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품질비 여파 직격탄…AAA급 수성 '찬물' [Earnings & Credit]실적 개선세 둔화, 펀더멘탈 약화 불가피…신차효과, 지속성 입증 관건
피혜림 기자공개 2019-11-01 12:04: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0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차 출시 효과에 힘입어 'AAA' 신용등급 수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현대자동차가 암초를 만났다. 세타2GDi 엔진 문제에 대응해 6000억원 가량의 품질투자를 결정한 결과 현대자동차의 올 3분기 잠정실적은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적 개선세가 주춤해지자 '부정적' 아웃룩을 단 현대자동차의 등급 하향 압력이 다시 거세지는 모습이다.업황 역시 여전히 어둡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환경 탓에 현대자동차가 다시 2001년 수준의 영업이익률(10%)에 도달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마진율이 저하되는 것과 반대로 연구개발과 CAPEX 투자 등에 대한 부담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 2020년을 시작으로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하락을 가시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품질 이슈에 실적 개선 주춤, 하반기 턴어라운드 실패
현대자동차는 지난 24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올 3분기 연결기준 378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2889억원) 대비 3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조 9688억원, 46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24조 4338억원)은 10%, 당기순익(3059억원)은 50% 개선됐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펠리세이드 등 SUV 신차 효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올 상반기 개선세와 비교하면 도리어 실적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1조 2377억원으로, 올 3분기보다 3배 높은 수준이었다.
현대자동차의 실적 개선세를 가로막은 건 세타2GDi 엔진 소송 이슈였다. 미국에서 세타2 사태에 대한 집단소송이 제기되자 현대·기아차는 품질보장 약속으로 합의에 나섰다. 현대기아차는 2011~2019년 모델 중 세타2 엔진이 장착된 차량을 대상으로 평생보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 3분기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6000억원, 3000억원의 품질비용을 실적에 반영했다. 올 상반기 SUV 신차 효과 가시화로 현대자동차가 실적 선순환 사이클에 진입한 게 아니냐는 시장의 기대감이 깨진 배경이다. 올 2분기 실적 기준으로 일부 신평사의 등급 하향 트리거를 극복했던 현대자동차는 다시 등급 하향 압력이 심화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달 품질비용 투자 등이 현대자동차 크레딧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품질비용을 반영할 경우 2019년 현대자동차의 조정EBITDA마진(adjusted EBITDA margin) 추정치가 4.2%에서 3.6%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품질비용 발생에도 해당 지표가 지난해(2.9%) 보단 높지만 여전히 현재 수준(국제 신용등급 Baa1)의 크레딧 수준에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
◇수익성 회복, 구조적으로 요원…신차효과 지속성도 불분명
업황 사이클상 과거 수준으로의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역시 등급 하향 압력을 높이는 배경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1년 1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으나 자동차 산업 수요 둔화 등으로 해당 지표는 현재 2%대를 맴돌고 있다. 올 상반기 실적 개선 당시에도 영업이익률은 4%대로 회복되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둔화로 전체 판매량 자체가 줄고있는 자동차 업황상 현대차가 과거 수준의 양적 지표를 충족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총량(gross)의 시대가 끝난 만큼 현대자동차가 더 이상 AAA급 위치가 아니라는 건 명백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를 시작으로 등급 하락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차 효과의 장기성 역시 모호하다. 올해 나타난 신차 효과는 그동안 현대자동차가 적극 대응하지 못 했던 SUV 라인을 구축해 발생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SUV라인을 다른 차량 비중까지 끌어올린 후에도 신차 효과가 이어질 수 있을 지 등에 대해서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SUV 라인이 판매 포트폴리오 상 다른 차량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서는 게 2020년 정도"라며 "포트폴리오 상으로도 SUV 신차 라인이 잘 팔린다는 점이 드러나야 신차 효과가 크레딧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AAA급 등급 수성 여부는 내년 실적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에는 신차 효과 및 제품믹스 개선 효과 등으로 4860억원이 반영됐다. 6000억원 수준의 품질비용 탓에 올 3분기 실적이 직전 분기 대비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현대차 실적을 올리는 주요 요소인 셈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Company Watch]'코스닥 새내기' 사이냅소프트, 혹독한 신고식
- [Red & Blue]'사우디발 훈풍' 비에이치아이, 수주 확대 모멘텀 '부각'
- [Red & Blue]'새내기주' 클로봇, 상장 초기 부진 털고 '반등'
- [i-point]바이오솔루션, 최대 시장 중국 진출 '첫 발'
- [다시 온 가상자산의 시간]미국 코인 기업, 규제 막히자 대선판 움직였다
- [동인기연은 지금]70세 앞둔 정인수 대표 지분 66%, 승계작업 '시계제로'
- [thebell note]상장 주관사를 위한 변명
- 롯데케미칼, EOD '적용 유예' 확보하나
- 이오플로우, 인슐렛 제기 'EU 판매금지' 소송 결론 도출
- [제약바이오 현장 in]제놀루션 "침체기 끝났다, 주력 3개 사업 2025년 변곡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