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 신약 FDA 승인]의미 다른 '5번째' 신약 '엑스코프리'개발부터 허가까지 기술수출없이 독자 진행…혁신신약으로 상업성까지 갖춰
강인효 기자공개 2019-11-25 08:18:13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13: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약기업이 자체 개발한 첫 글로벌 혁신 신약(first-in-class)이 탄생했다. SK㈜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이 22일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 허가를 받으면서다.엑스코프리는 5번째로 FDA의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이지만, 앞선 신약들과는 달리 혁신 신약으로 분류된다. 상업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특히 엑스코프리는 내년 상반기 미국에 출시되면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의약품을 말한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는 성인 대상 부분 발작(뇌전증) 치료제로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며 "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엑스코프리의 마케팅과 판매를 직접 맡으며, 2020년 2분기 현지에 엑스코프리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3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을 한 결과, 엑스코프리 투여군(실험군)에서 위약 투여군(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발작 빈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팜의 엑스코프리 FDA 허가는 국내 제약업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년 국산 신약 1호로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성분명 헵타플라틴)'가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은 이후 20년 만에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과 경쟁할 수 있는 신약이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엑스코프리와 선플라는 적응증이 각각 뇌전증과 위암으로 다르지만, 모두 화학합성(케미컬)의약품이다. 아직까지 바이오의약품으로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받은 국산의약품은 없다.
선플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글로벌 제약사의 항암제와의 경쟁에서 밀려 미미한 실적을 기록했다. 허가받은지 10년 만인 2009년 자진 철수했다. 사실상 실패한 신약이라는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국내 제약기업의 신약 개발 능력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선플라가 국내에서 첫 허가를 받은 신약이라면, FDA에서 첫 허가를 받은 신약은 LG화학(당시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성분명 제미플록사신)'였다. 2002년 국산 5호 신약으로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팩티브는 이듬해인 2003년 FDA의 승인을 받았다. LG화학은 팩티브의 글로벌 임상 1상 이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의 제휴를 맺고 약 개발에 성공했지만, 허가 신청 단계에서 관계가 어그러지면서 파렉셀과의 제휴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FDA 승인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팩티브는 폐렴과 호흡기 치료제로 기존 항생제보다 독성이 적고 약효는 100배 이상 뛰어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파트너사를 만나지 못해 글로벌 제약사 제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팩티브는 비록 상업적 성공에는 실패했지만, 국산 의약품의 선진 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팩티브의 뒤를 이어 FDA 승인을 획득한 국산 신약은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성분명 테디졸리드)'와 SK케미칼의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 SK바이오팜의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 등이다. 시벡스트로는 2014년에, 앱스틸라는 2016년에, 수노시는 올해 FDA 승인을 받았다.
이들 3개 의약품의 공통점은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수출을 통해 개발을 완료했다는 점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07년 NRDO인 트라이어스테라퓨틱스로 시벡스트로를 기술수출했다. 트라이어스테라퓨틱스 2013년 항생제 전문기업인 큐비스트로 인수됐다. 2015년에는 큐비스트가 미국 제약사 머크(MSD)로 인수되면서 현재 시벡스트로는 MSD가 판매하게 됐다.
SK케미칼은 자체 개발한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를 지난 2009년 전임상 단계에서 호주 제약회사 CSL에 기술수출했다. 이후 앱스틸라는 CSL에서 생산과 글로벌 임상시험, 허가 신청을 진행해왔다. 2016년 미국에 이어 2017년에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앱스틸라의 판매는 CSL이 맡고 있으며, SK케미칼은 글로벌 판매에 따른 로열티와 판매 마일스톤을 받기로 했다.
엑스코프리보다 앞서 FDA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수노시는 2011년 임상 1상을 완료한 뒤 미국 재즈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됐다. 이 회사는 수면장애 치료제 1위 글로벌 제약사로 당시 기술수출이 이뤄지면서 신약 개발 기대감을 입증받았다. 이후 재즈파마슈티컬스는 2017년 6월 수노시의 미국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올해 3월 FDA 허가를 받은 수노시는 7월부터 미국서 판매되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이번에 FDA 허가를 받은 엑스코프리는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NDA)까지 전 과정을 회사가 독자적으로 진행했다"며 "이는 국내 제약기업이 최초로 독자 개발해 FDA 승인까지 받은 신약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는 그동안 국내 기업이 자력으로 FDA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은 전례는 없었기 때문에 SK바이오팜이 엑스코프리로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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