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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사업구조 개편]조원태 회장, 항공업 외 관심 없는 이유는조중훈 창업주 '수송보국' 정신 계승…"한 분야 최고될 것"

유수진 기자공개 2019-12-04 13:11:11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2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실 항공운송사업과 이를 지원하는 사업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주력인 항공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항공운송과 항공기제작, 여행업, 호텔까지 포함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이 기존 주력 사업인 항공업에 더욱 집중하는 방향으로 그룹을 이끌어가겠다고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주요 대기업들이 사업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과 달리 한 우물을 더욱 깊게 파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항공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사업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재계 14위 한진그룹, 50년간 '수송업'만

조 회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신사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좀 위험한 발상일 수도 있지만 내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면 (사업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다"면서 "있는 것 지키기도 힘든 환경"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무모하게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리스크를 감수하기 보단 기존에 해오던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일단 자리를 잡고나면 전체적으로 정리할 부분이 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한진그룹의 사업구조에 메스를 대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특히 "이익이 안 나는 사업은 버릴 것"이라고 덧붙여 추후 개편 방향에 대한 일종의 힌트를 제공했다. 해당 발언은 항공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 중 수익성이 좋지 않은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거란 추측을 낳았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국내 대기업집단 중 다소 독특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내에만 5개의 상장사와 32개의 비상장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재계 14위(자산 규모 기준) 기업집단이지만 소위 '문어발식'이라고 불리는 선단식 사업구조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국내 대기업들은 특정 업종에만 주력하기보다는 이것 저것 다양한 분야에 팔을 뻗치는 '비관련 다각화' 전략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고성장 시대에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경영 전략이었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달랐다. 지난 1945년 그룹의 모태인 한진상사가 세워진 이래 70여년간 육해공을 아우르는 수송기업으로 성장해왔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그룹을 떠받치던 세개의 축 중 하나가 떨어져 나갔으나 회사가 나아가는 방향을 바꾸지는 않았다.


현재도 하늘길과 육로를 각각 책임지고 있는 대한항공과 ㈜한진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항공이나 육상물류 등 수송과 관련된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다. 한진관광이나 칼호텔네트워크 등 여행·숙박과 관련됐거나 아이에이티처럼 항공기엔진 수리를 책임지는 계열사도 있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정석기업이나 태일통상, 청원냉장 등 일부를 제외하곤 사업 자체가 수송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회사들이 대다수다.

◇"모르는 곳 들어가지 말라"…창업정신 계승

그렇다면 왜 한진그룹은 다른 기업들처럼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고 수송업에만 전념해왔을까. 그리고 왜 조원태 회장은 지난 50년동안 집중해 온 수송사업을 앞으로도 꾸준히 밀고 나가겠다고 하는 걸까.

재계에서는 그 이유로 '한진DNA'를 지목한다. 한진그룹의 씨앗을 심고 키워온 고 조중훈 창업주와 고 조양호 전 회장의 핵심 경영철학이 '선택과 집중'이었기 때문이다. 한진DNA를 물려받은 조 회장이 선대 회장들의 뜻을 이어나가려 한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 역시 "할아버님(조중훈 창업주)께서 처음 그룹을 창업하실 때부터 지키신 소명이 '운송물류업 하나에만 최고가 되자'였다"며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창업주와 조 전 회장의 생전 발자취를 살펴보면 조 회장의 발언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최근 발간된 '대한항공 50년사(年史)'에 따르면, 두 사람은 '수송보국(輸送報國)'이라는 목표 아래 회사를 이끄는 기간 내내 다른 사업에 한눈을 팔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만 집중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1945년 11월 인천에서 트럭 한 대로 한진상사의 문을 연 조 창업주는 생전에 "낚싯대를 열 개 스무 개 걸쳐 놓는다고 고기가 다 물리는 게 아니다"라며 "모르는 곳에 들어가지 말라"고 늘 강조했다. 무작정 욕심을 내지 말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신경을 쓰라는 의미였다. 조 창업주의 가르침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업에 무모하게 뛰어들었다간 결국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조양호 전 회장도 이같은 창업주의 정신을 계승해 '수송 외길'을 걸었다. 수송과 관련이 없는 사업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고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워내는 데에만 온 힘을 쏟았다. 이는 아버지 조 창업주의 가르침인 '선택과 집중'을 늘 염두에 두고 기업을 경영해왔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조 전 회장은 "한진그룹의 경영을 맡은 후 이룬 성과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조 창업회장이 남긴 것을 유지·발전시킨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창업주 때부터 이어져온 '수송보국'에 대한 일념이 외환위기나 고유가 등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항공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것"이라며 "조 회장도 이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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