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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에서 더 유명한 '신풍제약'…글로벌진출 본격화 유제만 대표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로 내년 아프리카 공적시장 본격 진출"

강인효 기자공개 2019-08-30 14:30:04

이 기사는 2019년 08월 30일 11:1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풍제약이란 이름은 국내 제약업계에선 생소하다. 흔한 감기약이나 자양강장제 등 B2C 제품은 없다. 하지만 해외에선 대접이 다르다. 국내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더 유명하다.

2000년대 초반 한국 고위 공무원이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HO에 방문했을 때 유럽 관계자들은 "신풍제약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인사를 전했다. 당시 방문단엔 보건복지부 장관도 있었는데 '신풍'이란 이름이 생소해 귀국후 인사말을 전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도 잘 모르는 회사를 유럽 WHO에선 콕 짚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풍제약은 기생충 치료제로 유명한 곳이다. WHO를 통해 이 약을 전 세계에 보급해 간·폐 디스토마 기생충을 박멸하는 사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WHO와 함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도 개발했다.

올해로 창립 57주년을 맞은 신풍제약은 연매출 2000억원대의 중견 강소 제약사다. 신풍제약은 국내 대형 제약사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연구개발(R&D) 역량과 특화된 사업 구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에서 16번째로 허가받은 신약 피라맥스도 개발에 성공했다.

신풍제약은 사업 초기에 국내에서 기생충 약 보급으로 국민 건강에 이바지했다. 한국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생충 약 시장은 쪼그라들었다. 아프리카 등 제3세계가 신풍제약의 진출 대상이 된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신풍제약은 작년부터 아프리카에 피라맥스를 수출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제만 대표는 더벨과 인터뷰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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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만 신풍제약 대표가 지난 26일 진행된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경영 현황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사진=신풍제약

◇WHO와 맺은 인연으로 기생충 치료제 수출…창업자 신념이 'R&D' 역량 키워

신풍제약은 고(故) 장용택 회장이 1962년 설립한 제약사다. 현재 300개에 달하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생산해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전문의약품 비중은 전체 매출의 80%에 육박한다. 신풍제약은 전문의약품 비중이 큰 데다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일반의약품 브랜드를 갖고 있진 않다. 다만 기생충 치료제 분야에선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제약사다.

유제만 대표는 "1970~80년대 우리나라 국민들은 기생충으로 인한 질환에 많이 노출돼 있었다"며 "장 회장은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약을 만들어 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제약사의 사명임을 강조하고 기생충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알벤다졸', '메벤다졸'과 같은 기생충 치료제의 원료의약품부터 완제의약품까지 자체 기술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신풍제약은 간·폐디스토마 치료제 개발에도 나섰다. 1980년대만해도 디스토마 치료제는 독일 바이엘의 '프라지콴텔(1977년 출시)'이 유일했다. 신풍제약은 198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으로 프라지콴텔 원료 합성에 성공했다.

유 대표는 "바이엘과 비교할 때 프라지콴텔의 합성 방식을 쉽게 만들어 제조 원가를 싸게 해 더 많은 환자들이 손쉽게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 역시 장 회장의 신념이 반영된 것이었다"며 "신풍제약은 바이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프라지콴텔 개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디스토마 치료제 개발로 신풍제약은 WHO와 인연을 맺게 된다. 유 대표는 "원료의약품부터 완제의약품까지 자체 생산이 가능한 신풍제약에 WHO가 프라지콴텔의 보급을 요청해 왔고 이를 받아들여 수출을 시작했다"며 "바이엘이 우리 제조 합성 방식에 대한 특허를 팔라고 요청해왔지만 싸게 약을 공급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우려해 장 회장은 해당 특허를 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풍제약은 2000년에 WHO가 제시한 세계 3대 소외질환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 중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유 대표는 "신풍제약은 WHO와 비영리단체인 '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와 공동으로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나서면서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며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피라맥스"라고 강조했다.

피라맥스는 개발에 착수한 지 11년 만인 지난 2011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았다. 2012년 2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도 신약 허가를 획득했다. 신풍제약은 소아 말라리아 환자도 복용할 수 있도록 '과립형' 제제로 피라맥스를 개발하는데도 성공했다. 피라맥스는 2015년 EMA에서 허가를 받았고 이듬해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다. 해외 시장이 먼저인 곳이다.

유 대표는 "말라리아는 환자 발생 건수가 1년에 평균 2억건에 달하는 질환인데, 70만명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다"면서 "이 중 대부분에 해당하는 3분의 2 이상이 5세 미만의 어린이들인데, 그동안 어린이에 적절한 제형 개발이 안 돼 있었지만, 신풍제약이 과립형으로도 개발하는데 성공하면서 피라맥스는 이들이 복용할 수 있는 말라리아 치료제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라맥스' 주축으로 글로벌 시장 본격 공략…"내년 아프리카 공적 시장 진출 기대"

신풍제약은 지난 2012년과 2015년에 EMA로부터 피라맥스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환자들에게 제공되기까지에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아프리카에 피라맥스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유 대표는 "말라리아 환자가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이 저개발 국가여서 WHO의 도움을 받아 의약품이 보급되는 특수한 구조에 놓여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WHO의 PQ(사전 적격성 평가) 승인을 받아야 하고, 또 아프리카 개별 국가에서 신약 등록 허가도 거쳐야 해서 피라맥스의 허가 이후 실제 수출까지의 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라맥스는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피라맥스 전용 원료의약품 공장과 완제의약품 공장에서 생산된다"며 "2009년 준공된 두 공장 모두 'EU-GMP(유럽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를 승인받은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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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신풍제약의 '피라맥스' 전용 공장 전경. 왼쪽이 원료의약품, 오른쪽이 완제의약품 공장이다. / 사진=신풍제약

피라맥스 전용 공장에서는 매일 정제 50만정을 생산할 수 있다. 정제 기준으로 신풍제약은 연간 최대 1억2000만정의 피라맥스를 공급할 수 있다. 생산조를 2교대로 확대할 경우 매일 과립형 50만개도 추가 생산이 가능하다.

유 대표는 "피라맥스는 현재 아프리카 13개 국가에 진출해 판매되고 있다"며 "이 중 3개 국가에서는 국가 말라리아 치료지침 1차 치료제로 등재돼 있어 이를 토대로 향후 공적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라리아 치료제 시장의 경우 공적 시장이 사적 시장보다 그 규모가 두 배가량 크다"며 "내년부터 아프리카 국가의 공적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피라맥스의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신풍제약이 피라맥스를 통해 신약 개발에서부터 글로벌 마케팅까지 자체적으로 맡아서 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한 국내 제약사는 신풍제약이 유일하다.

그는 "아프리카 현지에 나가 있는 직원들이 해당 국가 마케팅 파트너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적 시장에 진출했다"며 "현지 국가에서의 심포지움 등을 통한 피라맥스 마케팅 덕분에 피라맥스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공적 시장 진출에 대한 현지 의사들의 니즈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수술 후 유착방지용 주사제인 '메디커튼(의료기기)'도 일본과 동남아 국가 등에 수출되면서 세계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며 "제약·바이오 산업은 분명한 차세대 먹거리 산업인 만큼 신풍제약은 아직 캐지 못한 금광석을 찾는다는 심정으로 R&D 투자에 나설 뿐만 아니라 발전 가능성이 있는 벤처를 발굴해서 공동 연구 또는 투자적 개념의 협조까지도 포함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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