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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판 짜는 항공업계]제주항공, ‘구매기’ 위주 선대 확장...재무부담 이겨낼까?선대 확장 성공시 FSC급 기초체력 확보…재무리스크 통제가 관건

고설봉 기자공개 2024-11-28 16:22:43

[편집자주]

항공업계가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FSC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란 모순에 직면했다. 또 FSC 산하 LCC들 인수합병이 추진되며 단거리노선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틈을 메우는 것은 LCC들이다. 장거리노선 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단거리노선도 확장하고 있다. 도서지역 공항 개항에 맞춰 소형항공사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항공시장은 새로운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더벨은 항공시장을 진단하고 각 항공사들이 준비하는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의 구매기 위주 선대 확장은 향후 10년 안에 마무리 될 전망이다. 보잉과 B737-8 기종 50대 구매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5대 안팎의 항공기가 인도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41대 가량의 선대는 50대 정도로 확대되고 100% 가깝게 구매기로 운영될 전망이다.

그러나 항공기 구매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만큼 금융비용이 불어나는 단점이 있다. 이는 곧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과도한 차입으로 재무부담이 커진 가운데 외생변수로 여객수송 차질을 빚어질 경우 자칫 대규모 부실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여러 리스크에도 제주항공이 항공기 구매에 나선 것은 중장기 성장전략을 위해서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리스료 상승에 대응해 원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에서 구매기 도입을 결정했다. 자체 자금조달을 통해 구매기 위주 선대를 구성할 경우 금융사에 지급하는 리스료가 경감되면서 원가율이 하락한다. 이는 곧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저비용항공사(LCC)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형항공사(FSC)발 항공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제주항공의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제주항공은 LCC로 정체성을 지켜 효율화를 꾀하는 동시에 기단 운영에선 FSC 모델을 채택해 탄탄한 생산력을 갖추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코로나19에도 지급된 리스료…원가율 상승 원인

제주항공이 2024년 9월 말 현재 리스를 통해 도입한 29대 항공기의 평균 리스금리는 8%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대 9% 중후반을 넘는 항공기도 있다. 과거 4% 후반대 금리로 리스한 항공기도 있었지만 리스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반납해야 하는 항공기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전체적으로 리스금리도 크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올 3분기 누적 제주항공이 지급한 리스료는 112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 949억원 대비 18.12% 가량 늘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리스료는 지속적으로 빠져 나갔다. 2020년 1501억원, 2021년 1305억원, 2022년 1224억원, 20213년 1261억원 등 매년 항공기 운항과 관계 없이 제주항공은 천문학적 리스료를 리스사에 지불해왔다.

이처럼 리스료는 항공기 운항을 위해 필수 지급하는 고정비다. 제주항공은 리스비를 매출원가에 반영한다. 매출원가에는 연료유류비, 정비비, 공한관련비, 감가상각비 등이 포함되는데 리스료는 유류비 다음으로 지출 비중이 큰 항목이다. 최근 5년간 제주항공 실적을 살펴보면 리스료는 매출의 최대 39.81%에서 최소 7.31%를 차지했다. 그만큼 제주항공의 원가경쟁력에서 리스료가 치지하는 비중은 높다.

특히 리스료는 도입한 항공기 규모에 맞춰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다. 매출 유무와 상관 없이 리스계약 기간 동안 무조건 지출되는 비용으로 영업력 저하시 항공사 타격은 크다. 유류비가 매출에 비례해 지출되는 비용으로 영업력 저하에 따라 유류비 부담이 경감되는 것과 반대다.


◇충분한 재무여력 필수…제주항공은 준비 됐나

구매 항공기의 경우 리스료보다 금리가 저렴한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항공기 리스계약이 맺어지기 때문이다. 은행 등 1금융권 위주 직접 차입으로 항공기를 구매하는 것이 2금융권 리스료 보다 금리가 저렴하다.

다만 항공기 직접 구입은 펀더멘털이 탄탄한 항공사들에서 주로 구사하는 전략이다. 통상 항공기 가격은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제주항공이 도입하는 보잉 737-8급의 경우 4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등급이 높고 재무건전성이 뒷받침 돼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구매기 도입으로 단기적으로 리스료 지급과 항공기 구매를 위한 금융비용 등 이중 부담을 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리스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항공기를 반납하고 구매기를 인도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리스료 일부 경감이 있더라도 이자비용이 늘어날 예정이다.


실제 제주항공 이자비용은 구매기 도입을 계기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182억원의 금융비용을 지출한 제주항공은 코로나19가 종료된 2023년 387억원을 지출했다. 올 3분기 누적 257억원을 지출했고 연간으로 환산하면 342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문제는 최근 제주항공의 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 차입이 증가하면서 순차입금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코로나19 기간 악화한 재무구조가 다소 정상화 됐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했다.

2024년 9월 말 제주항공 총차입금은 6682억원을 기록 중이다. 보유현금 등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4502억원으로 순차입금비율 115.52%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 2018년 순차입금 마이너스(-) 2218억원, 순차입금비율 마이너스(-) 58.0% 대비 크게 저하됐다.


향후 10년간 매년 차입금이 증가할 것이란 점도 부담이다. 제주항공이 보잉과 계약한 총 규모는 2024년 9월 말 기준 55억1900만달러(한화 7조7349억원) 수준이다. 현재까지 제주항공은 2억6700만달러(한화 3743억원)을 지출했다. 향후 투자금액은 52억5200만달러(한화 7조3607억원) 남았다. 10년간 항공기 도입에 따라 산술적으로 매년 7360억원 정도 투자금액이 차입금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제주항공이 리스료 감축과 차입금 해소 등을 통해 금융비용을 줄이면 안정된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향후 10년 동안 꾸준히 매출이 성장하고 매출원가와 판관비 등 관리가 현 수준 이상으로 이뤄져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등 외부변수가 발생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보잉의 생산차질 등 문제는 사실상 리스크로 보기 어렵고 이미 항공기 가격이 오르기 전에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만큼 비용 측면에서도 어느정도 이득을 봤을 것”이라며 “문제는 구매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통제하는 일인데 금융비용이 불어난 상황에서 정상영업활동이 부진하면 재무건전성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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