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범권 선진 총괄사장, 30년 '샐러리맨 신화'⑧1988년 입사, 2002년부터 18년째 장수 CEO…'오름 15' 비전 수립
박상희 기자공개 2019-12-04 13:10:10
[편집자주]
2015년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단숨에 대기업으로 우뚝선 그룹이 있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으로 출발해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하림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1978년 창립부터 42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하림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조직문화는 없다. 아니, 조직문화를 만들지 말자는 게 하림의 기업문화다. 한번 입사하면 '평생 직장'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는 곳, 단 한번의 뒷걸음질 없이 앞만 보며 성장해 온 하림그룹을 이끄는 조직과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 축산 계열사 중 하나인 '선진'을 이끌고 있는 이범권 총괄사장(사진)은 임직원들에게 신화 같은 존재다. 1988년 입사 이후 14년 만인 2002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2007년 하림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도 김홍국 회장의 신임을 받으면서 2009년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년 가까이 장수 CEO로 일하고 있는 이 총괄사장이 써나가고 있는 '샐러리맨의 신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계열사의 '독립 경영', '자율 경영'을 보장하는 김홍국 회장의 경영 기조에 힘입어 이 총괄사장은 독자적인 기업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총괄사장은 2013년 상생의 가치 실현을 바탕으로 '오름 15'도'라는 2020년 미래비전을 수립했다. 100년, 200년 영속 할 수 있는 장수기업 초석을 만드는데 헌신하고 있다.
◇입사 10년 만에 해외 법인 대표 발령…14년 만에 대표이사 등극 '초고속 승진'
1957년 생인 이 총괄사장은 경기도 안성 출신이다. 1982년 서울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부국사료에 근무하다 1988년 선진에 입사했다. 입사 약 10년 만인 1998년 해외 계열사인 선진필리핀 대표이사로 발탁되며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았다. 본사 컴백 후 2002년 선진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입사 14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올해로 18년째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선진은 2007년 하림그룹에 편입됐다. 김홍국 회장은 선진을 인수한 이후 대표이사를 교체하지 않고 이 총괄사장에게 경영을 계속 일임했다. 인수 2년 후인 2009년에는 총괄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김 회장은 인수한 계열사에 '자기 사람'을 심거나 내려보내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독자 경영을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같은 경영 철학은 2007년 인수한 선진이 분기점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기존 CEO였던 이 총괄사장에게 그대로 경영을 맡겼는데, 이 사장이 김 회장 기대에 부응한 게 독자경영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2015년 인수한 팬오션에도 독자경영 원칙을 고수하며 전문경영인 추성엽 사장에게 경영을 일임하고 있다.
이 총괄사장의 리더십 아래 선진은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이 총괄사장이 회사에 입사한 초기 선진은 경기도 이천의 작은 농장 규모에 불과했다. 당시 양돈과 사료로 출발했던 선진이 영위하던 사업은 식육·육가공에 이르는 축산업 전반으로 확대됐다. 1973년부터 지금까지 46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축산식품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국내 5개의 공장과 필리핀, 베트남, 중국, 미얀마 등 해외 5개국에 13개의 공장을 보유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도 겸비하고 있다. 선진은 2020년까지 해외에 18개의 생산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선진은 2014년 매출 1조원을 달성했고, 지난해 매출 1조 4300억원을 기록했다. 연평균 11%씩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규모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조단위 매출 달성, 하림그룹 주축 계열사로 성장…'오름 15도' 철학 추구
이 총괄사장의 경영성과는 회사 매출과 재무제표 등 숫자로 드러난다. 하지만 정작 이 총괄사장이 제시하는 미래비전은 숫자와는 거리가 멀다. 그가 창립 40주년을 맞은 2013년 수립한 미래 비전은 상생 가치 실현을 기반으로 하는 '오름 15도' 슬로건으로 대표된다.
오름 15도는 고객가치를 향해 15도의 오르막 경사길을 꾸준히 오른다는 의미다. 급속도의 빠른 성장보다 끊임없이 전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고속 성장보다는 매년 15%를 목표로 안정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오름 15도 비전은 달성해야 할 목표나 수치를 이야기하는 여타 기업의 슬로건과는 차별화된다. 기업의 화려한 성장이나 비상을 이야기하거나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좀 느리게 오르더라도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미에서 고객가치를 우선시하는 자세와 태도를 지향한다.
최근 이 총괄사장이 고민하는 것은 4차산업 혁명 시대 축산업의 미래다. 과거노동집약적인 축산업 환경에서 벗어나 ICT를 기반으로 스마트 축산의 롤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동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축산업의 미래를 그리겠다는 포부다.
이 총괄사장은 R&D(연구개발) 분야 출신으로, 직관적이고 분석적인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임직원에게도 경영의 기초인 '회계'와 관련된 소양을 요구한다. 단순히 회계적인 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 CEO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 총괄사장은 업무를 진행할 때 담당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기를 요구한다. 위에서 지시하는 업무에만 수동적으로 임하지 않고 보다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권한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이 총괄사장의 경영방침은 전사원이 경영자 역할을 하도록 요구하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의 '아메바 경영'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전했다.
이 총괄사장이 추구하는 전체적인 기업 분위기는 '가족친화적'이다. 매년 진행하는 임직원 포상식에 수상자 가족을 모두 초청한다. 이 총괄사장이 직접 가족에게 꽃다발을 수여하며 '선진 가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예술적인 재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이범권 총괄사장은 밴드 출신으로 여러 악기도 잘 다룬다"면서 "여러 방면에서 끼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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