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號 1기 출범…부회장 유임 사정 '각양각색' 구본준 측근 인사들도 '잔류'…내년 사업적 '대격변기' 염두 해석
김장환 기자공개 2018-11-29 08:28:16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8일 1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그룹의 이번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 변화'다. 교체가 유력시됐던 부회장까지 유임시키면서도 '아랫단' 임원진은 대폭 변화를 줬다. 구광모 회장이 그룹 경영권 전면에 나선지 반년 밖에 되지 않아 쇄신이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업적 측면에서 해석할 만한 여지가 많아 보인다.LG그룹 지주사 ㈜LG와 주요 계열사들은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권영수 ㈜LG 부회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 5명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다만 이들 중 임기 만료가 다가온 건 차 부회장 뿐이었기 때문에 LG생활건강 이사회만 이에 대한 연임 안건을 상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
이들 부회장단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 건 당분간 안정적으로 회사를 끌고 나가겠다는 구 회장의 판단이 담긴 결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회장들이 이끌고 있는 각 회사들이 당장 내년부터 '격변기'를 맞이할 것이란 점에서 갑작스럽게 수장을 교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내년 1월 열리는 CES2019에서 폴더블폰 공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삼성 개발자 회의(SDC)2018에서 국내 업체 중 최초로 폴더블폰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상황이다. LG전자는 내년 CES를 그 기회로 삼을 생각으로 보인다.
폴더블폰은 스마트폰의 미래 폼팩터를 혁신할 제품으로 평가돼 다방면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활로가 돼 줄 수도 있다. 스마트폰 시장 대응이 늦어져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던 LG전자로서는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조 부회장이 그동안 회사를 잘 이끌어온 공도 있지만 폴더블폰 등 주요 사업 진행을 앞두고 그를 교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라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최고경영진 교체가 쉽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대형 OLED에 집중했던 LG디스플레이는 이제 중소형 OLED까지 아우르는 라인업을 구상하고 있다. 중소형 OLED 액정 패널 경우 최근부터 애플에 납품을 시작했고, 또 내년부터 그 물량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 부회장의 경우 2012년부터 LG디스플레이 수장을 맡아 6년 가까운 기간 동안 회사를 이끌어온 인사다. LG디스플레이 최대 고객인 애플과 비지니스를 직접 이끌며 LG디스플레이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애플은 업계에서 상당히 '까다로운' 고객으로 유명하다. 최대 매출처인 애플에 내년부터 본격적인 OLED 공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과 오랜 기간 합을 맞춰온 한 부회장을 교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란 평이다.
LG그룹 안팎에서 한때 교체가 유력하게 거론됐던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유임시킨 것도 사업적 측면에서 해석되는 부분이 많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해 국내 통신사들은 차세대 사업인 5G 주파수를 내달 1일 쏘아올릴 예정이다. 5G는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 미래 먹거리 사업분야의 중추 역할을 할 분야다. 통신사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3등 통신사'인 LG유플러스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5G 사업에 사활을 걸고 덩치 키우기에 본격 돌입할 생각이다. CJ헬로비전의 인수 추진도 이를 위한 기반 다지기 목적이 강하다. CJ헬로비전 인수를 완료하면 케이블과 함께 인터넷 통신 가입자 수도 크게 늘릴 수 있을 전망이다. 케이블과 인터넷, 무선통신 결합상품 활용이 많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로운 사업에 도전이 필요한 상황을 앞두고 수장 교체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임원 중 가장 나이가 많고 14년이란 최장 기간 동안 CEO를 맡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까지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부회장단 중 유일하게 교체된 인물은 박진수 LG화학 대표이사뿐이다. 박 부회장 자리는 내년 3월 주총을 거쳐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이 대체할 예정이다.
LG그룹은 향후 부회장 인사를 정기가 아닌 수시 인사를 활용해 단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부회장 교체는 크게 단행하지 않았지만 사장 이하 임원들 인사는 대폭적으로 실시했다. '신상필벌'이 확연히 엿보이는 인사였다는 평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