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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사업 강화하는 SK…부진사업 정리하는 한화 [아시아나항공 M&A]최근 투자 행보 묘한 대비, 명확한 시그널 아직…롯데카드·면세점 발 뺀 한화그룹에 시선

최은진 기자공개 2019-05-02 14:15:33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1일 09: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력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 SK그룹과 한화그룹이 최근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중국 석유화학 시장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는 등 기존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컨퍼런스 콜 등을 통해서도 배터리·바이오·에너지 사업에 전념하겠다고도 밝혔다. 반면 한화그룹의 경우엔 상당한 의지를 보였던 롯데카드 인수전에 발을 뺀 데 이어 돈 안되는 면세점 사업도 전격 철수했다. 이들 두 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잠재 인수후보군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SK그룹보다 한화그룹 쪽에 무게 중심이 쏠리는 모양새로 해석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EY한영·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한 가운데 최근 킥오프 미팅을 가지며 매각 준비가 본격 개시됐다. 투자금융(IB)업계서는약 3개월 가량의 실사를 거쳐 7월께 인수의향서(LOI)를 받는 일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물론 채권단인 KDB산업은행 측은 매각과 관련된 잡음을 최소화 하는 차원에서 일정을 빠르게 진행하는 분위기다.

시장은 여전히 유력 인수후보군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곳은 SK그룹과 한화그룹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인수자 조건으로 자금력과 시너지를 내걸면서 다른 후보군에 비해 이들 두 그룹에 상당한 무게가 실렸다. SK그룹과 한화그룹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데다 수십조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SK그룹은 정유사업과 반도체, 한화그룹은 항공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 시너지도 충분할 것으로 기대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개시가 고작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식적인 입장이 여전히 '검토하지 않는다'라고 할지라도 사업이나 투자 측면에서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SK그룹과 한화그룹의 행보는 사뭇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SK그룹은 기존사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반해 한화그룹은 일부 사업을 구조조정하고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중장기 비전과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을 기관투자가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 등 주력 자회사 체제를 확고히 하는 것은 물론 제약·CMO(의약품 위탁생산)·소재·신에너지를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존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4가지 분야의 신성장 사업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당시는 SK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급부상 하던 상황으로, 이를 불식시키는 차원의 설명회 자리로 시장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SK그룹이 잇따라 발표한 일련의 투자건도 이러한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SK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들과 펀드를 조성해 약 10억달러, 우리 돈으로 1조1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베트남 빈그룹 지분을 매입하는 데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SK종합화학의 자회사인 중한석화를 통해 인수가액만 2조원에 달하는 석유화학사 우한분공사를 인수하기 위해 약 2000억원의 출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룹의 투자를 담당하는 SK㈜ 내부를 들여다보더라도 최근 투자 스탠스는 글로벌과 벤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 초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근무하던 증권사 IB나 밴처캐피탈(VC) 인력과 외교관 출신 인물을 임원으로 영입한 것은 글로벌 투자와 벤처기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수조원의 부채를 짊어져야 하는 항공사 인수보다는 기존사업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이 될 사업 발굴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직후 SK그룹 고위임원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매물의 매력도 측면에서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다"는 코멘크를 한 것 역시 현재 SK그룹의 투자전략 차원과 다소 괴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화그룹은 SK그룹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대비하는 듯한 뉘앙스를 암시하고 있다. 우선 약 1년여간 검토하며 유력 인수자로 거론됐던 롯데카드 딜(Deal)에서 중도포기했다. 면세점과 갤러리아백화점 사업 등의 시너지를 높이는 차원에서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했지만 지난달부터 인수 검토를 중단하며 실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한화그룹의 고위관계자는 "개시된 딜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롯데백화점을 뺀 롯데카드의 매력도는 높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한화그룹은 면세점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고 영업 중단을 발표했다. 철수 배경에 대해서는 백화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 채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경영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신성장동력 채비'라는 말에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투자처를 위한 대비차원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돈 안되는 사업이나 투자에서 발을 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SK그룹과 한화그룹의 최근의 행보에 IB업계와 재계에서는 유력 인수후보자가 SK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무게가 기울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군으로 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한화그룹은 최근 일련의 행보를 볼 때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라며 "SK그룹과 한화그룹이라는 유력 후보군 중 최근에는 한화그룹 쪽에 무게중심이 이동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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