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의 '원픽' 인도네시아 진출, 지난한 5년 [Deal story] 현지당국과 네크워크 확보 주력…아시아 금융벨트 구축 첫걸음
손현지 기자공개 2019-08-21 09:23:58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9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숙원과제나 다름없던 인도네시아 진출에 성공했다. 그동안 김 행장이 꾸준하게 현지 금융감독청(OJK)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관계를 쌓아온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인도네시아법인을 계기로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동남아시아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김도진 행장 인니 '우선순위', 동남아 공략 로드맵 구축
기업은행이 처음 인도네시아의 문을 두드린 건 지난 2014년이다. 당시 기업은행은 아시아진출을 위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인도, 필리핀, 캄보디아 등 지역을 다각도로 고려하고 있었다. 유일한 해외법인인 중국법인도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4년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영업사무소를 열고 시장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로드맵 조차 나오지 못했다. 일단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특화된 특수은행이기 때문에 인수대상 범위도 한정적이었던 탓이다.
인도네시아에는 상업은행을 비롯해 현지에 50여곳의 은행이 존재했지만 가계대출이나 소액대출을 영위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MMF)나 캐피탈사 등이 모두 인수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기업은행이 접근할 수 있는 인수 후보군(숏리스트)은 5~7곳에 불과했다. 이러한 제약에 인도네시아에 깃발을 꽂기로 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인도네시아 진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 행장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M&A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김 행장은 2017년 취임 100일 기념사에서 "은행 인수합병을 통해 동남아시아 영토확장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인도네시아를 최우선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비교적 현지당국의 라이선스 취득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시 '포스트 차이나'라고 불리던 베트남은 현지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7년부터 현지 당국이 부실은행 구조조정에 한창 집중하느라 외국계 은행들의 현지법인 인가 신청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후발주자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던 기업은행으로서는 기회를 포착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2017년 베트남 지점의 법인 전환을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미얀마도 마찬가지였다. 미얀마 금융당국의 경우 외국계 은행들의 영업점 승인을 위한 공고 자체를 내는 일이 드물었다. 그러다보니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면 선택지는 인도네시아뿐이었다.
높은 성장 잠재력도 매력적인 요소였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수가 2억 6000만명에 달해 해외 리테일 영업강화를 꾀하던 기업은행의 전략과 부합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에서도 해외 금융자본을 상대로 자국은행을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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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은행 2곳 인수, 1년 소요…합병까지 2년
그러나 인도네시아 진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은행업 규정이 워낙 까다로워 현지법인 라이선스 기준치가 높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자국내 은행 숫자를 줄이기 위해 기본적으로 외국계 은행의 현지법인 설립을 허가하지 않았다. 다만 예외적으로 외국계 은행이 현지은행을 2곳 이상 인수해 합병할 경우는 현지은행 지분을 40%이상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김 행장은 경쟁력있는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을 설립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2곳을 동시에 인수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정했다. 지난 2017년 10월 말 아그리스은행(Bank Agris)의 대주주였던 DIP(Dian Intan Perkasa)와 지분 82.59% 전량을 인수하는 조건부계약(CSPA)을 성사시키면서 동시에 타 은행 물색에 나섰다.
은행 1곳만 인수할 경우 현지규정에 따라 지분율은 최대 40%까지 밖에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아그리스은행과 주주매매계약(SPA)를 맺는다고 해도 경영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2017년 11월 아그리스은행과 SPA를 맺은 후에도 합병까지는 2년이라는 시간이 더 소요됐다. 2018년 2월 외환라이선스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아그리스(Agris)은행의 지분 82.59%를 인수했으며 곧 4월 미트라니아가(Mitraniaga)은행의 지분(71.68%)을 매입했다.
두 은행은 현지 영업망을 각각 23개, 13개씩 보유하고 있고 아그리스은행의 경우 외환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입 업무 지원이 바로 가능했다.
김 행장은 인도네시아 2곳의 현지은행을 인수하는 약 2년 여간 현지당국과 꾸준히 의견을 교환하며 관계를 쌓아왔다. 작년 11월에는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의 대주주 적격성심사 면접을 받기 위해 직접 인도네시아행 항공기에 오르기도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김 행장이 IBK인도네시아법인 설립 후 곧바로 영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합병후통합(PMI) 준비도 병행해왔다"며 "경영전략이나 인사, 리스크, 자금, 여신 등 각 부문별 점검을 진행했으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충당금을 넉넉히 쌓아왔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오는 2023년까지 해외수익 비중을 전체의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20개국 165개 점포를 두는 것이 목표다. 현재 해외 영업망은 중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 12곳을 중심으로 영업점 30개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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