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보고서 점검]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장 겸직…'남다른 행보'대부분 IT기업은 분리가 대세…경영 견제 카드로 사외이사 비중 늘려
정유현 기자공개 2019-06-17 08:15:52
[편집자주]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기업들이 올해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다. 금융위원회 주도로 시작된 이번 제도는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얼마나 투명하게 유지하고 있는지 공개하는 제도다. 더벨은 이번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개를 계기로 삼아 주요 기업들의 15대 지배구조 준수 지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4일 10: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IT기업들은 일찍부터 이사회 의장과 대표 이사직을 분리해 왔다. 1세대 창업자들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담당하는 게 일반적이다. 개발자 출신의 창업 1세대가 경영의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또 소유 경영 분리란 면에선 선진적 지배구조로 평가받는다.엔씨소프트의 행보는 다르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내부에서도 이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에 단 하나의 정답이 없듯이 책임경영을 통해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면에서 이사회의장·대표이사 분리를 강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14일 엔씨소프트의 2018 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지표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제출한 IT 업계 5개사 (네이버·카카오·넷마블·엔씨소프트·NHN) 중 엔씨소프트를 제외한 4개 사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조항을 이행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관련한 지표도 준수하지 않았다.
최근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벤처에서 시작한 IT기업의 경우 창업자인 오너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소유와 경영 분리 이슈에서 자유로웠다.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여민수·조수용 공동 대표, 넷마블은 방준혁 의장·권영식 대표, NHN 이준호 의장·정우진 대표 체제로 구성됐으며 네이버는 오너가 이사회 의장직함도 내려놓은 상태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이사는 회사 설립 이래 대표 이사 직함을 내려두지 않고 경영 최전선에 나서 회사의 전략을 결정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 분리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았으나 엔씨소프트의 단순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때문에 그동안 별 다른 이슈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거래소에서 제시한 지배구조 핵심 지표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를 권고하는 상황이다. 지배구조 투명성을 외부에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이에 대한 이행률을 높이지 않으면 기업의 시장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감독당국이 이를 토대로 각종 규제를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를 대세로 보고 있지만 엔씨소프트의 경우는 다르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김 대표가 겸임함에 따라 책임 경영 뿐 아니라 빠른 의사 결정면에서 장점이 있다. 특히 게임 산업이 흥행 산업인 만큼 오랜 기간 출시한 신작이 흥행에 실패하면 실적 부진이 지속된다. 단기적인 실적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를 해야하는 분야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2013년 전후로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의 무게를 이동했지만 엔씨소프트는 대형 3사 중 모바일 대응이 느렸다.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는 오랜 기간 모바일 신작에 공을 들였고 '리니지M'으로 반전을 보여줬다. 리니지M 흥행에 따라 2017년 창사 후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내·외부적으로 김 대표의 책임 경영의 결과물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분리되지 않았지만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을 높이는 카드를 꺼냈다. 이사회 총원 7명 중 5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사내이사는 김택진 대표 1명이다. 이사회가 경영진 견제기능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71%로 구성했다. 회사 측은 이사회의 독립성 및 감독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사외이사의 장기 연임이 문제로 지적된다. 엔씨소프트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서 이사회 항목 핵심지표 가운데 하나인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 항목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기재했다. 서윤석 사외이사의 경우 재직기간이 9년 2개월이다. 사외이사가 장기연임할 경우 사외이사가 거수기로 전락하거나 경영진 견제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엔씨소프트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가운데 6개를 준수하는데 그쳤다. 준수율은 40%로 네이버, 엔씨소프트, 넷마블, NHN 등 국내 주요 IT기업들 가운데 가장 낮았다. 엔씨소프트는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로 나뉜 3개 항목 중 주주 관련한 지표는 모두 준수하지 않았다. 이사회 항목에서는 다른 IT기업과 마찬가지로 전자 투표제 도입 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 지분 구조상 집중투표제를 실시하기 유리한 여건도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엔씨소프트 측은 "회사는 건전하고 투명한 공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첫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바탕으로 향후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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