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 엑시트 그후]현대백화점-에버다임, 4년째 '어색한 동거'PMI 없이 기존 경영진 그대로…시너지도 미미
노아름 기자공개 2019-05-21 08:01:45
[편집자주]
사모펀드의 목표는 기업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자본이득을 얻는 것이지만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도록 좋은 주인을 찾아주는 일도 중요하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매각한 기업들은 새 주인을 만나 뿌리를 잘 내리며 온전히 커가고 있을까. 주인이 바뀐 기업들의 실적, 재무구조, 경영 전략의 변화 등을 다각도로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0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중장비 제조기업 에버다임은 현대백화점그룹 내 새로운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국내 굴지의 유통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한 에버다임은 자체적인 사업 확대 뿐만 아니라 볼트온 전략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또한 모색하고 있지만 실적 성장세가 더딘 탓에 현대백화점그룹의 PMI(인수 후 통합) 작업에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에버다임은 1994년 설립된 건설·채광용 중장비 제조 기업이다. 타워크레인(TC) 및 발전기를 비롯해 콘크리트 펌프트럭(CPT), 락드릴(RD) 등을 생산한다. 현대백화점그룹 내 소모성자재(MRO) 사업 유관기업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시선도 있으나, 피인수 4년 차를 맞이한 현재 건설경기 불황 등 대외변수로 빛을 보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건설기자재 사업 '꾸준한 관심'
현대백화점그룹은 2015년 10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신한프라이빗에쿼티(이하 신한PE)로부터 에버다임 지분 45.17%를 940억원에 매입했다. 인수 주체는 현대그린푸드다. 시장에서는 백화점 및 홈쇼핑 등에 주력해왔던 현대백화점그룹이 건설용 기계장비 제조사에 투자한 배경에 관심을 표했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사업 영역이 중첩되는 부분이 크지 않아보인다는 해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PE 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은 현금을 활용하기 위해 최근 수년 간 매물을 꾸준히 검토해왔다"며 "현대백화점그룹이 신중을 기해 고른 투자처가 에버다임이라는 점이 업계에서 회자됐는데 회사측의 인수 복안을 궁금해하는 시선이 상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현대백화점 측은 그룹 내 관계사 현대H&S와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에버다임 인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현대H&S는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기업으로 건설기자재 전문 생산·판매 법인이다. 2017년 현대리바트에 흡수합병된 이후 현재는 현대리바트 내에서 △강관비계·목재·내부마감재 등 건설자재 공급 △포장·공장·선박자재 유통 △유니폼 생산 등의 사업을 지속 중이다.
현대H&S의 사업 부문에서 알 수 있듯 현대백화점그룹은 에버다임 투자 이전 건설기자재 유관업에 이미 발 들였다. 다만 해당 분야서 본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선 인수·합병(M&A) 등의 결단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백화점그룹 인수 당시 연결기준 연매출 3161억원을 내던 에버다임은 CPT, RD 등 주요 사업분야서 업계 1~2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리딩 컴퍼니다.
에버다임 성장에는 신한PE의 밸류업 노력과도 무관치 않다. 2010년 신한PE는 에버다임에 400억원을 투자한 뒤, 앞서 지분 100%를 보유하던 포트폴리오 기업 한국타워크레인을 2013년 에버다임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로 인해 원가절감, 경쟁력 강화 등의 효과를 본 에버다임은 현대백화점그룹으로 주주 손바뀜이 있기까지 5년(2010~2014년)간 연결기준 평균 매출증가율 16.3%, 영업이익증가율 12.2%를 각각 기록했다. 신한PE는 내부수익률(IRR) 16%를 웃도는 성과를 달성해 에버다임 엑시트에 성공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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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티브 마켓 매출 기여도 '미미'…그룹 시너지 효과도 거의 없어
신한PE 품에서 떠난 에버다임은 최근 국내외 건설경기가 얼어붙어 실적 부침을 겪고 있는 상태다. 현대백화점그룹 투자 이후 최근 4년(2015~2018년)간 에버다임은 연결기준 평균 매출증가율은 마이너스(-) 1.6%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0.8% 뒷걸음질쳤다. 국내·외에 8곳의 종속회사를 두고 있는 에버다임은 △유압기계(건설기계·드릴) △차량 △중장비 등 크게 세 축을 사업 기반으로 확보해 실적개선을 도모해왔다.
특징적인 부분은 에버다임이 캡티브 마켓서 거둬들이는 연매출이 한 자릿수를 밑돈다는 점이다. 에버다임이 캡티브 마켓서 거둬들이는 연매출은 많게는 0.8%(2016년)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버다임의 특수관계자가 현대백화점 기업집단 계열회사로 한정될 뿐더러 고객사는 국내를 비롯해 중동,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90여개 국가에 넓게 퍼져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시너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셈이다.
에버다임의 특수관계자는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현대리바트 등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한정된다. 대형쇼핑몰 및 홈쇼핑 등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덕택에 중장비 제조회사 에버다임과의 매출 거래가 지난해 2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범 현대가 현대자동차 등과의 매출·매입 거래가 활발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으나 어디까지 추측일 뿐 감사보고서상에서 확인된 바는 없다.
에버다임은 현대백화점그룹으로의 피인수 이후에도 주요 경영진에 큰 변화가 없었다. 1994년 에버다임을 설립한 전병찬 대표가 현재도 에버다임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20여년 안팎 에버다임에서 한솥밥을 먹는 임원들이 다수 존재한다.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정평기 부사장, 유압기계사업 총괄 임종혁 전무, 차량사업 총괄 유승종 전무, 건기사업 총괄 임명진 전무 등이 회사의 대주주가 현대그린푸드로 바뀐 뒤에도 여전히 에버다임 주요 임원진 명부에 이름 올리고 있다.
M&A후 PMI 작업의 일환으로 대표이사를 비롯해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요직에 이른바 '점령군' 인사가 포진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이례적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사업부문별 총괄 임원은 그대로 남겨둔 채 윤인수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장과 유재기 현대그린푸드 재경팀장에 각각 에버다임 사내이사, 경영지원 등의 역할을 맡긴 상태다. 이외에 범 현대가에서 인적 인프라를 활용해 온 모습도 눈에 띈다. 현대자동차 베이징현대 총경리를 역임했던 백효흠 감사는 에버다임 상근 등기임원으로서 약 3년간 감사 업무를 봐 오다가 지난 3월 에버다임 감사 임기가 만료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중장비제조 유관사업 경험이 많지 않아 기존 경영진 교체 모험을 택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대우중공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전병찬 에버다임 대표는 친정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암반을 자르거나 건물을 해체할 때 사용하는 건설장비 기계 유압브레이커 등을 개발해 에버다임 사세 확장의 초석을 닦은 바 있다. 전 대표를 보좌하고 있는 임 전무와 유 전무 역시 대우중공업 출신 인사라는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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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간 계열분리 포석?…건설공사 수직계열화 완성 '마중물' 해석도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에버다임 인수가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간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현대리바트 인수(2011년), 현대홈쇼핑의 한섬 인수(2012년), 현대홈쇼핑의 한화L&C 인수(2018년, 현 현대L&C) 등 동생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라있거나 대표이사를 역임해 온 회사가 인수 주체로 나선 M&A가 다수 존재했던 점이 특징적이다.
형인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 최대주주(17.09%)에 올라있는 것과는 달리 동생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최대주주(23%)로서 현대홈쇼핑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정 회장이 주력업종인 백화점업을 총괄하고 정 부회장이 생활·리빙 사업을 전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았다. 경영분담의 큰 그림만 그려져있을 뿐 아직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너 형제 간 계열 분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일례로 현재 현대홈쇼핑의 최대주주는 현대그린푸드(25%)지만 현대백화점 역시 현대홈쇼핑 지분 15.8%를 들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더해 아버지 정몽근 명예회장의 현대백화점 보유지분(2.63%) 향방도 시장의 관심사다. 장기적으로 형 정 회장이 현대백화점을 주축으로 계열 분리에 나서고, 동생 정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를 주요 축으로 삼아 독립을 시도한다면 이에 앞서 알짜 회사를 편입해 미리 포트폴리오를 다져놓는 작업이 선행돼야한다. 잇단 M&A가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이외에 시장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최근 행보를 감안해 에버다임 인수를 전략적 판단의 일환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에버다임 인수를 건설공사 분야 수직계열화 완성을 위한 마중물로 이해하는 편이 적합하다는 해석이다. 무위에 그치긴 했으나 그룹사는 전진중공업 인수를 시도했고, 현대L&C의 경우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대L&C는 창호와 바닥재, 필름 및 시트 등 실내 인테리어 분야 각 분야 시장점유율 1~3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거시적 시각으로 바라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M&A를 통해 건설 분야 소모성 자재 사업의 퍼즐을 하나 둘 맞춰가는 단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재무 개선 팔 걷어붙인 현대백그룹…에버다임 부채 감소 '눈길'
한편 재무안정화에 역량을 쏟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보수적 경영기조는 에버다임에도 고스란히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전인 2014년 부채비율이 100%에 육박했던 에버다임은 지난해 연말기준 부채비율을 32.9%로 낮춘 상태다. 장기차입금 상환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연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 역시 과거에 비해 5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때문에 연간 비용하는 이자 등 지출이 줄어 들어 금융비용 부담 또한 감소한 모습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울타리에 편입되기 이전까지만해도 연간 20억원 상당의 금융비용을 썼던 에버다임은 지난해 기준 연 4억원 정도로 낮췄다. 부채총계가 줄어 자산총계는 현대백화점그룹 피인수 이전보다 14.3% 감소했지만 최근 수년간 재무구조 건실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S 등과의 시너지 모색 차원에서 에버다임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보이며 이후 현재까지 재무지표 안정화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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