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8월 12일 08: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추천할 만한 공모펀드가 없네요."최근 영업점에서 부쩍 많이 들은 얘기다. 월급쟁이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라곤 공모펀드가 대부분인데,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이를 권하지 않는다. 사석에서 판매사 담당자들을 만나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국내 증시마저 급락했으니, 공모펀드의 위축은 불보듯 뻔하다.
이같은 현실은 수치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공모펀드 잔고는 약 250조원으로 사모펀드 잔고(387조원)의 65%에 불과하다. 사모펀드는 규제 완화에 힘입어 2016년 공모펀드를 추월한 뒤, 지속적으로 격차를 벌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용사들도 사모펀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운용사는 2009년 69곳에서 지난해 말까지 242곳로 늘었는데, 이 중 200개 안팎이 모두 사모 전문 운용사다. 운용사의 80%가 1%의 부자들만 바라보며 상품을 내고 있는 셈이다.
공모펀드가 이렇게까지 외면받는 이유는 성과부진, 판매사들의 스탠스 변화, 금융시장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다보니 금융당국이 책임 운용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성과보수형 상품이 아닐 경우 운용사들은 2억원 이상을 펀드에 자기자본으로 투자해야하는데, 오히려 상품 출시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대체투자 상품에는 수요가 몰리지만 대부분이 사모펀드다.
최근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시장의 맹점도 여기에 있다. 자산관리의 출발점은 말 그대로 '부(Wealth)'를 가진 계층을 공략하는데서 시작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1%에만 매달리는 구조로는 운용사도, 판매사도, 리테일 고객도 살아남기 어렵다. 새가 양 날개로 날아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행스러운 건 미미하지만 공모펀드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헤지펀드 시장의 최대 강자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공모 운용사 전환을 통해 펀드 가입 문턱을 낮췄다. 신한금융그룹은 IPS 본부를 GPS 그룹으로 격상해 리테일 상품 역량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공모펀드를 살리기 위해 당국이 규제완화를 추진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의 변화가 공모펀드 시장을 되살리는 나비효과를 만들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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