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재무라인 위상 바뀐 대한항공, ‘하은용' 발탁의 의미2009년 이후 10년만에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 직위 회복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06 09:27:2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5일 07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2020년 임원인사를 통해 재무라인 위상을 재정립했다. 재무본부장(CFO) 하은용 전무가 대한항공 내 직위체계에서 한 직급을 건너뛰고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임원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재무 출신의 부사장 승진이 현실화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뒤 단행된 인사여서 그 의미가 크다.한진그룹은 지난달 29일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폭은 예상보다 작았다. 우기홍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승범, 하은용, 장성현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외 신임 전무 6명이 탄생하는 선에서 인사가 마무리됐다.
올해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재무라인에서 오랜만에 부사장 승진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대한항공 인사는 전통적으로 여객과 화물 등 항공운송사업부 출신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올해도 전무 이상 승진자 10명 중 7명이 여객·화물부문 출신이다. 이외 재무본부와 인력관리본부 등 지원부서 등에서 각 1명씩 승진했다.
대한항공 내 항공운송사업부 출신들의 강세는 우기홍 사장의 승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대표이사 부사장과 경영전략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경영전략본부장과 대표이사를 함께 지내는 것이 전문 경영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코스다. 대표이사 회장 등 최고 경영자는 오너일가의 몫이다.
여객과 화물부문 출신 임원들이 탄탄대로를 걷는 것과는 다르게, 재무라인 임원들은 한계가 뚜렷했다. 특히 다른 대기업 집단에서는 최고위 경영자로 늘 재무 출신들이 물망에 오르지만 한진그룹은 달랐다. 재무 출신들은 여객과 화물 출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특히 전무B였던 그가 이번에 한 직급(전무A)을 건너 뛰고 곧바로 부사장에 발탁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물론 이번 인사에서 한진그룹은 기존 6단계(사장, 부사장, 전무A, 전무B, 상무, 상무보)에서 4단계(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로 직위체계를 간소화 했다. 하지만 직위체계가 간소화 했다고 해서 모든 전무B 직급 임원들이 부사장이 되지는 않았다.
하 부사장의 승진이 더 의미 있는 것은 그의 이력 때문이다. 하 부사장은 1961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했다. 자금전략실에서 경력을 쌓는 등 항공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사실상 대한항공 내 ‘비주류’에 가깝다. 2009년 상무보 승진 뒤, 주로 항공우주사업본부에서 활동했다. 재무개선프로젝트담당 업무를 수행했다.
2015년 하 부사장은 항공우주사업본부를 떠나 운항기획부 담당으로 발령 받았다. 하지만 이곳도 여객과 화물 등 항공운송사업부 핵심 영역은 아니었다. 승무원과 조종사들을 관리하는 부서다. 하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대한항공 내 핵심으로 자리잡은 것은 2016년 초부터다. 돌연 재무본부장(CFO)으로 발탁됐다.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CFO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내에서 소위 ‘엘리트 코스’로 여겨지는 여객과 화물 분야를 거치지 않은 하 부사장의 승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원태 체제’ 출범 이후 대한항공에서 시작되고 있는 사업구조 개편과도 맥이 닿는다. 조 회장은 단거리 노선 조정 등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부채비율 관리 등 재무구조 개선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조 회장은 지난달 19일 ‘뉴욕 발언’을 통해 재무구조 등에 대해서도 "지금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조만간 개선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연내 개편을 예고했다. 한진그룹 핵심인 대한항공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이를 조기에 해소해 리스크를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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