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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사활 LG화학·SK이노, 신경전 과열 미국서 소송제기…컨콜서 저가수주 공방도

최은진 기자공개 2019-04-30 18:10:21

이 기사는 2019년 04월 30일 10: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차전지 사업에 사활을 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날 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진행됐던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의 저가수주 논란이 화두가 되며 공방을 벌인데 이어 이번에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까지 붙었다.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전지사업 인력 70여명을 영입해 핵심기술을 유출했다는 주장으로, 벌써 두번째 소송전이다. LG화학은 이례적으로 증거자료까지 공개하며 강수를 뒀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점에서 국내사끼리 싸우는 모양새가 아쉽다는 입장이다.

◇"핵심기술 인력영입으로 유출" vs "정당한 채용절차일 뿐"

LG화학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ITC에는 SK이노베이션의 셀·팩·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델라웨어 지방법원은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 Battery America)이 위치한 곳으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을 다량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2년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생산·품질관리·구매·영업 등 전 분야에 걸쳐 총 76명의 인력을 영입한 것으로 LG화학은 추산하고 있다. 특히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대거 영입하며 기술 및 정보유출 의구심이 증폭됐다.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서류를 보면 LG화학에서 근무한 부서는 물론 수행했던 주요 과제 등을 상세하게 기술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LG화학의 핵심 기술과 정보가 유출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한 입사지원서류에는 LG화학 내 특정 프로젝트 리더와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 전원의 실명도 기술토록 했다. LG화학은 이들 인력들이 입사지원하는 과정에서 선행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등이 담긴 문서를 개인당 약 400~1900여건 가량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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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LG화학이 공개한 SK이노베이션 입사지원서류, LG화학서 수행한 업무내용을 상세히 기술토록 했다는 주장이다.
출처 ; LG화학

이번 법적대응은 지난 2017년 10월과 최근 두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을 보내 LG화학의 핵심인력 채용 중단을 경고한 것에 대한 후속절차다. LG화학은 지난 2017년에도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올해 1월 2년간 전직을 금지한다는 승소를 이끌어 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인력을 영입하면서 선두업체 수준의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한 배경이 됐다고도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법적대응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인력 채용은 정당한 절차에 따랐고 인력에 대한 검증과 평판조회 차원에서 상세 업무 내역 등을 받은 것 뿐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중국기업들이 2차전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며 국내사를 맹추격하는 시점에서 후발주자에 대한 견제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승기잡기 경쟁전 심화…수주금액 약 두배 격차 추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7년부터 불편한 관계가 시작됐다. SK이노베이션이 후발주자로 2차전지 사업에 발을 디디면서 선두주자인 LG화학 인력을 대거 영입했다. LG화학은 공식적으로 항의를 했음에도 SK이노베이션의 인력영입을 통한 기술력 확보 전략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저가(低價)' 마케팅에 나서며 수주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됐다. 최근 진행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애널리스트들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저가수주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질문했다. LG화학은 일부 경쟁사가 저가 수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점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제품의 성능과 제품 구현 유연성, 그리고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저가 마케팅을 이길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컨콜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LG화학이 특정 업체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SK이노베이션을 지칭했다고 봤다. SK이노베이션에 대한 LG화학의 첫 공식적인 입장 발표에 많은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저가수주 자체에 대해 부정했다. 수주전략을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에 두고 있는만큼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저가수주에 대한 외부 평가가 불쾌하다고도 표시하며, 경영실적으로 경쟁력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서는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2차전지 산업에서 시장선점을 위한 승기잡기 눈치싸움이 가열 양상으로 치달으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앙숙관계에 놓였다고 보고 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불편할 수 밖에 없고,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LG화학의 경쟁력을 빠르게 따라잡아야 하는 목표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수주잔고가 점점 축소되면서 이러한 신경전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LG화학의 2차전지 수주잔고는 약 110조원 규모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에는 430GWH로 수량만 공개하고 있지만, 업계서는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5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약 두배 가량의 격차를 벌이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이 후발주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격차를 좁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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