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SCM 점검]일본산 부품 사용 1차밴더 '긴급점검' 나선 현대차300여곳 공급선 확인 조사…부품 국산화율 '95%' 불구 나머지 '5%' 선제 대응
고설봉 기자공개 2019-07-11 08:58:49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9일 10: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부품사들을 대상으로 소재, 부품, 기계장치 등의 원산지 조사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차에 부품을 직접 납품하는 모든 1차밴더를 상대로 '일본산' 수입 여부를 파악하는 작업이다.그만큼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는 반도체 산업군 뿐 아니라 국내 다른 제조업에도 긴장감을 불어넣은 조치다. 국산화율이 95%에 달한다는 자동차산업군에서도 "혹시나"하는 불안함이 생겼고 이미 원재료 조달부터 완성차 제조까지 업권내 수직계열화가 이뤄진 국내 자동차산업도 혹시모를 사태에 대비한 발빠른 작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현대차는 만약 일본산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밴더사가 있다면 이를 대체할 국산이 존재하는지,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의 수입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이미 각 밴더사에서 조사 작업이 이뤄지는 중이다. 일본의 수출제재가 자동차산업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해 사전에 대비책을 세우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서 긴급 점검을 하고 있다"며 "소재 및 부품, 생산설비(기계장치 등) 중에서 일본 쪽에서 들어오는 것이 있는지 여부, 있다면 그 소재 등을 다른데서도 구할 수 있는지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산업과 비교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영향이 덜 할 것으로 분석되는 업종이다. 통상 자동차에는 적게는 1만개, 많게는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80%를 담당하는 현대차는 부품 국산화율이 약 95%에 달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수출 규제 관련해서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일본의 수출규제가 다른 소재 및 부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 급히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의 소재 공급처 및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소재 공급이 막히면 삼성전자가 구상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실현도 불투명해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함께 지난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났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일본제재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와 재계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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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부품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는 국산화율 '95%'라는 수치에서 보듯 상당히 고도화돼 있고 시스템화돼 있다. 일본의 무역제재가 시작됐지만, 정재계의 우려와 다르게 현대차그룹이 의연한 모습을 보인 이유다. 전문가들도 일본 제재가 확대해도 현대차그룹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 협력사가 국내업체로 꾸려졌거나, 국내에 생산시설을 둔 해외업체라 가능하다.
실제 현대차그룹의 국내외 SCM 상황은 안정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를 정점으로 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 SCM에는 그룹 내 부품 계열사, 1차밴더 및 2,3차 밴더사들이 모두 포함돼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한다. 이외 국내 300여곳의 1차밴더로부터 직접 부품을 공급받는다.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사와 현대기아차의 1차밴더에 소재 및 부품을 납품하는 2,3차 밴더는 약 5000여곳에 이른다.
현대기아차 1차밴더사 관계자는 "부품사들이 현대·기아차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 돼 있다"며 "1차 밴더들의 경우 국내에 본사를 두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해외기업의 경우도 국내에 생산공장을 둔 글로벌 업체들로 구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우려하는 점은 약 5% 가량으로 분석되는 '비국산화율'이다. 아직 국산화 하지 못한 5%의 부품이 일본의 공략 포인트가 될 경우 아무리 국산화율이 95%에 달하더라도 완성차를 생산하지 못한다. 국내에서 소재나 부품을 제조하지 못하는 일부 품목에 대해 일본이 '핀셋제재'를 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도 지금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부품이 전기모터이다. 전기모터는 미래차로 대변되는 전기차, 수소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다. 전기모터는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필요한 소재·부품의 가짓수도 내연기관에 비해 훨씬 적다. 하지만 전기모터의 소재·부품 국산화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1차밴더사가 완제품·반제품 형태의 전기모터를 국내에서 생산하지만 핵심 소재인 특수자석은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SCM의 최상위에 위치한 1차밴더는 국내업체지만 바로 아래 2차밴더 및 소재·부품 기업은 일본업체 의존율이 높다. 전기모터에 국한하면 SCM의 상위에서 부품 국산화율이 떨어지는 셈이다.
또 전장부품도 해외 소재·부품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다만 전기모터처럼 일본에 대한 의존도는 높지 않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네덜란드 NXP(12.5%) 독일 인피니온(10.8%) 일본 르네사스(10%) 등 상위 5개 기업이 약 50%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현대차도 2012년 현대오트론을 설립해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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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분야의 국산화율이 95%에 이른다지만 나머지 5%인 차량용 반도체, 전기모터 등은 국산화가 미비해 관련 기술과 자금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배터리, 모터, 인버터 등 핵심 동력부품만 국산화에 성공했을 뿐 기타부품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완성차를 만들기 위한 거의 모든 부품을 국산화했다. 완성차에 1만개의 부품이 필요하다면, 9500개가 이미 국산화돼 있다"며 "하지만 5% 정도 국산화를 이루지 못한 분야가 있는데 전기차 관련 모터에 들어가는 자석류와 희토류 등 핵심소재는 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배터리 관련 주요 소재인 양극제, 음극제, 멤브레인 등은 일본 의존도가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제재와 관련)당장 부품수급 우려 등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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