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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을 다시 보다]저배당 정책 '옹고집' 배경은⑤"사내유보금, 무차입경영 근간"…부채·유동비율 등 재무안정성 지표 '우수'

박상희 기자공개 2019-08-07 08:34:00

[편집자주]

20년 넘게 건실하고 우량한 기업으로 칭송받던 기업이 2013년부터 갑질기업으로 낙인찍혔다. 잘못은 비판 받아야 하고, 그룻된 관행과 시스템은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6년 넘게 '갑질'이라는 프레임으로만 기업을 바라보는 잣대는 공평하지 않다. 2013년 사태 이후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한 남양유업의 노력과 시스템의 변화를 살펴본다. 그간 갑질 프레임에 갇혀 간과됐던 기업의 본질 가치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5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MF 환란 시절 남양유업은 차입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며 무차입경영 신화를 낳았다. 대다수 기업들이 문어발식 외형 확장과 높은 부채비율로 신음하던 때 남양유업은 알짜배기 경영을 통해 재무구조가 튼튼한 기업으로 칭송 받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걸까.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남양유업은 여전히 자린고비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시장의 평가는 달라졌다. 남양유업은 쌓여 있는 유보금을 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에 쓰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고 있다. 남양유업이 저배당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배경은 뭘까.

◇외환위기 극복 경험, 저배당 정책 고수 계기

IMF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8년 1월 남양유업은 무차입경영을 선언했다. 그해 10월 부채비율 0%를 달성하면서 실제로 약속을 지켰다. 당시 남양유업은 "상업·조흥·신한 등 3개 은행에서 빌린 180억원의 차입금을 모두 갚아 부채비율이 상반기 167%에서 0%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차입금 상환으로 남양유업은 국내 업체로는 드물게 자산규모 2400억원의 부채없는 기업으로 재탄생하며 화제가 됐다. 남양유업의 차입금 일시 상환에는 당시 자본금의 2000% 수준이었던 사내유보금이 큰 도움이 됐다.

별도 계열사가 없던 남양유업은 단일기업으로 큰 위기를 극복한 후 위기 대응능력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외환위기 극복 경험은 저배당 정책을 고수하게 된 배경이 되기도 했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식품기업의 과도한 배당정책은 기업자산의 과다 유출로 이어져 투자재원이 감소하고 결국 현금 유동성을 낮출수 있다는 게 남양유업의 판단이다. 배당과 자사주매입 등 자본지출 규모가 커지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기업의 성장동력이 위축될 우려가 커진다.

남양유업은 고배당을 통한 회사 이익의 사외유출보다는 사내유보를 통해 재무구조 건전성을 높이고 장기투자를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저배당 기조를 통해 회사 이익의 사외유출을 최소화함으로써 1997년 IMF 외환위기부터 무차입 경영이 가능했다"면서 "이후 재무구조 건전성이 높아지고 기업의 가치는 더욱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배당압박…"고배당정책, 최대주주 이익증대 역효과 우려" 반론

남양유업은 배당 시즌만 되면 '짠물 배당기업'으로 손꼽힌다.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을 2016년 6월 대화 대상기업, 2017년 비공개중점관리기업, 지난해 5월 공개 중점관리 기업으로 지정하며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남양유업의 (연결)배당성향은 2016년 2.3%, 2017년 17%, 2018년 42.4%를 기록했다. 남양유업의 배당정책이 바뀐게 아니다. 현금배당금총액은 8억5500만원으로 동일했다. 당기순이익 편차에 따라 배당성향이 뒤바뀌었을 뿐이다.

남양유업은 전례 없는 국민연금의 배당 압박에도 강경하게 대응했다. 배당을 확대하라는 국민연금의 요구에 거절 의사를 밝히며 "지분율 6.1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주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남양유업은 고배당 정책이 오히려 일반주주보다 대주주에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53.85%에 달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배당 정책은 최대주주의 이익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저배당 정책으로 이익금을 사내유보 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재무안정성
*출처: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남양유업의 사내유보금은 1조원에 달한다. 조 단위 사내유보금과 무차입경영 기조에 힘입어 남양유업의 재무건정성 지표는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회사의 재무 안정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다. 차입금이 전무한 남양유업은 부채비율이 매우 낮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부채액은 적어도 자기자본액 이하인 것이 바람직한데 남양유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20%안팎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채비율의 적정선을 150%로 보고 있다.

기업의 상환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인 유동 비율도 높은 편이다. 유동비율은 보통 200% 이상이면 안정적이라고 시장에서 판단한다. 남양유업의 유동성 비율은 과거부터 300~400%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 배당이 매우 낮은 수준인 것은 맞지만, 고배당 정책이 대주주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타당하다"면서 "위기의 순간마다 높은 사내유보금이 큰 힘이 됐던 과거의 경험을 상기하면 남양유업의 저배당 정책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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