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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 열전]문주현 MDM 회장 "패러다임 반걸음 앞서야 생존""포노사피엔스 트렌드 주목…'신문화' 팔아 승부수"

신민규 기자공개 2019-06-12 09:30:21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1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주현 MDM 회장(사진)은 올해 상반기 서울 알짜부지를 잇따라 사들여 화제를 모았다. 광진구 일대 한강관광호텔 부지와 서초동 옛 정보사부지가 그것이다. 과거 매각 무산 경험이 있었던 이들 지역은 '땅주인'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처럼 그의 품에 들어왔다. 부동산 업계가 업황 부진으로 숨을 고르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건이라 의미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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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회장은 부동산 경기위축 배경으로 정부규제를 인정하면서도 보다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길 주문했다. 단순히 규제 탓이라기보다는 경기 사이클과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업황의 어려움은 복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던 부분에 대한 반작용도 있고 국내 경기가 'L자'형 저성장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과 정부규제가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경기여부에 따라 다르겠지만 추세대로라면 서울 집값은 보합내지 횡보 수준으로 예상했다.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디벨로퍼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을 줄 아는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상업시설의 경우 최근 트렌드를 감안할 때 단순한 접근으로는 더이상 승부를 보기 힘든 상황이다. 주52시간제나 최저임금 탓도 있겠지만 식사를 하거나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어서다.

그는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없이 생활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세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모든 게 배달이나 주문으로 이뤄지고 공장조차 자동화로 돌아가고 있는데 상업시설로 예전처럼 수요를 확보하기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피스 시장의 경우도 새로운 잠재적 수요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회장은 최근까지 도시재생과 관련해 디벨로퍼 업계 차원에서 스터디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해외 방문 과정에서 국내도 오피스 시설에 대한 트렌드가 한번 바뀔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국내 오피스 3대 축인 테헤란로와 여의도, 시청 일대의 모습을 보면서 한번 더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문 회장은 업계가 망설였던 서초동 옛 정보사 부지를 아홉번째 공매를 통해 가져갔다. 낙찰가격은 1조956억원이었다. 총 9만1597㎡의 부지를 감안하면 평당 4000만원대로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부지는 서초구가 주택은 지을 수 없고 오피스나 공연전시장 등을 세울 수 있게 용도를 지정해놨다. 업계에선 수익성이 높은 주택으로만 전환할 생각에 골몰하느라 실버주택과 같은 아이디어들이 돌아다니는 정도였다.

MDM 컨소시엄은 다르게 생각했다. 편법없이 오피스를 지어야 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용적률이 제한돼 있지만 서리풀공원에 둘러싸인 입지를 활용해 대학 캠퍼스같은 수평형 오피스 타운을 들이는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그는 "테헤란로 오피스 축을 들여다보면 이만한 큰 땅이 없다"며 "강남 접근이 용이한 교통에다가 숲세권 오피스로 해외에서도 제약·바이오, IT 업계에서 이같은 오피스 시설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오피스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던 터라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 MDM이 사들였다는 소식이 국내외에 전해지면서 업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중견기업을 비롯한 바이오벤처 기업이 사옥으로 사용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지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도 친환경 업무단지에 매력을 보였다. 관련 업계에선 오피스 타운 발상이 전해지자 무릎을 칠 정도로 아쉬워했다.

문 회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디벨로퍼 업계도 변화의 속도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디벨로퍼가 사회 변화속도에 반걸음을 앞서 나간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며 "'문화를 판다'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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