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IPO '청신호'…'글로벌 3상' 악몽 없다 미국 FDA, '엑스코프리' 판매 허가…내년 상장 시장 '최대어'
양정우 기자공개 2019-11-25 16:20:00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년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SK바이오팜의 상장 행보에 청신호가 켜졌다.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과 상장주관사가 조 단위 상장 밸류를 책정한 핵심 근거다.올 들어 국내 바이오 대표 기업들은 글로벌 임상 3상의 결과가 예상에 못 미치는 최악의 시련을 겪었다. 시장에서 'K-바이오'에 대한 불신이 싹트기 시작한 이유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독자적으로 후보물질 탐색과 임상시험을 마친 건 물론 판매 허가의 고비까지 넘는 이정표를 세웠다.
◇엑스코프리, FDA 판매 허가 완료…SK바이오팜 5조 밸류 '뒷받침'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가 미국 FDA의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 신약에 대해 직접 판매 허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바이오팜은 북미와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에서 2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을 토대로 미국 법인(SK라이프사이언스)을 통해 현지 허가를 신청했다.
그간 엑스코프리의 미국 판매 허가는 IPO 승인을 좌우할 최대 난관으로 꼽혔다. SK바이오팜의 상장 밸류를 지탱하는 결정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만일 판매 허가에 돌발 이슈가 생기면 사전에 윤곽을 잡은 밸류에이션을 재산정하는 게 불가피했다.
한국거래소도 엑스코프리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뒷탈이 생길 수 있었다. 혹시라도 한국거래소가 먼저 상장을 승인한 뒤 미국 허가가 불발되면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에 버금가는 악재가 발생하는 셈이다. 바이오 IPO로 수난을 겪은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이제 SK바이오팜의 상장을 승인하는 데 최대 부담 요소가 해소됐다.
IB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이 당초 계획보다 상장 예비심사를 늦게 청구하면서 한국거래소는 IPO 승인 이전에 엑스코프리의 허가를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며 "만일 미국 판매 허가가 무산됐다면 IPO 승인을 미루거나 부정적으로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엑스코프리가 떠받치고 있다. 물론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Solriamfetol)은 이미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의 상장 밸류가 5조원 수준으로 책정된 건 근본적으로 엑스코프리의 사업성이 고려된 결과다. 증권업계에선 엑스코프리의 시장 크기와 파이프라인 가치를 각각 63억달러(2024년 기준), 3조4500억원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
◇바이오 대장주, 글로벌 3상에 추풍낙엽…SK바이오팜, 'K-바이오' 구원투수
올 들어 글로벌 임상 3상에 맞닥뜨린 바이오 대표 기업은 '추풍낙엽' 신세였다. 코스닥 대장주 신라젠과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는 글로벌 임상 3상에 대한 결과를 발표한 뒤 며칠 동안 하한가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까지 숨 가쁘게 뒤바뀔 정도로 바이오 섹터는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메지온 역시 글로벌 임상 3상(심장질환 치료제 유데나필)의 결과를 발표하자 주가가 급락했다.
글로벌 임상 3상은 세계 바이오 시장을 장악한 빅파마도 통과하기 쉽지 않는 관문이다. 다국적 제약사의 성공 확률도 절반에 못 미치는 데 국내 바이오사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글로벌 임상 3상의 난관을 넘는 게 험난해도 'K-바이오'의 미래를 위해 계속해서 도전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SK바이오팜은 IPO를 앞두고 미국 판매 허가까지 취득하면서 시장의 저변에 깔린 '글로벌 3상' 악몽을 지웠다는 평가다. 유통시장에서 바이오 투심이 얼어붙은 것과 무관하게 공모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오히려 바이오 투자 수요에 다시 불을 지피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SK바이오팜의 상장 주관사단은 지난달 25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 내규(제8조, 상장예비심사 등)에 따라 45일(거래일 기준) 안에 심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통상적인 IPO의 경우 스케줄 연기없이 내규상 심사 기간 내에 최종 결론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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