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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랜드파트너스 회장 "'국내 없던 도시' 개발, 의미있는 개척자가 꿈" [thebell interview]"도시 개발해 번 돈 사회에 기여, 의미있는 일"

신민규 기자공개 2019-07-25 15:01:16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4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목포 출신의 사업가 김정기 랜드파트너스 회장(사진)은 2003년만 해도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후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거쳐 엔지니어링 기업인 동일기술공사에 입사했다. 도시계획기술사 자격을 보유한 이력으로 관공서가 발주하는 프로젝트를 두루 맡아왔다.

반복된 엔지니어 생활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커졌다. 당시 관공서 프로젝트 태반이 공무원 위주로 흘러가는 데 대한 회의감도 밀려오던 시기였다. 엔지니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적었던 탓에 마음 속 한켠에는 자신만의 엔지니어링 기업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기도 했다.

도시계획 분야로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나의 도시를 그리려면 상하수도부터 측량, 환경, 조경 등 전 분야를 섭렵해야 한다. 각 분야별 기술자를 다 모으기에는 월급쟁이 입장에서 벅찰 수밖에 없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회사가 삼성엔지니어링과 함께 민간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개발 가능성이 높은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울산시에서 차로 50분 정도 걸리는 위치였다. 외진 동네였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이 시와 연결되는 국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개발호재가 있었기 때문에 토지주들을 중심으로 한 조합에선 디벨로퍼를 물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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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랜드파트너스 회장
김정기 랜드파트너스 회장은 "울산에 도시계획 면적 33만평에 대한 개발사업을 맡아볼 생각 없냐고 제의가 들어왔고 2003년 12월 회사를 설립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며 "당시 택시를 타고 가면서 개발부지에 대해 물었는데 20%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고 했지만 나머지는 사람사는 동네가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울산에서의 긴 여정은 그 후로 16년간 이어졌다. 김 회장은 아이엠케이산업을 2004년 설립했다. 울산시 북구 산하동 강동산하지구 도시개발사업조합에 대한 시행대행업무가 시작됐다. 계획인구 2만명에 5000가구 이상 입주를 진행하는 건이었다. 당시 울산이 40만세대였는데 '이중에 1~2% 정도면 성공할 수도 있겠다', '전원생활에 대한 수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순항하는 듯했던 사업은 이후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금융위기에 더해 문화재 발굴로 2년이상 사업이 지연됐다. 울산 블루마시티 푸르지오 개발 당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2000억원 가량 대출받았는데 절반을 이미 소진한 상황이었다.

금융기관 협조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푸르지오 1차를 4개월만에 분양 완료했다. 이후 푸르지오 2차, 효성해링턴플레이스, KCC스위첸까지 4개 부지 사업을 마무리졌다. 내년 준공 예정인 울산 전하KCC스위첸까지 마무리지으면 울산에서의 사업은 모두 일단락짓게 된다. 울산에서 사업을 완수하기까지 16년 넘게 걸린 셈이다.

김 회장은 "2010년도에는 사업이 거의 엎어질 뻔했는데 시행사업을 해 본 경험이 없었으니까 거의 몸으로 배우면서 고비를 넘겼다"며 "40~50대 시절을 모두 울산 블루마시티 개발사업을 하면서 지낸 셈"이라고 회고했다.

울산 블루마시티 사업은 지중해풍의 유럽 휴양도시를 모델로 했다. 상가대지를 베니스풍, 니스풍, 바르셀로나풍, 산토리니풍 총 4가지로 나눠 건물을 짓도록 초기부터 계획했다. 권역별로 건축물의 색깔, 창문모양, 지붕 기울기 등이 모두 다르게끔 공을 들였다.

김 회장은 "엔지니어 시절 공무원들과 함께 해외 선진도시 견학을 다니곤 했는데 대부분 우리가 구경하는 게 유럽의 오래된 도시였다"며 "우리는 왜 이런게 없을까, 한국에도 유럽풍의 도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계획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한국에 없었던 도시' 하나를 계획단계부터 설계, 공사하고 입주에서 상가개발까지 했다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서울에서 첫 사업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풍역세권 2000평 부지를 1년3개월간 사들였다. 디벨로퍼들이 수년전부터 눈독을 들이던 땅이었는데 김 회장의 품에 들어가게 됐다. 역세권 부지에 그는 청년임대주택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임대주택사업이 수익이 나는 편은 아니지만 상가시설을 감안하면 만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일반 아파트가 수익적으로는 나을 수 있는데 청년임대도 의미가 있는 사업으로 봤다"며 "인생은 한번 왔다가는 건데 주어진 것만 하기보다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괜찮겠다 싶었다"고 말을 이었다.

청년임대주택의 경우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도 과제 중에 하나로 꼽힌다. 그는 "임대료가 싸다는 점 때문에 일부 반대하는 시선이 있는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미 낡은 주택은 임대료 상승에 한계가 있고 주변이 신축으로 재개발되면 토지가치는 더 올라가는 장점을 장기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소형 오피스텔일 뿐인데 청년임대라는 명칭 때문에 더 선입견이 있어 명칭을 조정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당부했다.

도시재생사업을 실제로 경험하면서 다소 벅찬 점도 설명했다. 토지작업하는데만 1년이 넘게 걸린 데다가 준공까지 앞으로 최소 6년은 걸린다는 점에서 지난한 과정이 예상되서다.

그는 "디벨로퍼 분들이 도시재생사업하겠다고 하지만 10년을 보고 가야하는 사업인데 실질적으로 의문이 든다"며 "돈을 번다고 할지라도 워낙 기간이 소요돼 막상 뛰어들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황 침체에 대해서는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어려운 시기의 돌파구를 묻는 질문에 눈높이를 낮출 것을 주문했다.

그는 "편한 땅을 사서 운좋게 입찰되면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많이 번들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일확천금을 노리고 해서는 안되는 사업으로 디벨로퍼와 건설사, 수분양자가 100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파이를 똑같이 33씩 나눠야 경기변화나 제도변경시에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지론"이라고 설명했다.

적정선을 수용하고 상호간에 윈윈할 수 있다면 사업지는 많다는 인식 덕에 건설업계에선 평판이 좋은 편이다. 사업도중 비용부담이 발생할 때 의사결정을 빨리 내리는 것도 김 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결과다.

김회장의 명함에는 '울산광역시 장애인 역도연맹 회장'이라는 직함이 쓰여있다. 사업이 가장 힘든 시기였던 2010년에 제의가 들어왔는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자리를 맡았다.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비롯해 목포 동향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문주현 회장이 창업해서 번 수익금 절반을 재단에 출연했듯이 도시를 개발해 번 돈을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장의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 시장에 의미있는 개척자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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