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유 있는 '역대급 할인행사' 월마트 무릎꿇린 ‘맞불작전’ 재현…온라인 기선제압 통할까
정미형 기자공개 2019-10-30 09:18:47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9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이 18개 관계사가 총출동하는 '역대급' 규모의 전례 없는 할인 행사를 앞두고 있다. 사실상 온·오프라인을 망라해 전 유통업체를 타깃으로 하는 최저가 전쟁 선포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신세계그룹은 오는 11월2일을 '대한민국 쓱데이'로 정하고 그룹 총력을 쏟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SSG닷컴 등 그룹 18개사가 총출동한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나 중국의 광군제에 버금가는 이벤트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초저가' 같은 가격 경쟁으로는 출혈만 더 심해질 뿐 다른 온라인에서 가격으로 승부하고 있는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크게 차별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특정 채널의 로열티보다는 가격에 맞춰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며 "이마트도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같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비용만 들뿐 효과 면에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의 주력 관계사인 이마트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2분기 창사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다. 주요 자회사인 SSG닷컴도 지난 2분기 1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런데도 신세계그룹은 내실 경영에 나서거나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용을 줄이는 대신 대대적인 행사를 택했다. 이번 행사에는 총 100억원의 쇼핑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프로모션 비용도 역대급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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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측은 이번 행사에 우려보다는 기대가 크다는 입장이다. 이런 자신감에는 과거 사례를 돌아봤을 때 지금 같은 대대적인 프로모션이 독이 아닌 약으로 작용한 경험이 바탕에 깔려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이마트가 국내시장에서 미국 유통 공룡인 월마트를 굴복시킨 사례다. 이마트는 1998년 국내 상륙한 월마트를 뿌리내리지 못하고 철수시키게 한 장본인이다. 당시 국내 할인점업계는 폭풍 성장하던 때였고 이마트도 1993년 문을 열어 업력이 10년도 채 되지 않던 시기였다. 월마트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통업체인 까르푸와 콘티코까지 한국 시장 확대에 힘을 실었던 때로 자칫하면 외국계 대형 유통업체의 국내 할인점 선두자리를 빼앗길 처지에 놓여있었다.
당시 월마트는 국내 상륙 이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 공세를 퍼부었다. 이마트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월마트에 대응하는 이마트의 전략은 '맞불 작전'이었다. 월마트가 타 마트보다 10~30% 저렴한 가격에 텔레비전·라면 등을 판매하자 이마트는 곧바로 40여개 품목에 대해 무기한 최저가 판매를 선언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월마트가 다시 2차 가격 인하를 단행하자 이마트도 다시 할인 가격에서 또다시 할인해 파는 전략을 단행했다. 국내 할인점 시장 사수를 위해 출혈경쟁도 감수한 셈이다.
결국 2000년대 중반 월마트가 국내 시장 철수를 밝히면서 승기는 이마트로 넘어가게 됐다. 이마트는 2006년 월마트 코리아를 인수하며 기존 월마트 매장 16개를 흡수, 사세 확장까지 이뤄냈다.
2016년에는 SSG닷컴의 전신격인 이마트몰이 쿠팡을 상대로 '10원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이마트몰은 기저귀와 생수, 라면 등을 쿠팡보다 싸게 팔겠다고 선언했다. 온라인에서 급성장하는 이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을 정조준한 전략으로 이로 인해 이마트몰은 매출 곡선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번 행사도 신세계그룹의 '기선제압'으로 읽힌다. 그동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구사하며 소비자들에게 신세계그룹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가오는 쓱데이 행사를 통해서도 대규모 온라인 행사를 선점하고 신세계그룹의 유통역량과 노하우 '쇼핑 신세계'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과거 이마트도 월마트를 꺾기 위해 대대적인 가격 경쟁을 벌였고 그때 이마트 이미지를 많이 각인시키며 결국 지금의 이마트가 되는 바탕이 됐다"며 "이번 행사도 그룹 전체에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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