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입찰전략]입찰가격 심사숙고하는 애경그룹, 얼마 써낼까②신주 8000억 기준 구주 베팅 가격이 관건, 재무 외적 요소 우위
유수진 기자공개 2019-10-28 07:47:12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4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원매자라면 입찰가격도 가장 공격적으로 써내는게 M&A(인수합병) 업계의 일반 상식이다. 애경그룹의 고민은 그 어떤 경쟁후보보다 적극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원하지만 그들만큼 공격적으로 인수 희망 가격을 써 낼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고민은 역으로 애경그룹이 홀로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기 어렵고 소규모 전략적투자자(SI)나 사모펀드운용사(PE)보다 비교적 자금 동원력이 있는 대형 업체와 협업을 해야 승산이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현재 애경그룹은 스톤브릿지캐피탈이라는 신생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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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 금호산업이 매각될 당시 애경그룹은 막판까지도 인수전 참가 여부를 고심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과 연관이 깊었던 한 업체 고위 관계자는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여러 인사들과 만나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고 항공사업 확장과 건설업 시너지를 위해 깊숙한 검토를 마쳤다"고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애경그룹은 그 당시 애경유지공업의 과다한 부채로 그룹 전체가 부담을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 2014년말 사업보고서 기준 애경그룹의 지주회사 AK홀딩스의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2조7732억원이었고 부채는 1조9461억원이었다. 부채비율은 230%를 넘고 있었다. 애경유지공업은 지주회사 체제 바깥에 위치한 계열사다. 이런 애경유지공업을 빼고도 애경그룹은 재무구조가 열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연결기준 현금성 자산은 대략 1500억원 수준으로 2000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애경그룹의 해결 방안은 그 때 역시 외부 PE와의 연합이었다. 당시 AK홀딩스 관계자는 "많은 곳에서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이 있는지를 문의해 왔으나 실제 진행하고 있는 건 전혀 없다"며 "사실이 아니고 고위 경영진이 알고 있는 내용을 실무진에서 모를 리 없다"고 부인했었다. 그러나 채형석 총괄부회장을 잘 아는 인사들은 "채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사안으로 마지막까지도 관심이 많다"고 다른 말을 했다.
4년 반이 지난 2019년 가을, 애경그룹은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지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2015년과 다른 점은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 했다는 점이고, 2015년과 같은 점은 당시보다 상황이 좋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인수 자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2015년 한번의 기회를 놓쳤던 애경그룹은 이번엔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처지가 됐다. 2015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 가격은 약 7200억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 구주 지분을 포함한 가격이다. 2019년 채권단이 원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가격은 구주와 신주를 더해 1조~1조2000억원이다. 신주 최저 하한 가격 8000억원에 구주 예상가 2000억~4000억원을 더한 계산으로 구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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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상반기말 AK홀딩스의 반기보고서 기준 애경그룹의 연결 자산총액은 4조2695억원이다. 부채총액은 2조7619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00%가 되지 않는다. 항공사를 보유한 그룹의 부채비율이 100%대를 유지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러나 현금성 자산은 여전히 부족하다. 2000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2019년 9월3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예비입찰이 마감되자 매각 관계자들은 우려 아닌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 대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데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들이 써낸 가격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다. 매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예비입찰 이후 애경그룹이 써 낸 가격과 관련해 "1조1000억원 가량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예비입찰 가격은 구속력이 없다. 본입찰 때 언제든 희망 가격을 바꾸어 쓸 수 있다. 하지만 1조1000억원이란 수치는 매각측을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해선 대략 2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는 시장 분위기에서 그 절반에 불과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번 딜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구주 6868만8063주(31.05%)와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발행하는 신주를 함께 사들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조1000억원이라는 가격을 써낸다고 가정한다면 8000억원은 신주 가격이고 3000억원은 구주 가격으로 봐야 한다. 이 중 3000억원은 최근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구주 가격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전체 보통주 수인 6868만8063주로 나눠보면 1주당 4368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주가인 5200원(23일 종가 기준)보다 주당 1000원 가까이 적다. 보유 중인 지분 전체를 넘겨야 하는 금호그룹 입장에선 상당히 아쉬움이 남는 수밖에 없는 액수다.
따라서 매각측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 제안서를 제출한 인수 후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보면 애경그룹도 1조1000억원이라는 희망 가격에만 매몰돼 가격을 써내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애경그룹이 가지고 있는 현금 동원의 한계는 명확하다. 스톤브릿지캐피탈 외 또 다른 컨소시엄 참여자가 없다면 인수전에서 승리하기는 난망하다. 재무 여력은 이동걸 산은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갖춰야 할 필수 조건으로 여러 번 언급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자금 조달 관련해) 다양한 전략을 검토해보고 있다"면서 "비공개가 원칙이여서 구체적인 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애경그룹은 항공업 경험 등 정성적 요소에서 월등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보유,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항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셈이다.
특히 연내 매각 완료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딜 일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애경그룹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경쟁 상대들과 달리 항공업에 대해 별도로 스터디 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 경영을 통해 운영 효율에 대한 노하우와 노선 경쟁력을 축적했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항공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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