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수요, 운용사 새먹거리 '급부상' [태동하는 EMP 사업]①공무원연금 필두 EMP 위탁운용 확대…ETF 사업자 위주 '도전장'
김진현 기자공개 2019-12-04 13:00:00
[편집자주]
상장지수펀드(ETF)가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ETF를 활용한 비즈니스모델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산배분을 추구하려는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등은 EMP(ETF Managed Portfolio)를 활용한 사업의 잠재력을 높게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발을 떼기 시작한 EMP 사업의 현황과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1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ETF 사업을 영위하는 자산운용사가 새 먹거리를 물색하고 있다. 그중 ETF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꾸려 자금을 운용하는 EMP(ETF Managed Portfolio) 사업이 미래 비즈니스로 급부상하고 있다.EMP라는 단어의 정의는 각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통상 ETF를 50% 이상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것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자산운용사가 ETF라는 상품을 통해 자산 배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 ETF 개황(출처:한국거래소)
모닝스타(Morningstar)가 처음으로 ETF를 활용한 펀드 분류를 EMP라는 용어로 묶으면서 이같은 정의를 내렸다. 이후 국내에서도 모닝스타의 정의가 통용되고 있다.
◇연기금 관심 증가…저렴한 보수·포트폴리오 구축 용이
국내 EMP 사업은 초기에는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전개됐으나 최근들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자산배분 수요가 늘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7년 10월 공무원연금공단이 처음으로 EMP자문일임 운용사를 선정하면서 문을 열었다. 2002년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코세프(KOSEF)' ETF 등장 이후 연기금들은 주식 운용 포트폴리오에 ETF를 일부 편입하긴 했으나 점차 전문 운용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자산운용사에게 맡기기로 방침을 변경했다.
당시 공무원연금공단은 EMP 위탁운용사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됐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이후 KB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을 추가로 선정해 EMP 일임 규모를 점차 늘리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EMP 시장의 포문을 열면서 우정사업본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차례로 EMP 위탁운용에 뛰어들었다.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EMP 위탁 운용 규모는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중앙회도 내부 운용 지침을 개정해 ETF 투자를 가능케 하고 EMP 위탁운용사를 선정했고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도 EMP 투자에 뛰어들었다.
'큰손' 연기금이 EMP 투자에 관심을 보이면서 자산운용사도 관련 조직을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각각 EMP 운용 담당 조직을 신설했으며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ETF 사업자는 EMP 사업을 운용팀에서 지원하거나 병행하고 있다.
연기금이 EMP 운용에 관심을 갖는 건 운용보수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액티브 방식으로 자금을 위탁운용하는 것보다 ETF를 활용하는 방식이 최소 1%포인트 이상 비용이 적게 든다. 게다가 자산운용사들은 위탁운용보수를 최대한 낮춰 우선 연기금 자금을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MP 방식으로 운용하는 경우 안정적인 수익률은 보장할 순 있지만 액티브 방식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긴 어렵기 때문에 보수를 낮춰 투자할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개별 종목을 담아 포트폴리오를 꾸릴 때보다 편리하다는 점도 연기금이 EMP에 주목하는 이유다. 주식과 채권 등으로 자산배분을 할 경우 개별 주식, 채권 등을 최소 1000종목 이상 담는 반면 ETF를 활용하면 10개 미만으로 자산배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리밸런싱을 진행할 때도 시간과 비용이 훨씬 절약된다.
◇패시브 성장세 '꾸준'…이중 보수 수취·ETF 활성화 '일거양득'
자산운용사가 EMP 사업에 주목하는 건 점차 패시브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2년 코스피 시가총액의 0.1%를 차지하던 ETF는 지난 10월말 기준 3.1%까지 비중이 늘었다.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도 1.1%에서 31%까지 늘면서 국내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도 ETF 사업자가 EMP 솔루션 사업을 병행하는 점도 국내 자산운용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미국 EMP 솔루션 개수는 1024개로 120조원에 달하는 규모의 자금이 운용되고 있다. 뱅가드, 찰스 슈왑, 블랙록 등 ETF 사업을 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자회사로 EMP 솔루션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EMP 사업 규모가 크지 않아 회사를 분리·독립해 사업을 펼치기엔 이르단 입장이다. 실제로 별도 독립 부서를 만들어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정도다. 다만 EMP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경우 아직 별도 부서를 독립하지 않은 자산운용사도 조직 개편 등으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남아있다.
ETF 사업을 펼치는 자산운용사가 EMP 사업을 함께 영위할 경우 보수를 두번 수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MP 위탁운용 보수와 ETF 운용·거래 보수를 수취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ETF 사업자를 중심으로 EMP 솔루션 사업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EMP 위탁운용을 의뢰하는 기관투자가가 많지 않아 보수 경쟁이 치열해 위탁운용 수수료가 상당히 낮게 책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TF 후발주자를 중심으로 ETF 보수 인하 경쟁이 치열한 점도 영향을 미쳐 해당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양사의 공고한 ETF 시장 점유율 아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후발주자들도 EMP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개인투자자에게 이미 각인된 브랜드인 코덱스(KODEX)나 타이거(TIGER)의 시장 점유율이 공고해 후발주자가 이를 뒤집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EMP 솔루션에 자사 ETF를 포함할 경우 ETF 순자산 증가 및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EMP 사업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사 ETF를 담아 EMP를 꾸리는 게 무조건 자사 ETF 점유율 확대만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평소 ETF를 운용하면서 소통해오던 유동성공급자(LP)와 호가 스프레드 등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하면서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비용 증가를 막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ETF가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서 ETF 사업을 펼치지 않는 사업자도 EMP 비즈니스에 뛰어들고 있다. 자산운용사 가운데선 대신자산운용이 EMP 위탁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증권사 중에선 KB증권이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EMP 사업의 수익 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사업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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