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7월 25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브릿지(Bridge)'라는 어감부터 이질감이 느껴졌다. 독창성 또는 혁신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바이오업계다. '연결고리'가 되겠다는 것만으로 투자자에 어필하기는 쉽지 않았다. 연구(research)보다 개발(development)을 우선하겠다는 것부터 생소했다. 2015년 설립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 얘기다.창업자인 이정규 대표는 대학원에서 구조생물학을 공부했지만 그의 특기는 BD(business development)다. LG생명과학(현 LG화학)에 입사하고 크리스탈지노믹스, 렉스바이오 등의 회사를 차릴때도 해외 투자 유치, 사업개발 등에서 전문성을 보였다. 브릿지바이오가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의 대표주자로 불리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인지 모른다.
재밌는 건 브릿지바이오만이 NRDO는 아니라는 점이다. 처음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R&D를 이어가는 회사는 손에 꼽힌다. 큰 틀에서 보면 대부분 바이오업체가 NRDO 범주에 들어가 있다는 얘기다. 임상 3상 진행으로 잘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조차도 따져보면 타사에서 물질을 도입한 이후 개발 과정을 거쳤다. 물론 이들은 스스로를 절대 NRDO로 부르지 않는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NRDO라는 점을 내세웠다. 각종 혁신살롱, 포럼 등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NRDO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가 업계의 '빅 마우스(mouth)'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소 마케팅이 과한 것 아니냐는 편견을 갖기도 했지만 실제 만나본 그는 과할 정도로 진지했다. 어떤 바이오업체 대표보다도 시장 트렌드를 잘 꿰고 있었다.
물론 그의 전략이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거래소는 '먹튀' 등을 우려해 NRDO에 대한 불신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가 뒤늦게 연구시설을 만들고 사명에 '테라퓨틱스(therapeutics)'라는 단어까지 더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NRDO를 굳이 강조하지 않았다면 브릿지바이오가 기술성 평가에 통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빅파마로의 기술이전 소식은 제대로 된 '반전'을 선사한 듯 하다. 2016년 말 이 대표가 스트레스 해소차 대전에 내려가 LG 선배인 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를 만난게 발단이었다. 김 대표 역시 재무적·기술적 한계로 추가적인 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다. 둘은 국밥을 먹으면서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BBT-877) 거래에 합의했다고 한다.
당시 200억원으로 책정된 물질은 2년만에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1조46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레고켐이 이를 브릿지바이오에 넘기지 않고 썩혔으면 현실화되지 못했을 일이다. 브릿지바이오 입장에서도 '작지만 빠르게' 의사결정이 가능한 NRDO로서의 강점을 제대로 살린 셈이다.
이 대표는 기술수출 소식이 전해진 이후 브릿지바이오의 상장 재도전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성장성 또는 기술특례 방식 중 하나를 택한다고 한다. 앞서 두 번이나 브릿지바이오를 돌려세웠던 기술성 평가기관이 이번에는 어떤 입장을 취할 지 궁금해진다. 전세가 역전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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