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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 열전]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부동산위기, 과거와 달라"침체 사이클 속 탈동조화·국지적 변화 발생, 프롭테크·황금노선 환승역 주목

김경태 기자공개 2019-06-04 09:30:00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3일 10:5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느 기업인도 업황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적어도 디벨로퍼업계에는 이 문장이 거의 정확히 들어맞는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수많은 업체가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때 1세대 축에 속하는 다수의 디벨로퍼가 쓰러졌고 회복불능의 타격을 받은 곳이 많았다.

피데스개발 역시 글로벌금융위기 때 지옥에 떨어진 듯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일부 무책임한 디벨로퍼들처럼 행동하지 않았고 끝까지 사업을 책임졌다. 그 결과 금융권을 비롯한 시장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었고 결국 부활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디벨로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희석시키는 데 큰 공을 세운 곳 중 한 곳으로 피데스개발을 꼽는다.

다시 위기가 다가오는 시점이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방에 이어 수도권, 서울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디벨로퍼들은 증폭된 우려에 차분함을 잃고 있지만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사장, 사진)는 달랐다. 그는 냉철하게 시장 상황을 짚었다. 자신의 사업뿐 아니라 업계와 도시의 발전에 대해서까지 내밀하게 파고든 흔적이 묻어났다.

◇"과거 위기와 다른 양상, 탈동조화·국지적 변화 주목"…보수적 경영 예고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피데스개발은 평택 용죽지구에서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을 펼치다 글로벌금융위기가 오면서 수렁에 빠져 오랜 기간 고생했다. 이자비용 부담으로 거의 무너질뻔 했지만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면서 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디벨로퍼업계의 그 누구보다도 위기를 대하는 태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부동산 경기는 사이클로 가는데 여러 가지를 종합해보면 작년부터는 꺾이게 돼 있다"며 "경기 축소에는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현재 아주 제한적으로, 선별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가 올 때 물량이 많으면 고생할 수 있어 올해와 내년에는 기존의 현장을 계획대로 진행하되, 사업을 크게 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는 사이클이 온 것이 맞지만, 과거의 IMF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와는 양상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당시에는 국가적인 경제 상황, 외부 요인 등이 영향을 미쳤지만 현재는 그런 부분에서 차별화되는 위기라는 설명이다. 지역적으로 볼 때 전국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국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

김 대표는 "부동산에서도 탈동조화(디커플링: Decoupling)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물건 자체마다, 개별 사안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하나의 사업으로 리스크에 약 5년 간 노출되는데 그 사이에 또 다른 충격이 오면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어 디벨로퍼들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시점"이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피데스개발은 위기를 앞두고 일종의 '엇갈린 사이클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주택과 오피스, 상업시설의 사이클이 각기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경기 변동에 따라 그에 맞는 사업을 펼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피데스개발은 실제로 현재 옛 KT 방학빌딩 부지에 '방학역 모비우스 스퀘어'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은 피데스개발이 주로 해온 주택과 달리 복합쇼핑몰이다. 개발 초기부터 씨지브이(CGV)를 접촉해 입점을 확정시키는 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방학역 모비우스 스퀘어는 이달 착공에 들어간다"며 "향후 건물이 만들어지면 부동산투자회사(리츠)나 펀드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4개층 정도의 임차인이 확정되야 하는데 요즘 인기 있는 브랜드에 접촉을 해 놓은 상태"라며 "그런 곳들은 준공 1년 전 정도에 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내년 이맘때 최종 확정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독보적 강점 '공부하는 디벨로퍼', 프롭테크·황금노선 환승역 관심

피데스개발은 국내 디벨로퍼 중 거의 유일하게 전문적인 부동산 연구 조직을 두고 있다. '공부하는 디벨로퍼'로 불리는 이유다. 2008년 12월 '2009년 주거공간 7대 트렌드' 발표를 시작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과 공동 조사를 하면서 신뢰도를 높였고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다.

사실 피데스개발의 끊임없는 격물치지(格物致知)는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렇게 출발한 공부는 지난 10여년 간 업계를 선도하는 '브레인'의 면모로 발전됐고, 피데스개발의 내공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피데스개발은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최근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프롭테크(Proptech)'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해 트렌드를 전망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며 "만약 지금 사업지를 보고 있으면 2025년이 어떻게 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벨로퍼란 직업은 살기 위해 미래를 파악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변화의 폭이 더 클테니 지금보다 머리를 더 쥐어짜야 하고, 도시 전체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부를 열심히 한 피데스개발이 유망하다고 여기는 곳은 어디일까. 김 대표는 "지하철 황금노선의 환승역 인근"이라고 답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을 보면 철도 노선을 중심으로 도시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백 년 디벨로퍼 탄생 기대, 업의 본질 기억하길"

피데스개발은 문주현 회장의 엠디엠, 정춘보 회장의 신영과 더불어 국내 3대 디벨로퍼로 불린다. 이 3곳은 모두 1세대 축에 속하는 곳들이다. 최근에는 글로벌금융위기 후 성장한 신진 디벨로퍼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1세대와 함께 시장 발전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업계 선배로서 후배 디벨로퍼들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부동산개발 사업은 길게 봐야 하고, 시간을 두고 실력을 차곡차곡 다져가야 한다"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일본의 모리는 사실상 3대가 부동산개발업을 해왔다고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100년의 역사를 가진 디벨로퍼가 나왔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그는 '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이득만 취하는 개발이 아닌 버려진 공간을 재해석해서 다시 쓸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함께 먹고사는 것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어야 한다.

김 대표는 "부동산개발은 도시 전체에 영향을 주고, 도시를 바꾸기도 한다"며 "우리나라의 도시경쟁력 강화에 대해 많은 디벨로퍼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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