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를 움직이는 사람들]'부드러운' 카리스마 최희문, '부동산강자'로 이끌다③'종금·증권' 합병법인 성장견인 주도…기발한 아이디어·신속한 의사결정 강점
이효범 기자공개 2019-09-23 13:00:00
[편집자주]
2011년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메리츠금융.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자산규모가 40조원 넘게 불어났다. 단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비효율에 대한 경계였다. 거침없는 구조조정에 이어 파격적인 보상체계를 접목해 메리츠만의 '성과주의 DNA'를 탄생시켰다. 그 변화를 주도해온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9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희문 부회장(사진)은 10년 전인 2009년 9월 메리츠증권 부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증권사 경영자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메리츠종금과 합병을 앞두고 합병법인의 사장 자리를 보장받고 삼성증권에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은행, 증권사 등을 두루 거치면서 투자은행(IB) 업무를 섭렵한 전문가로 정평이 났지만, 증권사 최고경영책임자(CEO)로서의 삶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동시에 초대형 IB를 바라보는 메리츠증권의 변곡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취임 이듬해 최 부회장은 메리츠종금증권 출범과 함께 수순대로 초대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첫 경영전략회의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을 세전이익 1000억원의 증권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10년 메리츠종금증권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100억원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다. 증권사가 보유한 인적·물적 자원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무궁한 성장 가능성을 봤던 셈이다. 딱 5년만에 메리츠종금증권은 그의 공언대로 세전이익 1000억원을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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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용자원 효율성 극대화'…리스크관리 체계 구축
통상 CEO들은 스스로 자신있는 분야를 키우는 데 힘을 싣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 부회장은 이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자신있는 분야에 특화된 증권사로 변모시키기보다는 메리츠종금증권 자체의 강점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을 찾는데 초점을 뒀다. 그가 부동산금융에 특화된 인물은 아니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을 부동산금융 강자로 키워낸 배경이기도 하다.
최 부회장은 1964년생으로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파운턴밸리고등학교와 엠허스트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987년 뱅커스트러스트에서 시작해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 이사, 골드만삭스 상무,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 본부장 등을 지냈다. 오랫동안 국내외 금융사에 근무하며 채권 트레이딩, 파생상품, 기업금융 등 IB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이력과 달리 최 부회장이 부동산금융에 집중한 게 CEO로서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단적인 예라고 입을 모은다. 그의 전문분야를 다루기 보다는 메리츠종금증권의 가용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사업에 선택해 집중했다. 그는 메리츠종금증권에서 부동산금융으로 이름을 알리던 김기형 사장(당시 상무)의 실력을 높이 샀다. 또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에 비해 부동산은 안정적으로 중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으로 봤다.
시장 상황도 정확히 꿰뚫었다. 금융위기 이후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탓에 건설사들의 자금줄도 마르고 있었다. 이를 포착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 넣었던 셈이다. 약점이 뭔지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보완했다. 그 일환은 '선수'로 알려진 길기모 전 전무(당시 부장)를 파격적인 대우로 영입, 심사조직을 강화해 증권사 내 모든 딜을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깐깐한' 리스크관리 체계를 갖췄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부동산금융 중에서도 미분양 담보대출에 집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10%를 상회하는데 반해 부동산 담보대출은 6~7%의 이자를 받았다. 이자율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담보물건 확보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사업이었다. 원활한 딜소싱과 깐깐한 리스크 관리 체계에 힘입어 메리츠종금증권이 투자한 금액 중 원금손실은 거의 없었다.
◇'양날의 칼' 종금업 '효자'로 키워…수입차 할부금융 '베팅'
최 부회장의 과제 중 또 하나는 증권에 내재화한 종금업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앞서 메리츠금융의 고민 중 하나가 사업구조 재편이었다.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종금 등으로 이뤄진 계열사 중에서 보험에 집중돼 있던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필요했다.
물론 메리츠종금은 '양날의 칼'이기도 했다. 대출 중심의 사업을 실시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컸다. 다만 증권업과 달리 종금업은 자기자본에 대한 레버리지 비율이 높을 뿐더러, CMA를 통해 모은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범위도 한층 더 넓었다. 메리츠 수뇌부에서는 이를 청산할지 합병할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해오다 증권-종금 합병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합병법인으로 종금업의 가치를 증명하는게 최 부회장의 임무였다.
종금사업부문에서는 합병 이후 여러 사업을 테스트하며 스터디했다. 이 과정에서 최 부회장은 대표적으로 수입차 할부금융을 가장 적합한 사업으로 보고 베팅했다. CMA로 3%에 조달한 자금을 수입차를 할부로 사는 고객들에게 10% 내외의 금리로 자금을 댔다. 할부금융수수료와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창출했다. 최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안정적으로 담보를 설정해 대출을 실행, 꾸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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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종금증권은 점차 성장했다. 2010년말 연결기준 자산총계 5조원대였지만 2014년 11조원을 넘는 증권사로 거듭났다. 같은 기간 연간 순이익은 81억원에서 1447억원으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특히 종금업 라이선스가 '효자'로 거듭났다. 까다로운 리스크관리 체계를 갖추고, 부동산과 할부금융 등에 선택과 집중하자 연결기준 순영업수익 중 종금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5.9%에서 2014년 58.2%까지 높아졌다.
◇확고한 경영철학…격식·형식 지양, 부드러운 카리스마
'시장 상황에 따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 자원을 집중시킨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가장 큰 장점이자 최 부회장의 경영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동산금융 강자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부동산금융을 통해서만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태세로 안테나를 돌리고 조직을 유연하게 관리한다.
최 부회장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제시하는 전략가적 기질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때 리테일 혁신전략으로 증권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초대형 점포 전략을 내세운 건 단순히 고정비 감소와 인력 구조조정에 초점을 둔게 아니었다. 본사에서 초대형 점포를 통제하기 보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했다. 전략을 실행한 지 2년이 지나자 리테일 실적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고 고객 예탁자산은 3조원으로 불어났다.
최 부회장의 성향도 한몫했다. 업계에서 시도된 적이 거의 없었지만 그는 확고한 철학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번 시작한 일을 무섭게 밀어붙였다. 합리적으로 설득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는 끝까지 토론해 합의점을 찾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인자한 외모와 달리 때로는 고집이 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랜 외국생활 만큼이나 격식과 형식을 지양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췄다. 그는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도 메리츠종금증권 내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2회 열리는 '딜 리뷰(deal reveiw)' 에 꼭 참석한다. 이 회의는 메리츠종금증권이 검토하는 모든 딜을 다룬다. 최 부회장이 직접 의사결정을 내리는 회의라기보다는 실무진과 활발한 소통을 하는 자리다. 투자에 전문성을 갖춘데다 내부 딜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그의 면모는 신속한 의사결정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작년말 연결기준 3조4731억원에 달한다. 대형IB를 넘어 초대형 IB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다만 앞으로 어떤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장기계획은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최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최 부회장은 시장을 쉽게 예단하고 나를 따르라는식으로 권위적으로 행동하기 보다는 오히려 시장을 더 영리하다고 인정하고 시장의 변화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소통하고 실행하는 것으로 지향하는 스타일"이라며 "언제 어디서든 임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존 딜을 더 좋은 딜로 만들고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토론하는 리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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