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계]'절치부심' SM상선, 다각화 성공 여부 '물음표'유럽 등 노선 확대 방침, 투자력 의문…계열사 '자금대여' 골머리
이광호 기자공개 2019-04-25 07:50:00
[편집자주]
국적 해운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해운사들은 새 기준을 따르기 위한 방안을 올해 안에 결정해야 한다. 국제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비율 관리도 당면 과제로 부상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해운업이 겹악재를 맞은 상황이다. 더벨이 각 해운사의 ‘실적·재무’ 자료를 토대로 위기 대응 현황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4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중견 컨테이너 선사 SM상선은 2016년 파산한 국내 1위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을 흡수하면서 탄생했다. 당시 SM상선 모회사인 SM그룹은 한진해운의 알짜 노선 등 주요 자산을 저렴하게 인수했다. 태평양(북미항로) 영업권과 물류운영 시스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컨테이너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SM그룹 계열사인 우방건설산업과 합병해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했다.SM상선은 현재 21척의 컨테이너선으로 미주에 2개, 아시아 지역에 10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선박 21척 중 19척은 대한해운의 자회사인 대한상선과 케이엘씨에스엠(KLCSM)으로부터 빌려 쓰고 있다. SM상선 자체 선박은 2척뿐이다. 계열사 간 협력관계를 통해 선단을 운용하는 만큼 용선료 부담이 덜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진해운 자산 인수 당시부터 흘러나왔던 업계의 우려와 달리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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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상선은 무리하게 선단을 확장하지 않았다. 실적의 버팀목인 미주 노선을 집중 공략한 결과 지난해 매출액 685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3293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영업적자도 479억원으로 전년 588억원 대비 109억원 줄었다. 애초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양국 교역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북미 항로에서는 대규모 관세가 부과되기 전 수출 화물을 미리 보내려는 중국 화주들이 몰려들어 오히려 호황을 누렸다는 분석이다.
◇'미주서안' 노선에 의존…유럽·호주 등 노선 확대 계획
경쟁이 치열한 유럽 항로 대신 시장 상황에 맞춰 미주 서안 지역에 집중한 결과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운 운임이 연중 최대 성수기인 3분기를 맞으면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큰 이변이 없는 이상 미주와 아시아에서는 기존 화주들과의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숙제다. 한진해운의 컨테이너 운송 매출 중 30% 정도를 차지하던 유럽 노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유럽 노선 물량들은 한진해운과 동맹을 맺던 외국 선사 등으로 흩어진 상태다. 현재 SM상선은 미주 서안노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주로 가는 화물이 SM상선의 주요 매출처다.
SM상선의 선대는 8000TEU(1TEU=6m 컨테이너 1개)급 4척, 6500TEU급 8척, 5900TEU급 2척, 4000TEU급 3척, 1000TEU급 4척 등 총 21척이다. 이중 가장 많은 물량을 실어 나를 수 있는8000TEU 4척은 SM NEW YORK, SM NORFOLK, SM SAVANNAH, SM CHARLESTON으로 선박명에서도 알 수 있듯 미주 동안 투입목적으로 확보한 선박이다. 하지만 아직 미주 동안 노선 출항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아, 현재는 대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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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주 노선에 안주할 수만은 없는 상태다. 이에 SM상선은 수년 내에 미주 동안, 유럽, 지중해, 홍해, 호주 등으로 노선을 확장할 계획이다. 미주 동안의 경우 사업 초기에 선단을 꾸릴 당시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선박 신조 발주가 불필요하다. 반면 유럽은 글로벌 대형 선사들이 넘쳐나 운임도 낮은 편이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독자노선 구축시 최소 8척~12척 이상의 선박이 필요하다. SM상선 관계자는 "노선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며 "일단 미주 동안부터 노선을 확대한 뒤 유럽 노선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노선에 따라 필요한 선박은 시황에 따라 사선과 용선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은 위험 부담이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새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투자 여력에는 의문부호가 던져진다. SM상선의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억원에 불과하다. 대형 투자에 한계가 있는 구조다. 이처럼 현금이 부족한 가운데 부채비율은 220.3%로 전년 162.2% 대비 35.7% 늘어났다. 반면 자본은 줄고 총차입금은 2471억원으로 늘었다. 글로벌 선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선단 대형화가 절실하지만 그만한 체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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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자금대여' 꾸준히 증가…재무구조 위협 요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SM상선은 사실상 계열사 자금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SM상선 주요주주는 삼라마이다스(41.4%), 티케이케미칼(29.6%), 우방산업(29.1%)이다. SM상선은 지난해 삼라마이다스(307억원), 우방산업(200억원), 경남기업(335억원), 라도(121억원), SM생명과학(65억원), 성우종합건설(95억원)에 자금을 대여했다. 총 1229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같은 자금대여는 올해에도 계속됐다. 지난 2월14일 삼라마이다스 70억원, 3월20일과 22일 경남기업 178억원 등 대부분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한 거래다.
이 같은 자금 대여와 함께 계열사 자금 차입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SM상선은 지난해 총 9차례에 걸쳐 삼라농원에 자금을 대줬다. 차입금 총액은 62억원이다. 이 역시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이뤄진 거래로 거의 매달 자금을 지원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에 두 차례, 3월과 4월에 각각 한 차례씩 총 13억원을 지원했다. 현재 SM상선은 삼라농원의 지분 24%를 보유하고 있다. 삼라농원은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장녀인 우연아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다. 삼라농원은 2017년 매출 1억6092만원을 기록했지만 순손실 1억9276억원을 냈다.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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