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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LG 인식조사]'유교가풍·장자승계' LG엔 힘이 됐나(4)전문직 종사자들 의견 '팽팽'…긍정 56% vs 부정 43%

윤필호 기자공개 2019-05-30 08:13:44

[편집자주]

LG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는 4위권이지만 통상 두번째로 호명된다. '인화정신'이나 깨끗한 오너십은 호평을 받는 반면 만년 2등이란 이미지도 뿌리깊다. 더벨은 LG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 조사를 통해 LG 이미지의 실체를 분석해봤다. 설문은 리얼미터에 의뢰한 일반인 전화 조사와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 대면 조사를 병행해 진행했다. 일반인 조사는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다. 전문직 종사자 조사는 서울 지역 30~50대 대기업·금융사·로펌·회계법인 등 임직원 343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5.3% 수준이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3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은 유교 가풍으로 경영을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룹 승계에서도 '장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이 꾸준히 지켜졌다.

LG의 유교적 가풍은 오랜 기간 핵심 철학으로 작용했다. 유교적 가풍은 장자 승계와 경영 전반에도 녹아들어 있다. 남자들로 구성된 가족회의를 통해 그룹의 대소사를 결정한다. 경영 참여는 아들에만 국한됐고, 딸과 며느리에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남녀 차별이 금기시되는 21세기에 과거의 구습과 같은 유교 전통은 LG그룹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조직을 안정화하고 경영권 갈등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선 장점도 있다. 반면 구시대적인 관습으로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설문에서 나타난 경제계 전문직 종사자의 대답은 그래도 효과가 있다는 쪽으로 쏠렸지만 유교가풍에 대한 인식은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장자승계의 경영적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유교가풍의효과

더벨이 진행한 LG 인식조사에 따르면 'LG의 유교가풍이 그룹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전문직 종사자 응답자 중 56%가 긍정적이라고 답을 했다. 부정적이란 응답은 43.7%였다. 여타 LG에 대한 설문 조사에선 대다수 응답이 긍정 일색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교 가풍에 대한 의견은 우호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팽팽하게 맞선 결과를 도출했다.

LG그룹에 우호적인 사람들의 유교가풍에 대한 입장은 찬반이 비슷했지만 그룹에 안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확실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모습이 감지됐다. 그룹 이미지가 긍정적이라고 판단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긴 57.3%는 유교가풍이 경영에 효과가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반면 그룹 이미지에 부정적인 사람들 중에 83.3%는 유교가풍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직급별로는 연차가 높아질수록 유교가풍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인 비율이 높아졌다. 20년 이상의 임원급 설문자 가운데 유교가풍의 경영적 효과가 있다는 의견은 66.7%를 차지했다. 10년 이상~20년 미만의 부장급에서 긍정 의견은 59%로 낮아지고 10년 미만의 과·차장급에서는 오히려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51%로 더 많았다.

장자승계효과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LG의 장자승계가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질문에 효과가 없다(51%)는 의견이 더 많았다. 업종별로 법조와 컨설턴트 업계 종사자들의 각각 70%와 71.4%가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냈다. 반대로 제조업계 종사자들은 62.5%가 효과가 있다고 답하며 장자승계 원칙에 손을 들어줬다.

직급별로 살펴보면 앞서 유교가풍과 마찬가지로 연차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20년 이상 임원급은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 57.6%로 효과가 없다는 의견보다 더 높았다. 10년 이상~20년 미만의 부장급에서는 긍정 51.6%, 부정 48.4%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10년 미만의 과장급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부정적 입장이 56.9%로 더 높았다.

LG에 대한 우호적·비우호적 설문자들의 장자승계에 대한 입장도 앞서 유교가풍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우호적인 설문자들은 장자승계가 경영에 효과가 있다는 입장과 없다는 입장이 49.7%대 50%를 기록했다. ‘모름·무응답'이 0.3%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씩 갈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LG에 부정적인 설문자들은 83.3%가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구광모 회장이 경영을 승계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5%로 압도적인 반면 장자 승계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렸다. 그룹 장자 승계에 대해선 사회적 논란이 내재돼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유교가풍과 장자승계는 오랜 기간 LG에 안정감을 구축했다. LG는 지금은 GS로 분리된 허씨 집안과 동업을 통해 세워진 곳이다. 그룹이 성장하며 수 많은 자손들이 나왔고 복잡한 가계도를 그리고 있다. 동업을 한 두 가문은 결국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했다.

LG와 GS로 계열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두 집안은 별다른 갈등을 보이지 않았다. 재계에선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칭송을 했다. LG와 GS 모두 4세에 이르면서까지 아무런 잡음 없이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다. 이처럼 잡음이 없는 배경엔 유교가풍과 장자 승계의 원칙이 한몫했다. 만약 LG가 이같은 원칙을 세우고 유지하지 않았다면 차남이나 딸들의 반란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여타 재벌가에서 자주 보는 'OO의 난'이 LG 가문엔 없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한 것은 유교가풍과 장자 승계란 원칙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전통이 21세기에도 맞느냐에 대해선 여전한 의문이 있다. 딸이나 며느리에겐 경영 참여의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 점이나 가족 회의를 통해 그룹 대소사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 문제에 의문점이 제기되는 일이다.

실제로 구광모 회장이 경영을 승계하는 과정을 되돌아 보면 딸들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고 구본무 회장의 장녀 구연경 씨(1978년생)는 2006년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과 혼인했다. 차녀 구연수 씨(1996년생)는 구 회장이 51세에 얻은 늦둥이 딸이다. 늦둥이로 본 자녀도 아들이 아니자 구본무 회장은 장자 승계란 전통을 지키기 위해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입적시켰고 구광모 회장이 경영을 이어 받았다.

전문가들은 LG의 전통이 지금까지 안정을 가져다 줬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경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대기업들도 전문경영인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LG의 장자승계 시스템이 안정성을 가져왔지만 앞으로는 승계작업에도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혁신을 높이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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