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크 상장 Before & After]피씨엘, 독보적 기술이라지만 목표치 1%도 미달고위험 바이러스 다중진단칩 개발…2018년 210억 목표했지만 1억 매출뿐
조영갑 기자공개 2019-11-05 07:37:30
[편집자주]
바이오회사 입장에서 IPO는 빅파마 진입을 위한 필수 관문이다. 국내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은 창업자에겐 놓치기 어려운 기회다. 이 과정에서 장밋빛 실적과 R&D 성과 전망으로 투자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전망치는 실제 현실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IPO 당시 전망과 현 시점의 데이터를 추적해 바이오테크의 기업가치 허와 실을 파악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4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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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당시 목표로 했던 매출액은 1%도 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해 매출 목표는 210억원 규모였으나 실제론 1억원에 그쳤다.
피씨엘은 다중진단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김소연 동국대학교 의생명공학과 교수(대표이사)가 2008년 설립한 회사다. 2017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코넬대 생화학 박사 출신인 김 대표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엘지화학에서 LG진단바이오칩 팀장으로 재직했다. 2019년 상장한 수젠텍 박미진 대표와 함께 대표적인 엘지인맥 진단기기업체 CEO로 꼽힌다.
피씨엘의 대표적인 다중진단 기술은 이른바 'SG Cap'이라 불리는 단백질 어레이 기술이다. 김 대표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나노바이오 융합기술을 활용해 3차원 단백질칩 기술을 구현했다. 국내외 50개 이상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단백질 어레이(array) 기술이란 단백질을 비롯해 신약후보물질이나 화합물 등을 다수의 마이크로 스팟 형태로 하나의 웰(칩 내부 단위)에 고정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원천기술인 SG Cap을 바탕으로 타겟 물질을 고집적, 고정화해 특정 질병을 다중진단하는 바이오마커로 개발하거나 신약후보물질 또는 화합물 간 상호작용을 규명해 신약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 피씨엘은 SG Cap 기반 다중진단 플랫폼으로 크게 3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헌혈 전 다중진단 스크리닝 제품 Hi3-1은 이미 출시된 상황이고, 이른바 신속진단제품 POCT(Point-Of-Care-Technology) 영역에서는 Ai(인플루엔자 A/B 진단) 서비스가 출시된 상황이다. 다중암진단키트인 Ci-5는 현재 허가심사 단계 중이다.
더불어 다중 진단 플랫폼의 연구용 시약 사업과 신약후보 물질 또는 타겟 단백질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서비스,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저해하는 물질을 선별하는 시스템 등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 역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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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세계최초 4등급 고위험군 바이러스 다중진단칩으로 개발된 Hi3-1의 경우 다기관 임상시럼에서 HIV(에이즈) 및 HCV(B형간염)의 민감도 100%, 특이도 99.98%(HIV), 99.82%(HCV)를 나타낼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90% 이상이면 매우 정확한 진단법으로 통용된다.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화를 구상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개발한 제품을 통한 매출액은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다. 대신 서비스 매출이 캐시 플로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SG Cap 기술을 활용한 신약후보물질의 타깃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내세우는 Hi3-1(HIV, HCV 다중진단)이 2015년 허가를 받아 출시됐지만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브라질 혈액전문 유통사 REM사에 기술이전 및 총괄계약(Master Agreement)으로 올린 1억3400만원이 Hi3-1 매출의 전부다. 피씨엘 측은 "CE 인증을 통해 허가 없이 진입할 수 있는 터키 및 인도네시아 등의 경우, 전문 유통사와 판권계약을 통해 진입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7년 상장 이후 매출액 구성은 2017년 플랫폼 서비스 100%, 2018년 플랫폼 80.55%, 현장 진단 관련 제품 19.45%, 2019년 반기말 플랫폼 100%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시판되고 있는 진단제품이 적절한 판매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Hi3-1을 제외한 여타 진단제품의 개발 및 사업화 일정이 늦어지면서 재무구조 역시 악화되는 상황이다.
피씨엘은 상장 당시 관련 제품의 사업화가 2017~2018년에 모두 마무리돼 2017년 2017년 98억원 매출액, 25억원의 영업익에 이어 2018년 210억원의 매출, 68억원의 영업익, 2019년 357억원의 매출, 128억원의 영업익을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사업화가 지연되면서 실제 매출액은 2017년 5억원, 영업손실 41억원, 2018년 1억원, 영업손실 60억원, 2019년 반기 기준 3000만원의 매출액과 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현금유출과 자본잠식으로 인해 피씨엘은 지난 10월 말 유상증자 및 CB발행으로 약 100억원을 조달했다. 한국투자파트너 측에 4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생산시설 확충과 해외진출에 사용될 전망이다.
진단업계 한 전문가는 "다중진단 플랫폼 및 시약은 보통 대량 공적입찰의 방식으로 안정적인 매출처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한데, 피씨엘 역시 혈액선별 동시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공적기관을 통한 판매망을 구축하는 게 성패를 가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2017년 상장 당시 김 대표는 42.19%의 최대지분을 쥐고 있었으나 유상증자를 통해 희석돼 34.81%으로 낮아졌다.
피씨엘 측은 "Hi3-1을 바탕으로 진단항목을 점차 늘려가며, 제품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이 다소 지연된 측면이 있다"면서 "향후 국내 시장은 조달청을 통한 입찰, 해외는 혈액원 전문 유통사를 통해 판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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