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PE 애뉴얼 리포트]스무살 스틱, 인력 이탈 아픔 딛고 펀딩 성공라지캡 바이아웃 랜드마크딜 발굴 나설 듯
김혜란 기자공개 2019-12-18 11:01:01
[편집자주]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가 이제 서서히 저물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펼친 사모투자펀드 운용사들도 한해를 마무리 하고 다가올 경자년 새해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운용사들의 올해 농사는 어땠을까. 더벨은 PE 하우스별로 투자와 회수, 펀딩, 그리고 내년도에 꼭 풀어야 할 과제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7일 09: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새로운 도전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역사상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는 뜻깊은 기록을 세웠다. 중국과 인도 등으로 투자영토를 넓히며 해외투자에 역량이 있는 PEF 운용사임을 입증했다. 올해 펀딩과 투자, 엑시트(투자금 회수)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내며 PEF 업계 맏형다운 행보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스틱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몇 년 새 주요 운용역 이탈로 타격이 있었지만, 세대교체로 조직을 추스르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데 집중하는 한 해를 보냈다. 내년엔 새로운 20년을 향한 문을 열게 된다. 여전히 스틱인베스트먼트 앞에는 많은 어려움과 도전이 직면해 있다. 무한책임사원(GP) 간 경쟁은 심화되고 있고, 경쟁사들은 매서운 기세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트랙레코드를 쌓아나가고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앞으로 라지캡(Large-cap) 바이아웃 투자에서도 존재감을 보여 경영참여형 PEF 명가로서 확실한 입지를 지켜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조단위 펀딩 성공…SSF 2호 출항 성공적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올해 하우스 역사상 최초로 조 단위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성공했다.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를 1조2100억원에 1차 클로징한 것이다. 지금까지 조 단위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성공한 PEF 운용사는 스틱인베스트먼트 외에 MBK파트너스와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까지 네 곳에 불과하다.
4000억원을 출자한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1500억원),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등 국내 주요 출자기관이 스틱인베스트먼트의 SSF 2호에 자금을 투입했다. 내년 중 1조5000억원 규모로 최종 클로징한다는 목표로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추가 모집하고 있다.
SSF는 지배구조개편과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 특수한 상황에 처한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얻도록 설계된 펀드다. 약 6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던 SSF 1호 펀드가 투자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면서 2호 펀드의 결성 작업도 순항했다. 1호 펀드의 포트폴리오로는 한화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체인 한화S&C(2000억원), 빅히트엔터테인먼트(1040억원), CJ헬스케어(801억원), 한컴라이프케어(구 산청) 등 5개 기업을 담았다.
SSF 2호는 지난 8월 결성된 이후 지난 지금까지 두 건의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첫 딜은 주차장 관리 전문업체 하이파킹이었다. 휴맥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휴맥스 자회사 플랫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플랫은 확보한 자금으로 하이파킹 지분 100%를 1700억원에 인수했다. 여기에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2차 전지용 동박 소재 분야 글로벌 탑티어(Top Tier) 기업 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자회사에 6000억원 투자한다는 소식을 시장에 알리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엔 3170억원 규모로 '팬아시아 4차산업 그로쓰캐피탈 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국내와 아시아 지역의 유망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삼는다. 인도 배달 업체 던조와 베트남 치하(새끼새우) 생산업체 비엣UC씨푸드(Viet Uc Seafood JSC), 중국 농업회사 조이비오(631억원) 등 8개 기업에 1749억원을 투자했다. 펀드 결성 6개월도 안 돼 소진율이 60%에 육박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해외로 투자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실제로 해외에서 투자처 발굴과 집행까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단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내년 하반기에는 5억달러(한화 5900억원) 규모의 해외 전용 블라인드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차별화된 딜 소싱 역량 입증…해외투자 저변 확대 '눈길'
올해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딜 중 가장 큰 규모는 일진머티리얼즈 자회사 투자 건이다. 일진머티리얼즈 말레이시아 자회사가 발행하는 자본인정형 영구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형태로 딜이 설계됐다. 총 투자규모는 6000억원이지만, 우선 3000억원을 먼저 투입해 공장2기와 3기 건설에 쓸 예정이다. 나머지 투자금은 일진머티리얼즈가 4, 5기 공장 증설에 나설 때 집행하기로 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일진머티리얼즈가 KCFT, 대만의 CCP와 함께 이미 세계 시장을 과점하며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입지가 확고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2차전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회사의 향후 성장성도 높다고 판단해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일진머티리얼즈의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수요를 발빠르게 파악해 접촉했고 딜을 성사시켰다.
올해 새로운 투자 분야에 대한 과감한 도전도 잇따랐다. 던조와 캐롯손해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두 건 모두 투자 규모는 작지만 스틱인베스트먼트에는 의미있는 포트폴리오다. 던조의 경우 스틱벤처스와 함께 투자했다. 던조는 인조의 스타트업 기업으로 신선식품과 음식, 생활용품, 의약품 등을 배달해주는 업체다. 총 투자규모는 약 1000만달러(약 118억원)로 이 중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약 800만달러(약 94억원)를 투입했다. 투자 규모가 크진 않지만 신흥 시장인 인도에서 첫 투자를 성사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은 그동안 해외투자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왔다. 동남아시아에서 발 빠른 투자에 나서 아세안 시장을 선점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발맞춰 그동안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약 2년 전부터 인도 투자기회를 엿보며 신중하게 투자처를 물색했고, 던조 투자가 그 성과물이었다.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에 150억원을 베팅해 2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투자 파트너로서도 큰 역할을 했다. 팬아시아 4차산업그로쓰캐피탈 펀드를 활용해 SK그룹과 중국 농업회사 조이비오에 공동투자했다. SK그룹이 조이비오 지분 14%를 1억8800만달러(약 2200억원)에 매입했는데 여기에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해 631억원을 베팅했다. 지난해엔 SK와 함께 마산그룹에 투자하기도 했다.
엑시트 관련해선 SSF1호로 투자했던 한화시스템이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는데 공모과정에서 3025억원을 회수했다. 잔여물량에 대해선 자체 설정한 보호예수기간(3개월)이 지난 뒤 내년 초 회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EMR 업체 유비케어 매각도 현재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초 예비입찰을 거쳐 인수 후보 윤곽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랜드마크딜 성사될까…국내 대표 PEF운용사 행보에 업계 촉각
사실 지난 몇 년 새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주요 인력이 이탈하며 타격을 입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주축이던 정한설 전 부대표가 지난해 독립해 캑터스PE를 설립했고 고성규 전 투자본부장도 MG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올해에는 새로 꾸린 조직의 안정화에 힘을 쏟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크게 '팬아시아 4차산업 그로쓰캐피탈 펀드'를 운용하는 1본부, SSF2호를 같이 운용하는 2, 3본부로 나뉜다. 1본부는 이경형 본부장, 2본부와 3본부는 각각 채진호 본부장, 강일성 본부장이 수장으로 있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단행해 IR과 출자자 관리 등을 담당하는 인베스트먼트 솔루션즈 그룹(Investment Solutions Group)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박기수 상무가 본부장을 맡고 있다. 투자 2,3본부장과 ISG장 모두 지난해 승진한 인물들이다.
네 사람 모두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만 10년 가까이 일한 인물들로, 투자 분야 베테랑이다. 인력 유출이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김재범 전 국민연금 대체투자실장을 투자전략실장으로 영입해 인력을 보강하기도 했다. 김재범 투자전략실장은 투자 방향성을 제시하고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PEF 운용사다. 다만 '쌍두마차'로 거론되는 IMM PE와는 사뭇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IMM PE는 올해 조 단위 랜드마크 딜을 성사시키며 라지캡 바이아웃 투자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굵직한 거래에 이름을 올렸지만 랜드마크 딜로 거론될 만한 투자건은 없다.
올해 SSF 1호 펀드의 두 배 규모인 조 단위 펀드레이징에 성공한 만큼 2호 펀드를 활용해 대규모 딜에도 참여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SSF 2호의 20% 가량은 단독 바이아웃 투자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 내년엔 SSF 2호를 활용해 미드캡, 라지캡 바이아웃 투자에서 성과를 내는 게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과제로 남아 있다. 그간 투자 역량이 충분히 축적된 만큼 스틱인베스트먼트만의 차별화된 딜 소싱 역량을 내세워 명실상부 국내 대표 경영참여형 PEF 운용사로서 내년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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