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왜 서둘렀나 [동원그룹 세대교체]②'급성장' 동원증권 분리 사전작업…동원산업 대비 영업익 10배·자기자본 8배
이충희 기자공개 2019-04-29 15:35:00
[편집자주]
약 20여 년 전인 2001년 선제적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그룹이 있다. 2003년엔 계열분리를 통해 경영권 승계도 마무리했다. '참치왕국' 동원그룹 이야기다. 1969년 회사 설립 이후 동원그룹 성장 신화를 써 온 김재철 회장은 계열분리 16년 뒤 창립 50주년을 맞아 퇴진했다. 경영권 분쟁이나 후계구도를 둘러싼 잡음은 없었다. 2000년대 초반 지주사 전환과 계열분리를 마무리 한 덕분이다.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변곡점과 남은 과제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25일 09: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원은 그룹사 출범 5년만인 2001년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해 지배구조 개편 서막을 알렸다. 한국에 지주사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다. 재계 1위 삼성도 당시 구조조정본부를 그룹 컨트롤타워로 두고 수많은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는 지배구조였다. 동원그룹이 일찌감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것은 급성장하던 동원증권을 분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당시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한 식품부문과 비교해 동원증권 등 금융부문 덩치가 훨씬 커진 상황이었다. 식품부문의 총 자기자본은 약 1500억원에 불과했지만 금융계열사 자기자본 규모는 1조원에 달해 8배 수준이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실적도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IMF 직후부터 동원증권의 실적이 급성장세를 보였다. 1999년 동원증권의 영업수익(매출)은 8973억원, 경상이익은 무려 3237억원이었다. 같은 시기 동원산업은 매출액 7019억원, 경상이익 306억원으로 이익이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회사의 모태였던 동원산업보다 20여년 전 인수했던 증권사 규모가 훨씬 커지면서 동원증권을 분리시킬 필요성이 커지고 있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동원그룹 관게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식품과 금융이라는 이질적 업종을 별도로 분사시키려 했던 것"이라며 "증권을 포함한 계열사의 독립적 경영을 보장해 각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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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동원그룹은 지주사 전환 이듬해부터 계열 분리에 속도를 냈다. 2002년 동원산업을 동원엔터프라이즈에 편입시켜 식품부문을 한데 모았다. 2003년엔 동원산업을 기업분할하고 동원금융지주를 설립하는 등 본격적인 계열 분리를 이뤄냈다
분리된 두개 지주사들은 성장 가속 페달을 밟아 당시의 계열 분리가 옳은 선택이었음을 증명했다. 특히 동원금융지주의 성장세는 더 빨라졌다. 2005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한 동원금융지주는 두 증권사를 합병시키고 사명도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이후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을 추가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등 작년 말 기준 총 자기자본이 4조9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아울러 1990년대 말 지주회사제 도입과 함께 시행된 금산분리법도 동원그룹의 지주사 설립, 계열분리를 가속화시킨 배경으로 꼽힌다. 당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상호 간 지분 소유가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동원증권을 최대한 빨리 떼어낼 필요성도 커졌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잡음 없는 지분 승계로 이어지게 한 발판도 마련했다. 그룹의 2명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김남정 부회장)와 동원금융지주(김남구 부회장) 설립 당시부터 각 계열을 맡아 지금까지 최대주주 지위를 놓지 않고 있다.
금융권의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김재철 동원 회장은 20년 전인 1990년대 후반 지주사 설립을 계기로 장·차남 지분 승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던 것"이라며 "대부분 재벌 그룹들이 2세 승계 때 집안 싸움을 하는 것과 차별화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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