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구조조정]"좌석 수출한다"는 플라이강원, 인바운드에 달렸다항공 불모지 양양, 외국인 관광객 80% 유치 목표, 내년 7월 중국 취항
임경섭 기자공개 2019-11-26 13:18:00
[편집자주]
아시아나항공에서 시작한 항공업계 구조개편 바람이 저비용항공사들로까지 불고 있다. 항공산업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으나 늘어난 항공사와 격화된 경쟁, 그리고 한일 갈등에 본격적으로 항공업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M&A를 통해 도약을 시도하는 항공사도 있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항공사도 이미 등장했다.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5일 13: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플라이강원이 신규 항공사업자 3곳 중 가장 빠르게 운항을 시작했다. 국적 항공사들이 모두 실패했던 양양공항에서 플라이강원은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내국인 여객 수요만으로는 성장 한계를 맞은 현 항공산업에서 플라이강원의 성공 여부는 인바운드 수요에 달렸다.플라이강원은 지난 22일 양양공항에서 첫 취항을 시작했다. 플라이강원의 첫 노선은 국내선으로 양양과 제주에서 매일 2회 왕복 운항을 시작했다. 향후 12월 말 대만 노선을 시작으로 2020년 초에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으로 취항 국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주원석 플라이강원 대표는 "국내선 운항을 시작으로, 12월 국제선 취항까지 안전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의 여행 편의 제공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양양공항의 국제공항으로서의 면모를 되찾고 강원지역 관광활성화를 통해 강원도에 보탬이 되는 기업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주원석 대표 중심 안정된 경영권…분쟁 없이 AOC
신규 항공 3사 가운데 플라이강원은 유독 순항하고 있다. 올해 3월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한 이후 취항 준비에 고삐를 당겼다. 지난 10월 29일에는 심사 6개월여 만에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항증명서(AOC)를 교부받았다. 단기간에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같은 시기 면허를 받은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와는 차별화된 행보였다.
다른 두 경쟁사와 달리 경영권 분쟁이 없었다는 점은 플라이강원이 순항할 수 있는 배경이었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모두 경영권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으면서 AOC 준비에 차질을 겪었다. 반면 지배구조가 확실했던 플라이강원은 잡음 없이 사업 준비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주 대표는 플라이강원의 주식 94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사내이사였던 박혜민 씨가 30만주를 가지고 있다.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한 주 대표의 지분율은 12.42%에 불과하지만 보통주만 따져보면 29.61%에 달한다. 박혜민씨의 지분을 더하면 보통주 지분율은 39%까지 확대된다.
플라이강원은 중견기업 투자자들에 우선주를 발행하면서 의결권이 희석되는 것을 막았다. SBI 투자조합, 신세계디에프, 토니모리 등이 플라이강원의 우선주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주식 756만4602주 가운데 우선주만 439만107주로 전체의 58.04%에 달한다.
우선주 발행은 플라이강원이 주 대표를 중심으로 경영권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이미 발행한 우선주는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라이강원이 발행한 우선주는 수 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발행한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주 대표의 지분율은 희석된다.
25일 플라이강원의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올해 10월 기준 자본금은 394억원으로 나타난다. 기존 LCC들이 사업 개시 이후 흑자전환까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렸던 것을 고려하면 추가 자본 유치는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주 대표의 경영권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많은 배당을 약속한 만큼 배당 가능 이익 발생시 주주들에 대한 배당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공급과잉 속 '불모지' 양양공항…인바운드에 달린 '순항'
항공업계의 공급과잉 속에 플라이강원의 양양공항 취항은 모험적인 성격을 띈다. 항공사들의 취항이 거의 없었던 지역에서 사실상 홀로 항공편을 운항하기에 성공적으로 수요를 개발해낼 경우 이를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양양·강릉·속초 등 배후 지역의 수요는 충분하지 않다.
국내 국제공항 중 양양공항은 가장 열악한 환경을 가졌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양양공항에서 실패를 경험하면서 현재 운항하는 항공편은 하루 1~2회에 그친다. 플라이강원에게도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선택한다는 것은 커다란 모험이다. 더 규모가 크고 기반이 단단한 항공사들도 활성화하지 못한 곳에서 플라이강원이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달린다.
올해 10월까지 공항별 국제선 운항 현황을 보면 양양공항은 울산공항 다음으로 적은 여객이 이용했다. 주로 국내선 운항이 대부분인 울산공항을 제외하면 공급석과 운항편, 여객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했다. 양양공항은 주요 국제공항 가운데 가장 이용실적이 좋지 않다.
올해 10월까지 양양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2만3847명에 불과했다. 청주공항과 비교해서도 5% 수준에 불과하다. 양양공항의 운항 1편당 여객도 122명에 불과해 김해공항(149명), 대구공항(142명)에 비해 효율성도 낮았다. 많은 좌석을 채우기 어려웠기에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했던 항공사는 50인승의 소형항공기를 운항하는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유일했다. 이마저도 사실상 강원도의 보조금이 없으면 유지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때문에 플라이강원은 새로운 사업 모델로 관광산업과 연계한 TCC(Tourism Convergence Carrier)를 표방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전례가 없는 생소한 모델이다. 강원도의 관광자원과 연계해 외국인 관광객을 양양공항으로 유치하는 방식으로 항공기의 좌석 대부분을 외국인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지역내 아웃바운드 수요만으로는 좌석을 채우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주 대표가 '인바운드(Inbound)' 전문 항공사라는 목표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 대표는 지난 8월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가진 사업설명회에서 "국내 여덟개 항공사의 탑승객 국적을 보면 83%가 내국인이지만 플라이강원은 좌석을 수출하는 항공사가 되겠다"며 "승객의 80% 이상을 외국인으로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국 취항을 통해 관광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와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 운항하는 항공편은 국내 관광수요에 기반한다. 이들 지역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인바운드 수요를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플라이강원은 서둘러 내년 7월 중국 취항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에 항공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최소 1000회의 이착륙 경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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