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증시…회사채 시장도 '불안' 전이 [Market Watch]발행사, 과(過)조달 움직임…일제 냉각 우려, 활황 막차 타기
이경주 기자공개 2019-08-14 13:44:49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2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일 무역분쟁과 미·중 환율전쟁 촉발로 국내 경제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자본시장의 한 축인 ECM(주식자본시장)은 폭락장이 이어지며 요동을 치고 있다.업계에선 또 다른 한축인 DCM(채권자본시장)에도 불안감이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발행사들은 기업실적 악화 가능성으로 회사채에 대한 투심이 급속히 냉각될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필요 이상의 자금을 선조달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투심 얼기 전에 선조달…순발행 확대 전망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루브리컨츠(AA0, 안정적)는 준비 중인 공모채 발행 규모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오는 19일 수요예측에서 본래 1500억원을 모집하려했지만 최근 2000억원으로 500억원 더 늘리기로 했다. 조만간 모집액을 기재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심 변화 가능성을 우려한 결과로 알려졌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무역분쟁과 이로 인한 기업 신용도 하락으로 혹시라도 투심이 급속히 얼어 버릴 수 있는 상황을 염려했다"며 "그래서 조달하는 김에 더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생각해 모집액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SK루브리컨츠 뿐이 아니다. 앞선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힘들지만 9~10월에 만기물량보다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곳들이 다수 있을 것"이라며 "투심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곳들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업신용↓ 회사채 투자↑…이상현상 제자리 찾나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없었던 우려라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는 사실 비이성적인 시장 호황이 이어졌다. 기업 신용도는 하향 추세인데 회사채 수요는 오히려 풍성해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투자등급(BBB-이상) 가운데 신용등급이 하락한 발행사는 13곳으로 2016년(27곳)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7건)에 비해선 5건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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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회사채 발행액은 올 상반기 33조9600억원으로 역대 상반기 중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시장 수요가 뒷받침이 됐기 때문이다. 증시와 부동산 투자에 대한 변동성확대로 안전자산인 회사채로 자금이 쏠린 영향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위험은 높아졌는데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 셈이다.
그런데 한·일과 미·중 분쟁 등이 잇따라 격화되고 경제성장률 전망이 더 어두워지면서, 회사채도 100% 안전하다는 인식이 줄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디폴트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올 하반기 BBB+급인 한진과 대한항공이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내기 시작한 것을 전조현상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발행사들은 한진이나 대한항공 미매각 사례가 투심 냉각의 징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평상시 같으면 이벤트성으로 봤을텐데, 경기전망이 워낙 불확실하니 A나 AA로 미매각이 확산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막연한 불안감 수준이지만 향후 회사채에 디폴트가 하나라도 발생하면 전체 시장이 순식간에 얼어 버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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