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3.0] AML 규제 불구 "미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①자금세탁방지 규제 대응 '사활'…IB딜 다양화, 수익성 모색
뉴욕(미국)=김현정 기자/ 손현지 기자공개 2019-10-23 08:45:00
[편집자주]
금융의 해외진출은 단순한 본점지원 성격의 1.0과 현지화에 집중하는 2.0 단계를 거쳐 3.0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회사들은 이머징마켓과 선진시장으로 투트랙을 전개하며 신남방과 IB영토 확장에 매진하는 중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금융한류.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직접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둘러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6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뉴욕은 다양한 나라에서 이주해온 이민자와 비즈니스맨,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져 공존하는 독특한 도시다. 미국 경제의 중심일 뿐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으로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이기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은행들이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다.국내 시중은행들도 1984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은 뉴욕에 미국법인 한 곳과 지점 한 곳을 두고 있고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지점 하나가 있다. 진출 당시 한국계 은행들의 역할은 '커뮤니티 뱅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맨해튼 미드타운 32번가의 코리아타운 인근에 대부분 옹기종기 모여있다.
커뮤니티 뱅크를 벗어나 외연을 확대 중인 시중은행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다름아닌 자금세탁방지(AML: Anti-Money Laundering)와 관련된 이슈다. 뉴욕 시중은행의 절반은 기본적 은행업이고 나머지 절반은 자금세탁방지 규제 대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뉴욕 금융감독청(DFS)의 경계령에 한국계 은행들이 컴플라이언스 업무에 들이는 정성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
◇AML 고강도 규제 속 고군분투 "수천억 들어도 당국 눈높이 맞춰라"
뉴욕에서 안정적 수익을 내던 한국계 은행들은 최근 2~3년 미국 금융당국의 엄격한 감독 속에서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국이 외국계 은행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AML 규제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다.
취재 중 만난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미국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이나 제재부문, 평가등급 등 AML 규제와 관련한 일체 언급을 꺼려할 정도로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미국 금융당국과의 비밀준수 조항에 따라 그들이 생산한 검사 정보를 동의없이 다른 곳에 공유하는 것이 금지된 탓이었다. AML 이슈와 관련, 엄격한 당국 분위기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해외 은행들이 이란이나 북한, 리비아, 시리아 등의 불법 자금의 통로가 되고 있다며 자금세탁 시스템에 대한 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처음에는 유럽계 대형 은행을 시작으로, 2017년부터는 중국·홍콩·일본 등 아시아계 은행들을 놓고도 감시 경보를 강화했고 곧 한국계 은행들에도 그 여파가 밀려왔다.
미국 금융당국이 원하는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추려면 수백, 수천억의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은 막대한 자원 소요에 불구하고 미국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서태원 아메리카신한은행 법인장은 "미국은 기축통화 조달의 중추적 시장인데다 리스크가 낮은 안정적인 투자처"라며 "전세계 어느 곳보다 투자 스케일이 남다르고 수많은 한국계 이민자와 기업들이 터를 잡고 있는 곳인 만큼 이곳을 제외하고 글로벌 사업을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 본사들은 미국 법인과 지점들이 뉴욕에서 정상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도록 현지 금융당국의 요구에 걸맞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AML 시스템 구축에 전체 영업수익을 깎아 먹을 정도로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지만 이는 '비용'이 아닌 '투자'로 판단하고 있다.
김홍구 우리아메리카은행 법인장은 "자금세탁방지는 향후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더욱 이슈가 될 문제"라며 "이번 기회에 미국서 제대로 된 플랫폼을 갖춰놓으면 다른 국가에서도 시스템 적용이 쉬워질 것이라는게 우리은행 및 국내 시중은행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제 어느 정도 AML 시스템 체계가 잡혀가는 모양새다. 모든 거래를 집결하는 계정 시스템에 이상거래(Alert)가 뜨면 이를 바로 잡아내는 시스템은 물론이고 즉각적으로 이에 대응하는 인력 조직 역시 철저히 구비해놓고 있다.
AML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현지 관계자는 "한국계 은행들은 미국 금융당국이 제공하는 블랙리스트의 9개 국가들을 비롯, 금융·조세·밀매·테러 등과 연관된 전세계 인물 및 기관을 폭넓게 조회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내부통제를 갖춰나가고 있다"며 "미 당국이 주시하는 부문과 관련 트렌드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
◇전세계 50% 딜이 집중된 기회의 땅
국내 시중은행의 뉴욕지점들은 미국 IB 데스크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예전에는 한국계 기업 여신이 영업의 주를 이뤘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나 소상공인들의 신용도를 조사해 이들에 대출을 해주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하지만 4~5년 전부터 신디케이트론 등에 참여를 시작해 최근에는 기업 대출 영업과 IB 영업의 포트폴리오 비중이 역전되는 데 이르렀다.
시중은행들이 뉴욕 땅에 집결해있는 굵직한 외국계 은행들의 기세를 뚫고 글로벌 딜을 유치하는 것은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금융기관 주선 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트랙 레코드를 쌓고 지속적인 마케팅을 추진하면서 입지를 강화해나갔다.
유영준 KB국민은행 뉴욕지점장은 "한국 기업의 지사나 상사 여신은 아무래도 시장이 정체돼있고 저금리 추세로 수익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IB 딜은 초반 부동산 담보대출 정도에서 벗어나 이제 항공기 금융이나 발전소·파이프라인 등 인프라금융까지 다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계 은행 뉴욕지점들은 대부분 본사 및 계열사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IB딜을 더욱 활발히 이끌어내고 있기도 하다. GIB나 CIB 조직을 바탕으로 계열사들간 협업을 본격화해 주선과 투자 및 운용 등이 종합적으로 이루는 투자형 IB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뉴욕에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KB국민은행과 KB증권이 동반 진출해 현지에서 직접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