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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강원, 중형기 도입 계획 밝힌 이유는 1호기 도입 행사서 중형기 계획 언급…경쟁사 의식한 듯

유수진 기자공개 2019-09-19 08:58:06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7일 1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규 항공사 플라이강원이 중형 항공기 도입 계획을 전했다. 아직 첫 취항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중형기 도입을 예고하고 나선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조건부 변경 면허 취득에 성공한 경쟁사 에어프레미아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주원석 플라이강원 대표는 16일 오후 강원도 양양군 양양국제공항에서 '1호기 도입식'을 마친 뒤 "9호기까지는 B737-800을 도입하고 10호기부터는 중형기를 들여올 계획"이라며 "첫 취항 후 약 2년 반이나 3년 뒤쯤 중형기를 투입해 먼 거리에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한국에 모시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이강원이 공식적으로 중형기 도입에 대해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이날 행사는 플라이강원의 첫 비행기 도입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양양국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주인공은 미국 보잉사의 '베스트셀러'이자 소형기인 B737-800이었다. B737-800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아직 구체화되지도 않은 미래 비행기 얘기를 꺼낸 셈이다.

플라이강원 1호기

이번에 들여온 B737-800은 운항 안정성이 높고 효율성이 뛰어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항공기로 유명하다. 좌석 수는 186~189석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계열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제외한 전 LCC가 B737-800을 주력 항공기로 운용하고 있다. 심지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기단 전체가 이 항공기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B737-800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륙 순간부터 연료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의 비행거리를 타나내는 항속거리가 5100㎞ 정도로 중거리 이상의 노선에 취항할 수 없다. 인천에서 출발하면 태국 방콕 정도가 한 번에 갈 수 있는 최대 거리다. 시간으로 따지면 한 번 급유로 5시간30분가량 날 수 있다. 단거리 노선 운항에만 적합한 기종이다. 미주나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물론,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일부 동남아 지역에 취항하려면 이보다 큰 중대형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 대표는 왜 굳이 자사의 첫 비행기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중형기 도입 계획을 밝혔을까. 항공업계에서는 이날 오전 조건부로 변경 면허를 취득한 에어프레미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한다. 양사는 올해 초 함께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획득한 잠재적인 경쟁 관계다. 누가 먼저 비행기를 띄우는 지부터 누구로부터 얼마의 투자를 받는 지까지 모든 게 서로의 관심사다.

대표이사 변경 등으로 내홍을 겪던 에어프레미아는 이날 오전 국토부로부터 변경 면허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에 내년 1월 말 운항증명(AOC)을 신청하고 9월에 첫 비행기를 띄우는 등 속도감 있게 취항을 준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꿈의 항공기'라 불리는 중대형기 B787-9를 내년에 3대, 2021년 2대 도입하겠다고 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과 캐나다 등 중장거리 노선 전문 항공사를 목표로 출범했다. 내년 말 동남아 취항을 시작으로 내후년 미주지역에 진출할 것이란 계획이다. 때문에 이날 플라이강원이 사실상 에어프레미아를 향해 견제구를 던진 거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사업이 다시 본 궤도에 오른 만큼, 플라이강원도 이에 견줄 만한 미래 계획을 내놓은 거란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플라이강원 투자자들 중 중대형기를 도입해 중장거리 노선을 띄우면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비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걸로 안다"며 "에어프레미아의 변경 면허 획득이 플라이강원의 중형기 도입 계획 발표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주 대표는 중형기 도입과 함께 좌석을 두 종류로 나눠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주 대표는 "롱 레인지(Long Range)를 나갈 때부터 좌석 간격을 넓히고 프리미엄 비즈니스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탑재할 것"이라며 "항공기 좌석을 투 클래스로 따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좌석의 이름은 '플라이강원 클래식'과 '플라이강원 플래티넘'으로 이미 정해뒀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중형기 이상을 도입해 프리미엄 이코노미나 프리미엄 비즈니스 좌석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중장거리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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