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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전례 없는 순발행…폭발적 수요가 견인 [Market Watch]규모 10조, 5개월만에 작년 연간치 돌파…기업, 불황 대비 곳간 비축

이경주 기자공개 2019-06-07 08:32:50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4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회사채 발행사들이 올 들어 전례 없는 순발행 기조를 보이고 있다. 올 5월까지 순발행 규모가 10조원에 달해 전년 연간치를 훌쩍 뛰어 넘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필요 이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기관수요가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회사채로 쏠리고 있는 것도 발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더벨 플러스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회사채 순발행액은 10조2545억원으로 집계됐다. 총 발행금액이 32조8666억원으로 만기금액 22조6120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회사채 순발행액은 총 발행금액에서 만기금액을 뺀 수치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선 순발행액이 플러스일 때 '활황'이라고 표현한다. 발행사가 차환에 필요한 자금보다 더 많은 돈을 조달했다는 뜻이다.

회사채 순발행액
회사채 순발행액(자료:더벨 플러스) *2019년 : 1월~5월 현황

올해는 연간 순발행액이 2012년 수요예측 제도 도입 이래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아직 5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연간치를 훌쩍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연간 발행액이 60조4201억원에 만기금액이 53조9036억원으로 순발행액이 6조5164억원이다. 올해는 5월까지 규모가 이보다 3조7000억원 가량 많다.

순발행액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는 마이너스였다. 다만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작아졌다. 2012년 -43조1795억원에서 2017년 -8559억원으로 줄었다. 이어 지난해 플러스로 전환했고 올해 더 큰 폭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순발행액

빅이슈어 SK그룹이 대규모 순발행에 나선 영향이 컸다. SK그룹은 올 5월까지 4조8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만기금액이 2조6000억원 수준으로 순발행액이 약 2조1000억원이었다. 기업별로 SK하이닉스(9800억원), SK인천석유화학(6000억원), SK에너지(5000억원), SK네트웍스(4000억원), SK텔레콤(4000억원), SK실트론 (3200억원), SK(3000억원), SK브로드밴드(2100억원), SKC(2000억원), SK머티리얼즈(1500억원), SK케미칼(1500억원) 등이 발행했다.

LG그룹도 같은 기간 순발행액이 1조1700억원 수준이었다. 전체 발행액은 2조4900억원, 만기금액은 1조3200억원이었다. LG화학(1조원), LG디스플레이(3900억원), LG전자(5000억원), LG유플러스(5000억원) 등이 발행했다.

IB업계에선 불황에 대비해 발행사들이 현금축적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격화와 반도체업황 악화로 국내 경제를 이끌던 수출이 부진해진 탓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달 2일 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2%로 3개월 전(3월) 전망치(2.4%) 보다 0.2% 하향했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 본부장은 "전반적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업들이 향후 미래에 대해서 불확실하다고 느끼고 자금 확보에 나선 측면이 있다"며 "하반기까지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 확대를 위한 순발행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른 증권사 커버리지 본부장은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기는 했지만 기존에 계획했던 것을 종합한 수준으로 실제 투자액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산업군인 조선, 자동차, 유통, 화학 등도 투자를 늘리는 분야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으로 ECM(주식자본시장) 변동성이 커져 기관수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회사채로 쏠리고 있는 것도 순발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담당자는 "현재 기관들은 담고 싶어도 담을 물건(회사채)이 없어 고민할 정도로 수요가 넘치고 있다"며 "ECM은 너무 변동성이 크고 기존 자금이 몰렸던 부동산도 수익률이 낮아져 DCM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순발행이 수년 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기관수요가 좋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회사채를 찍고 있는 기업들은 향후 만기가 돌아올 때 조달환경이 달라질 때 위험이 더 커진다"며 "특히 초장기로 회사채를 찍는 곳들은 조건이 적절한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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