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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 강한 자율성 보장 '양날의 검' 됐나①레이블 관리, 하이브 경쟁력 직결...M&A 과정 거치며 레이블간 경쟁 촉발

이지혜 기자공개 2024-04-26 16:30:42

[편집자주]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에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경영권을 놓고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주장이 엇갈린다. 경영권 탈취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멀티 레이블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멀티 레이블 체제가 하이브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의 현황과 미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된 배경이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가 도전에 직면했다. 민희진 대표이사가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게 발단이다. 비록 어도어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문제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어도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멀티 레이블 체제의 견고함은 하이브 경쟁력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각 레이블이 독립된 엔터사로서 자체적으로 아티스트를 양성, 음악을 제작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되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칫 멀티 레이블 체제가 훼손되거나 지배력이 약해진다면 하이브의 경쟁력에 균열이 갈 수 있다.



◇레이블 성장의 비결이자 사태 발단의 배경 ‘강한 자율성’

레이블 관리는 하이브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는 하이브의 사업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이브의 사업구조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음악 콘텐츠를 제작하는 레이블 영역과 △레이블에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 음악에 기반한 공연과 영상 콘텐츠 등 사업을 영위하는 솔루션 영역 △위버스를 기반으로 하이브의 모든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결하고 확장시키는 플랫폼 영역 등이다.


이 가운데 실적비중이 가장 큰 것은 단연 레이블 영역이다. 하이브는 2023년 말 기준으로 12개의 독립적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한국에 거점을 둔 레이블은 총 6곳이다.

하이브의 2023년 종속회사의 합산 매출은 2조2980억원인데 이 가운데 48%가 레이블 부문에서 나왔다. 지난해 레이블 영역에서 하이브는 매출 1조1114억원, 순이익 2284억원을 냈다. 플랫폼과 솔루션, 기타 영역이 손실을 냈지만 레이블 영역만큼은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다.

레이블 성장의 비결이자 어도어 사태의 발단은 하이브의 경영방침에 있다. 하이브는 “레이블에서 아티스트를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창작자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민 대표도 하이브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시 말해 각 레이블 하나하나가 독립적 엔터테인먼트기업이나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각 레이블은 독립경영을 보장받는 대표나 프로듀서가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은 연습생 선발부터 아티스트 육성, 데뷔, 활동계획 수립, 마케팅 및 홍보까지 독립적으로 영위한다. 일반적 대기업의 모회사-자회사의 경영기조와 차이가 있다.

여기에서 하이브의 역할은 본사 차원에서 자금 지원이나 레이블 간 의사 조율이다. 예컨대 아티스트 데뷔일정이나 컨셉 등이 겹쳤을 때 이를 조율하고 큰 틀에서 지향점을 제시하는 게 하이브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방탄소년단(BTS)를 포함한 아티스트는 하이브가 아닌 하이브 산하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다.



◇M&A로 이룩한 멀티 레이블, 필연적 경쟁 촉발

눈에 띄는 점은 레이블에 대한 하이브의 시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9월까지만 해도 하이브는 투자설명서 등에 멀티 레이블 체제를 놓고 “각 레이블이 독립성을 갖춰 음악성 개성을 고수, 인적자원과 플랫폼 등 자원을 공유하며 사업적 효율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기조는 2021년까지 유지됐지만 2022년 들어 변화가 나타났다. ‘경쟁’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2022년과 2023년 사업보고서에서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에 대해 “레이블 간의 협력과 경쟁을 통해 성장을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런 변화는 하이브가 BT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외 레이블을 인수, 아티스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취한 결과이기도 하다. 하이브는 2019년 쏘스뮤직, 2020년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 2021년 미국 이타카홀딩스, 2023년 멕시코 엑자일 뮤직을 인수했다. 어도어는 쏘스뮤직에서 물적분할해 2021년 설립했다.

비록 엔터사를 인수해 산하 레이블로 거느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이브의 색깔로 물들이는 것은 지양했다. 인수된 엔터사의 음악적 색깔과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야 음악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하이브가 멀티 레이블 체제를 갖춘 배경이다. 그러나 시장 규모에 한계가 있어서 컨셉과 타깃이 겹치는 등 내부 경쟁이 촉발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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