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NRDO의 재발견]1.5조 블록버스터 신약후보 만드는 '팀의 예술'①'후보물질~임상2상' 특화된 개발전문기업…美 테사로 시총만 5조
조영갑 기자공개 2019-09-17 07:52:14
[편집자주]
개발전문 바이오 벤처인 NRDO가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융성하던 NRDO의 생태계가 국내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신약 개발에만 올인하던 바이오 산업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뜨고 있는 한국 NRDO 업체를 조망해 한국 바이오 산업의 지형도를 그려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9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근 5년 동안 국내 바이오업계가 일군 성과 중 최대의 규모이며, 빅파마가 아닌 순수 NRDO 업체가 만들어 낸 최초의 성과다."지난 7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베링거인겔하임에 특발성폐섬유증(IPF) 신약후보물질인 BBT-877를 1조4600억원 규모에 기술이전(LO)하자 바이오 업계에서 쏟아져 나온 평이다. 브릿지바이오는 BD(Business Development) 전문가인 이정규 대표가 2015년 창업한 NRDO 전문업체다. 레고켐바이오의 오토택신(Autotaxin) 저해제를 200억원에 들여와 약 70배 가치로 키워냈다. 20여 명 남짓의 바이오벤처가 만든 '기적'이라는 찬사가 뒤따랐다.
브릿지바이오가 큰 성공을 거두자 그동안 일종의 '중개업' 정도로 취급 받던 NRDO 업체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NRDO 업체 대표는 "그동안 투자시장이나 기관에서 ‘브로커 업체' 정도로 인식되던 개발전문 기업들이 새롭게 조명 받게 된 계기다"고 말했다.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의 사전적 정의는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텍이다. 내부에 화학합성이나 제형 연구 등의 연구실(lab)을 두지 않고, 유망한 신약후보 물질을 발굴해 네트워킹을 활용, 이를 상업화하는 특화된 신약개발기업을 뜻한다. 보통 2상 임상까지 개발한 이후 라이선스 아웃하는 전략을 취한다. 자체 임상 및 시판하는 방식에 비해 수익창출의 속도가 빠르고, 위험부담이 적은 게 장점이다. 미국 바이오업체의 30% 이상이 NRDO 형태로 운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 미국 바이오기업의 30% 이상은 NRDO…한국은 확산세
현재 한국에서 NRDO로 분류할 수 있는 회사는 약 10개 내외다. 브릿지바이오나 란드바이오사이언스 등 순수 NRDO 형태의 기업이 있는가 하면, NRDO 1호 상장사로 꼽히는 큐리언트는 개발과 자체 연구를 겸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학연구소에서 스핀오프한 바이오네틱스나 일동제약이 설립한 아이디언스 등이 눈에 띈다.
NRDO의 시작은 미국이다. 미국 NRDO의 역사는 약 20여 년에 이른다. 글락소&스미스,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잇따라 대형 M&A를 단행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일어나자 유망한 후보물질을 연구하던 연구자들이 이른바 ‘1인 기업(single asset company)'을 설립해 독립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현재 미국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는 바이오기업 중 30% 이상이 NRDO 기업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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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DO가 미국에서 융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앞서 언급한 업계의 지각변동(M&A)과 CRO(연구대행업체)의 성장이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우시앱텍(WuXi AppTec)이 있다. 우시앱텍이 글로벌 CRO, CMO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63.5%다. 2017년 기준 매출액은 16억20만 위안(3000억원)수준이다.
NRDO가 바이오 섹터 전반에서 창출하는 가치는 작지 않다. NRDO의 모범사례로 거론되는 Tesaro는 2012년 난소암 치료제 Niraparib을 MSD에서 1상 단계에서 도입해 왔다. MSD 측에서 약 200억원에 도입(라이선스 인)한 신약후보물질은 5년 만인 2017년 일본 제약회사 Takeda에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하면서 약 37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20배의 가치로 수출한 것이다.
2014년 MSD에 인수된 Trius-Cubist는 NRDO로 시작해 회사의 가치를 키워 높은 몸값을 받아낸 사례다. 동아제약의 후보물질 DA-7218을 2007년 도입한 Trius는 개발을 지속해 2013년 3상을 완료하고, Cubsit에 피인수됐다. 당시 딜의 규모는 16억 달러(2조원)였는데, 결국 합병된 Trius-Cubist 이듬해 동아제약의 DA-7218의 FDA 품목허가를 받고, MSD에 회사를 넘겼다. 이 물질이 현재 슈퍼항생제라고 불리는 시벡스트로정이다. Trius-Cubist는 이 물질개발을 통해 회사 인수대금 84억 달러(10조2000억원)을 챙겼다.
아일랜드에 기반하고 있지만 Jazz pharma의 사례도 특기할 만하다. 2003년 설립된 NRDO 업체다. 기면증치료제(Xylem)를 2005년 Orphan Medical으로부터 도입해 기술이전하면서 1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후보물질을 도입해 2018년 현재 18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임상3상 물질만 6개에 이른다.
◇ 美 NRDO 신약후보 물질만 수십 개 끊임없는 재투자 ‘화수분'
해외 사례에 비하면 한국 NRDO가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신약개발의 역사가 빈약하고, 성공의 케이스도 많지 않다. 그나마 기술수출의 성공 사례도 자금력이 있는 한미약품(2015년 얀센 1조 LO), 유한양행(2018년 얀센 1.4조 LO)등에 국한된다. 근원을 찾아 올라가보면 글로벌 빅파마나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후보물질의 풀(pool)자체가 좁다.
한 전문가는 "해외 NRDO는 글로벌한 네트워크를 통해 일본이나 한국의 컴파운드 소스(후보물질)를 갖고 와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들지만, 우리는 학교나 연구소 출처가 전부"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NRDO 초기 성장사에서 일본(takeda)과 한국업체(동아제약)의 이름이 자주 눈에 띈다.
제한된 자원과 인력풀 안에서 한국 NRDO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있을까.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역할분담'을 강조한다. 결국 얼리스테이지(후보물질발굴~임상2상)에 특화된 NRDO와 그 이후 사업개발은 다른 영역이므로, 철저히 역할을 분담하되 필요한 경우 활발한 M&A도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빅파마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그 일환이다.
이정규 대표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라이선스 아웃 모델 외에는 옵션이 없는 상황인데, 인력풀도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BD를 아주 잘하는 팀들이 많이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 "결국은 초기 발굴을 잘하는 팀, 심화 개발을 잘하는 팀들의 역할분담이 필요한데, 초기에 강한 팀들이 있다면 (빅파마 등에서) 인수해 초기 발굴을 계속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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