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를 움직이는 사람들]'리니지'로 국내 게임 재패, 종합 엔터회사 꿈 키워①김택진 대표 겸 글로벌 CCO, 31살에 리니지 만든 승부사
서하나 기자공개 2019-11-04 12:50:00
[편집자주]
1997년 인터넷의 태동과 함께 등장한 엔씨소프트는 1년 뒤 PC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내놓으며 폭풍처럼 성장했다. 이후 리니지로 PC와 모바일을 재패하던 시대를 지나 현재까지도 맏형으로서 약 13조원에 이르는 국내 게임업계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임을 넘어 인공지능(AI),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영화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 변신을 꿈꾸는 엔씨소프트를 움직이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8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는 CEO가 아니라 'CC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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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국내 IT 기업 창업주 중 몇 안되는 현역 CEO다. 김 대표는 20년 전인 1998년 출시한 PC 기반 MMORPG 게임 '리니지'로 오늘날 엔씨소프트를 만들었다. 한국 게임의 역사를 쓴 산 증인이다.
김 대표는 더 나아가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꿈꾸고 있다. 야구팀을 만들고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에 투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의력'이라는 큰 맥락 아래 엔씨소프트를 다시 한번 움직이고 있다.
◇최초의 워드프로세스, 최초의 인터넷 포탈을 만들다
김 대표는 1967년 3월 14일 서울에서 태어나 1985년 서울 대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 서울대 재학시절 서울대 컴퓨터연구동아리(SCSC)에서 활동하면서 PC통신 서비스 '버들골BBS'를 만들었다. 이 때부터 프로그래머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김 대표를 눈 여겨본 대학교 선배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후배 김형집 등과 함께 워드프로세서 아래아한글을 공동개발하는 데 김 대표를 영입했다.
아래아한글은 한국 최초의 워드프로세서이자 그래픽기능을 갖춘 획기적인 제품으로 손꼽힌다. 당시 글로벌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독점하고 있었다. 자국언어로 개발된 워드프로세서가 MS의 워드프로세서를 제친 사례는 '아래아한글'이 유일하다.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아래아한글 덕에 김 대표는 1989년 컴퓨터기자단이 뽑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고 이후 한메소프트를 창립해 '한메타자교사' '한메한글' 등을 개발했다.
김 대표는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으로부터 회사에 합류할 것을 제안받았으나 교수의 꿈을 안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1991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석사를 마치고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기능요원으로 현대전자에 입사했다. 1991년부터 1992년 사이 현대전자 보스턴 R&D 센터에 파견 근무를 하며 인터넷을 접하고 한국에 돌아와 인터넷서비스 '아미넷' 개발팀장을 맡아 한국 최초의 인터넷 기반 포털 서비스 아미넷을 개발했다.
그러나 현대전자와 현대정보통신이 아미넷 서비스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란을 벌이며 사업이 표류하자 회사를 나와 1997년 동료 16명과 함께 자본금 1억원에 엔씨소프트를 창업, 대표이사에 오른다. 엔씨소프트에서 국내 최초로 100% 인터넷 기반 PC통신 서비스 '넷츠고'를 구축하면서 대우, KCC, 금호 등을 고객으로 두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를 창업한 이듬해인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PC게임 '리니지'가 세상에 나왔다. 리니지는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 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을 물론이고 지금도 깨지지 않는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당시 리니지는 미국 블리자드가 만든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양대산맥으로 게임시장을 이끌었다. 리니지는 한국을 넘어 대만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리니지의 성공은 2000년 7월 엔씨소프트가 코스닥에 상장하는 디딤돌이 되었고, 엔씨소프트는 2003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했다. 이후 2D기반의 그래픽을 3D로 바꾼 후속작 리니지2, 모바일게임 '리니지M' 등도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며 '리니지' IP의 건재함을 드러냈다.
◇ 종합엔터사업 이끄는'최고창의력책임자'
다른 이들이 인터넷을 정보망으로 바라볼 때 김 대표는 인터넷을 '놀이공간'으로 바라봤다. 게임 개발로 시작해 야구, 캐릭터와 영화사업, 인공지능(AI) 연구 등 여러 분야로 진출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 대표는 자신을 최고경영자가 아닌 최고창의력책임자로 칭하면서 엔씨소프트를 자체 IP를 활용한 캐릭터에서 웹툰, 영화에 이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우기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8년 자체 웹툰 플랫폼 '버프툰'을 선보였다. 버프툰은 출시 2여년 만인 지난 9월 기준 웹툰, 웹소설, 만화와 오디오북을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 웹툰 320여종, 웹소설 400여종 등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월 이용자가 약 85만명에 이른다.
자체 IP를 활용한 캐릭터 사업으로는 지난해 출시한 '스푼즈'가 대표적이다. 캐릭터 상품을 해외 주요 온라인몰에 출시하고, 국내에서는 첫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1월 스푼즈 캐릭터 상품으로 제작된 무선 충전기, 쿠션 등을 비치한 마카롱 택시와 제휴를 하고 지난해는 롯데시네마와의 제휴로 영화관을 스푼즈 캐릭터로 꾸민 스푼즈관 등을 운영하는 등 여러 시도를 통해 캐릭터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김 대표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영화로 이어졌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5월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영화제작 자회사인 메리크리스마스가 진행한 1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메리크리스마스는 인기를 끌만한 영화를 발굴해 투자하고 배급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게임을 넘어 지식재산권을 확장하기 위해 투자를 진행했다"며 "메리크리스마스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이야기하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빼놓을 수 없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 '거인의 꿈'이란 만화를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꿨다. 하지만 덩치가 작아 일찍 꿈을 포기했다. 김 대표의 야구에 대한 꿈은 2011년 프로야구 9번째 구단 'NC다이노스'로 이어졌다. 다이노스란 이름은 연고지 창원이 공룡 화석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야구라는 단어가 내 가슴을 뛰게 한다"며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 대표는 누구보다 승부사적 기질이 뛰어나다. 리니지2M을 개발할 당시 "주어진 기술적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도전은 게임을 넘어 또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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