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진흙탕' 싸움되나 롯데·신라·신세계 3강 구도…현대백화점·두타·SM·동화, 셈법 '복잡'
김선호 기자공개 2019-05-16 08:31:00
이 기사는 2019년 05월 15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서울 지역 시내면세점 추가를 결정함에 따라 면세점 업계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면세시장 진입장벽이 사실상 허물어져 출혈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업체 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지난 14일 기획재정부는 전국 단위 총 6개 시내면세점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지역에만 3개 시내면세점 특허가 신규 발급될 계획이다. 2014년까지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2015년 3개, 2016년 4개가 추가된 데 이어 이번 정부 결정에 의해 16개로 증폭된 형국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번 대기업면세점 신규 특허에 이어 중소·중견면세점 특허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수의 면세점 관계자는 "올해 초 경제정책 방향대로 면세점 특허가 추가될 것으로 보였으나 이렇게까지 늘어날 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사업자 난립으로 인해 시장이 혼탁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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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업체는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이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본점, 코엑스점, 월드타워점)은 서울 지역 면세시장의 41%, 호텔신라 신라면세점(서울점)이 22%, 신세계디에프(명동점, 강남점) 16%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빅3가 서울 지역 면세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면세점 매출 증가에 따라 이들의 점유율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용산에 단일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호텔신라가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빅3 조차 시내면세점 추가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점포를 확대할 시 신규투자와 마케팅 비용 부담으로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면세점이 여행사와 가이드에 지불하는 송객수수료가 2017년 1조957억원에서 작년 1조2767억원으로 증가하며 매년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면세점 점포가 추가될 시 송객수수료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서울에 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면세점, 두산 두타면세점, 하나투어 SM면세점, 동화면세점은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시내면세점 증가에 따른 출혈경쟁 부담이 빅3보다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출혈경쟁에 못 이겨 면세사업 전면 철수라는 극단적 결정을 내린 배경도 영업을 지속할수록 누적적자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외에 탑시티면세점이 신촌역사에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나 명도소송이 장기화됨에 따라 관세청이 물품 '반입 정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사실상 영업이 정지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시내면세점의 운영부담이 더 커져 면세점 특허를 반납하는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특허를 추가해 시장 진입장벽을 완화,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이나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이를 고려했을 때 시내면세점 특허가 추가된다고 해도 빅3 중심의 시장 과점 현상만 두드러질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출혈경쟁에서 손실을 감내하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곳이 현 상황에선 빅3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면세점 입점 브랜드 관계자는 "점포가 늘어난다 해도 '잘 되는 곳'만 잘 되기 때문에 신규 매장에 입점할 의향이 거의 없다"며 "점포 증가로 매출이 상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곳의 점포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내면세점 특허를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면세점은 점유율이 증가할수록 납품단가를 조정해 마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 획득에 실패하게 될 시 점유율을 타 사업자에게 넘기게 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게 국내 면세산업의 구조라는 지적이다.
빅3 외의 면세사업자가 모기업의 지원 사격에 힘 입어 매장을 추가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출혈경쟁을 감안해야 되는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는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타, SM,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이 적자에도 불구 모기업이나 자사 소유 건물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특히 호텔신라의 경우 HDC와 HDC신라면세점 합작법인을 구성해 용산 아이파크몰 임대료 부담을 덜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세점 업계 전문가는 "각 업체가 출혈을 감내하고 다점포 전략으로 매출을 끌어올릴 지와 현재 보유한 매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효율화를 택할 지 극단의 선택 기로에 서 있다"며 "대기업 면세점 특허가 나온 만큼 유룡공룡 간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각 면세사업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특허경쟁에 출사표를 던질 지는 정해진 바가 없으며 검토 중인 사항이라고 공통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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