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팅겐에서 본 한국 바이오 "빠르고 혁신적" 獨싸토리우스 르네 파버 부사장, "송도에 바이오 생산설비 건립 우선 검토"
괴팅겐(독일)=서은내 기자공개 2019-11-10 17:00: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0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의 괴팅겐 시. 노벨상 수상자를 40여차례 배출한 괴팅겐 대학이 있는 조그만 도시다. 괴팅겐 대학 인근엔 150년 역사의 바이오텍 싸토리우스가 위치해 있다. 싸토리우스는 바이오 의약품 연구개발부터 생산에 필요한 각종 장비, 기기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곳이다. 1990년에 기업공개됐으며 2018년 말 시가총액이 81억유로(약 9조원)에 이른다. 매출 규모는 15억7000만 유로(약 2조원)다.괴팅겐은 인구 12만의 작은 도시다. 전자공학 광학 기술이 발달했지만 싸토리우스 덕에 바이오 산업의 메카로도 자리 매김하고 있다. 독일 본사에서는 약 3000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전세계 30여개 국가에 판매 및 생산 시설을 두고 있으며 직원 수는 9000명 정도다.
싸토리우스의 주력 제품은 바이오의약품 생산 과정에서 거름망 역할을 하는 필터다. 한치의 오차나 불순물 혼입이 없어야 하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서 필터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싸토리우스는 전세계 30여개국에 바이오 필터를 공급하고 있다. 생산 설비의 소형화, 효율화를 겨냥한 '싱글 유즈' 시스템도 싸토리우스의 주력 분야다. 싱글 유즈 시스템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지는 멀티 유즈 생산 설비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매번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배양기나 그릇 등을 세척할 필요없이 일회용의 용기, 배양기, 플라스틱 백을 활용한 생산 시스템을 뜻한다.
싸토리우스 본사에 점심 시간 쯤 도착했다. 150년 전통의 기업이지만 여전히 벤처 정신이 묻어 있다. 편안한 차림의 직원들이 쏟아져 나온다. 싸토리우스 정문 입구에는 고객사들이 개발 중인 물질을 직접 싸토리우스 제품을 활용해 실험해볼 수 있는 세포 배양기, 분석 장비 시설 등 '트레이닝센터'가 있다. 싸토리우스 사업의 주요 고객은 바이오 생산시설을 둔 기업 혹은 CDMO(위탁생산개발업체)들이다.
이곳을 지나 제품 개발 동으로 자리를 옮기자 손가락 크기의 배양 용기가 옹기종기 담긴 분석 장비들이 보인다. 48개의 물질을 각각 다른 조건으로 배양할 수 있는 제품이다. 싸토리우스 관계자는 "다수 물질을 동시에 배양 실험해보면서 물질 개발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옆에는 중소형 바이오 리액터(배양기)도 놓여있다. 대규모 바이오 생산 공장에 설치된 스탠리스 구조물 설비와 달리 바퀴가 달려 가볍게 밀고 다닐 수 있는 세포 배양기다. 핵심 용기는 플라스틱 백으로 돼 있어 가볍고, 뼈대를 제외하고는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배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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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토리우스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판교 싸토리우스코리아에는 150명의 직원이 소속돼있다. 싸토리우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생산 장비 및 부품 공급 파트너 중 하나다. 셀트리온, 녹십자랩셀 등 국내 기업들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싸토리우스 연구소가 있어 주요 고객사들이 필터 밸리데이션, 바이러스 검증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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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싸토리우스의 생산 공장 설립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싸토리우스 보드멤버인 르네 파버(Rene Faber) 수석부사장은 "한국의 고객 수요가 매우 높은 만큼 핵심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제조시설 건립을 검토 중"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고객사가 위치한 바이오 생산 허브를 설립 지역으로 우선 고려하고 있으며 가까운 곳에 창고도 확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르네 파버 수석부사장은 싸토리우스에서 바이오 프로세스 솔루션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주된 타깃 시장으로 아시아와 미국을 꼽았다. "최대 시장인 미국 고객들과 지속해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한편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가장 큰 고객사는 삼성바이오다. 단순히 공급 매출의 규모 뿐 아니라 싸토리우스가 자체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개발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파버 수석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의 역동성, 강력한 기업가정신과 빠른 의사결정은 혁신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 등이 추진 중인 CDO(위탁개발) 사업은 빠른 신약개발 스피드를 추구하는 싸토리우스의 비즈니스 모델과 이어진다"면서 "10년간 1만분의 1의 확률로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신약 개발은 시행착오를 줄여 스피드를 높이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싸토리우스의 굵직한 관심 영역 중 하나는 유전자 세포치료제(cell and gene theraphy) 시장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세포치료제 개발 붐이 일면서 생산 원료,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춰 세포치료제 전용 배양기 등 제품을 내놓고 있다.
파버 수석부사장은 "싸토리우스의 싱글유즈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세포치료제 시장 진입을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이미 실험실 단계의 분석개발 및 CRO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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