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대책 후폭풍]ELS 은행 판매잔고 제한, 증권사 경쟁 심화하나발행수수료 인하 경쟁 불가피…소수 대형사 중심 시장재편 전망
최필우 기자공개 2019-12-20 13:01:01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7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잔고가 제한되면서 발행을 맡는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초지수가 제한돼 타사와 차별화된 구조를 짜는 게 어려워진 만큼 발행 수수료 인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파생상품 발행을 줄이는 증권사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증권사 발행수요 여전…쿠폰금리, 점유율 확대 '관건'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고위험 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 최종안을 발표했다. 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를 허용하는 게 원안과 가장 큰 차이다. 공모로 발행된 지수형 ELS만 편입할 수 있고 판매잔고가 제한돼 시장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은행권은 판매 지속이 가능하다는 것 만으로 우선 안도하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통해 판매잔고 기준을 명확히 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판매 가능한 잔고를 지난 11월말 기준으로 제시했다. 다만 판매잔고가 시장 총량을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은행별로 제한되는 것인지 불명확한 상태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전체 시장 판매잔고 조율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각행별로 잔고 기준이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량이 제한되면서 시장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지만 증권사들의 발행 수요는 여전하다. 현재 은행은 매주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ELS를 선별해 판매하고 있다. 쿠폰금리, 기초지수, 조기상환 배리어(barrier), 만기 배리어, 녹인(Knock In) 존재 여부, 신용등급 등이 선택 기준이 된다. 증권사는 이같은 경쟁에서 살아 남아 점유율을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발행 수수료 인하가 필수다. 발행 수수료가 조금이라도 낮아야 고객에게 높은 쿠폰금리를 제시하는 게 가능하다. 그간 당장의 수수료 수익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대형사와 은행 채널을 확보하려는 중소형사가 발행 수수료를 낮추면서 판매 기회를 얻어 왔다. 앞으로는 발행 수수료가 적어도 헤지 운용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형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줄어든 기초지수 선택폭, 시장 참여자 감소하나
기초지수가 5개로 제한된 것도 증권사의 선택 폭을 줄일 전망이다. 은행이 판매 가능한 ELS의 기초지수는 KOSPI200, S&P500, Eurostoxx50, HSCEI, NIKKEI225 등 다섯개다. 이 지수들은 지수형 ELS 기초자산으로 사용되는 보편적인 지수들이다. 증권사는 그동안 새로운 기초지수를 활용해 상품 경쟁력을 갖추려는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지수 제한으로 타사와 대동소이한 상품만 발행할 수 있게 됐다.
결국 발행 수수료 인하하지 않고서는 판매 채널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게 됐지만 무조건 수수료를 낮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전체 시장 규모가 줄어들면서 파생상품 비즈니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 수수료를 높여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불완전판매 리스크가 전에 비해 높아진 것도 증권사가 무작정 수수료 인하에 나설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파생상품 비즈니스 규모를 줄이는 증권사가 늘어날 것이란 견해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NH투자증권은 올해 자체 헤지 북 규모를 대폭 줄이고 발행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않았다. 오랜 기간 파생상품 명가로 군림했지만 이젠 리스크에 대비 효용을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ELW 시장 규제가 대폭 강화됐을 때도 소수 증권사만이 끝까지 버텨 시장을 장악했고 대부분은 발을 뺐다"며 "위축이 점쳐지는 ELS 시장 역시 경쟁 과정을 거쳐 소수 플레이어만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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