신고제를 통해 통신비를 정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되는 사안이기는 하나 SK텔레콤 보다 통신비 책정 장벽이 낮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SK텔레콤의 5G 통신비 인허가가 늦어지면 통신비를 먼저 신고해 사업을 개시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 등과 다양한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KT가 움직이면 LG유플러스도 곧바로 이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고, SK텔레콤 역시 맞춰서 갈 것이기 때문에 선후 관계는 그리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KT가 서둘러 5G 사업을 시작하려는 구상의 배경엔 정부 차원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오는 11일 버라이즌이 5G 요금제를 첫 출시하게 되면 세계 최초 5G 상용화 통신시장은 미국이 된다. 바꿔 말하면 11일 이전에 국내 통신사가 5G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통신 시장을 연 국가가 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원하는 방향이다.
내달 5일경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도 한국이 5G 최초 시장이 되는 그림을 원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5G 모델을 내달에 출시할 예정인데 상징적 차원에서 한국 통신사와 한국 제조사가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며 "삼성전자도 이에 따라 정부와 많은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된 사안들은 늦어도 내주까지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국내 통신·제조사들은 이달 말 일정으로 5G 공동 시연회를 계획 중이다. 과기정통부가 주체하는 자리로 정부 인사를 초청하는 등 성대하게 자리가 꾸려질 예정이다. 정작 5G 사업 개시 없이 시연회만 개최한다면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 5G 요금제 인가가 서둘러 이뤄져야만 관련 행사 역시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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