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골칫덩이' 카프로 지분 정리하나 경영권 장악후에도 분쟁 불씨 여전…시장선 매각 기정사실화
최익환 기자/ 박시은 기자공개 2019-06-12 08:17:43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1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그룹이 카프로의 지분 정리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카프로는 과거 효성그룹이 코오롱 및 소액주주와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을 장악하긴 했지만 분쟁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매각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티앤씨가 보유한 카프로 지분 11.65%의 매각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효성캐피탈의 경우처럼 별도의 자문사 선정없이 유효한 원매자를 찾아오는 곳에 매각주관사 지위(mandate)가 부여될 것으로 시장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지주사 효성에서 매각작업을 지휘하며 시간을 두고 검토를 이어갈 전망인 가운데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의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효성그룹이 상당 기간 동안 카프로의 정리 문제를 고민해온 것으로 안다"며 "별도의 주관사 지위를 부여하는 절차 없이 매각작업이 내부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965년 국영기업 한국카프로락탐으로 출발한 카프로는 1974년 민영화와 기업공개(IPO)를 거쳤다. 현재 1대주주인 효성그룹과 2대주주인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이때부터 카프로의 경영에 참여해왔다. IPO 당시 주주구성은 △동양나일론(현 효성) 20% △코오롱 19.2% △고려합섬 7.4% 였다.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국내에선 유일하게 생산하는 카프로는 회사의 전략적 가치 때문에 주주 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난 1996년경엔 효성 측과 코오롱 측이 지분율 싸움과 이에 대한 차명주식 논란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양측이 합의하에 갈등을 봉합했지만 2004년에는 지분율 확대에 대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양측의 갈등이 봉합된 것은 카프로의 국내 카프로락탐 점유율이 떨어지고 나서부터다. 코오롱이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카프로락탐을 수입하기 시작하자, 다른 나일론 생산업체들 역시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회사들로부터 원료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효성과 코오롱은 전략적 가치가 낮아진 카프로의 지분율을 점차 낮추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013년까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효성 측의 카프로 지분율은 27.73%에 달했지만, 2019년 3월 현재 지분율은 11.65%에 불과하다. 코오롱 측 역시 지난 2016년부터 카프로의 지분을 처분하기 시작해 현재 9.56%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이 낮아지며 효성과 코오롱은 끝내 갈등을 봉합했지만, 이번엔 소액주주를 등에 업은 경영진과의 분쟁이 발생했다. 코오롱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효성 측이 카프로락탐 공급과잉을 이유로 카프로 경영진에게 감산을 요구했으나, 적자를 감수하고 공장이 가동되자 지난 2017년 이사진 교체를 시도한 것이다.
효성과 코오롱은 같은 해 3월에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승언 당시 대표의 교체에 실패했다. 이후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이 계속되자 당시 경영진은 효성 측 사내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데에 합의했다. 2018년 박승언 대표의 사임 이후엔 현재 코오롱 출신 권용대 대표가 카프로를 이끌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적대적 M&A 이슈와 경영권 갈등이 빚어진 바 있는 카프로는 1·2대 주주인 효성과 코오롱에게 긍정적인 모습만은 아니었다"며 "그동안 1·2대 주주가 지분율을 낮춘 이유는 전략적 자산으로서 가치 하락뿐 아니라 골칫덩이로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카프로는 2017년 흑자전환 이후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카프로는 2016년 △매출 3455억원 △영업손실 160억원 △당기순손실 76억원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인 2017년 △매출 5413억원 △영업이익 242억원 △당기순이익 12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카프로는 △매출 5793억원 △영업이익 156억원 △당기순이익 100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카프로 지분 매각설에 대해 효성그룹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카프로 지분 매각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매각작업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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