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20 점검]코스맥스, 직접 수출보다 해외법인 키우기 '무게'수출 비중 50% 목표, 궤도 수정 가능성…중국ODM 정상화 주목
정미형 기자공개 2019-12-27 10:57:13
[편집자주]
내수 기반으로 성장해온 유통업계와 식음료업계는 2010년대 들어 변화를 시도한다.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고,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실었다. 2020년을 목표로 장기 비전을 발표한 곳도 많았다. 2020년까지 매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목표로 삼았던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코앞이다. 2020 비전을 제시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4일 15: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도 고객 니즈에 부합한 차별화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해외시장 공략 속도를 높여 글로벌 넘버원 화장품 ODM 사의 입지를 굳히겠다.”2016년 제53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사진)은 1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해외 시장을 향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글로벌화를 통해 세계 시장 공략'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2020년까지 수출 비중을 50%로 늘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내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맥스 수출 규모는 1억7000만달러(무역협회 산정 기준)로, 전체 매출 비중으로 따지면 30%다. 당장 내년까지 수출 비중을 20%포인트 이상 끌어올리기는 사실상 쉽지 않아 목표 달성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출 부문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일궈내고 글로벌 생산기지를 강화하며 세계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지위를 공고히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메이드인코리아'로 수출 2조달러 눈앞
코스맥스는 창립 초기부터 수출 우선 정책을 펼치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해왔다. 2005년 1000만달러 수출을 시작으로 2011년 2000만달러, 2015년 5000만달러를 돌파하며 2016년 업계 최초로 1억달러 수출을 기록했다. 세계 화장품 1위 기업인 로레알그룹의 랑콤, 입생로랑 등 다수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K-뷰티가 선전한 덕분이다.
비전 발표 당시 이 회장은 기존의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수출이 100여 개국으로 확대된 데다 신흥국 시장에 대한 성장이 기대되던 때였다. 2015년과 2016년 수출액만 각각 79%, 41% 고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벌어들이겠다는 것은 도전해볼 만한 목표였다.
코스맥스는 수출 성장세 덕에 2016년 불어 닥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방한 유커의 국내 화장품 소비는 줄었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국산 화장품 수요가 늘면서 중국향 화장품 수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2015년 별도기준 3725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은 2016년 5055억원, 2017년 5282억원, 2018년 6794억원으로 성장했다. 코스맥스 측에 따르면 현재 2억달러 수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수출 비중 50% 달성 목표는 요원해졌지만 내수와 수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는 성공했다. 별도기준 매출액에서 수출 비중을 뺀 나머지를 내수로 봤을 때 지난 4년간 수출과 내수 모두 성장세를 그렸다. 2015년 26%였던 수출 비중은 2016년 27%, 2018년 28%로 1%포인트씩 성장하는 데 그쳤다.
‘현지화를 통한 세계화’ 전략으로 수출보다는 현지 공장을 통한 제품 공급이 더 커진 점도 수출 비중에 제동을 건 요인이다. 이경수 회장은 진출한 국가에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기 위해선 철저한 현지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인도네시아, 태국, 미국 등에 현지 법인을 가지고 있다. 6개 화장품 현지 생산 법인 매출액은 지난해 6648억원으로 2016년 3044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국내 매출의 지속적인 상승세와 함께 수출 비중은 25%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며 “국내 수출에 더해 현지법인까지 고려하면 글로벌화라는 목표에는 부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법인 ‘체질 개선’…2020년부터 가시화
전문가들은 수출보다는 중국 법인 정상화를 향후 코스맥스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코스맥스의 성장 동력으로 믿고 있던 중국 ODM 사업이 주춤하면서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생긴 탓이다.
중국 시장은 그동안 코스맥스의 성장을 이끌어온 핵심축 역할을 했다. 2004년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법인이 설립된 데 이어 2013년 광저우 공장이 가동됐다. 이후 현지 고객사 물량을 흡수하며 코스맥스는 글로벌 1위 제조사로 우뚝 설 수 있었다. 2015년 2000억원이던 중국 매출은 2016년 2800억원, 2017년 3700억원, 2018년 4800억원으로 연평균 30%씩 성장해왔다.
그러나 중국 로컬 업체들의 기술력 향상과 온라인 고객사 비중 확대 등으로 중국 ODM 시장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올해 들어 중국 법인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상하이 법인의 경우 올해 중반부터 성장률 둔화를 겪기 시작하며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지난 3분기에는 4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을 끌어내리는 주범이 되기도 했다. 코스맥스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3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4억원으로 22.6% 줄었다.
이에 코스맥스는 중국 법인 영업조직을 강화하고 신규 고객사를 발굴하는 전략 등을 통해 내년 실적 회복을 꾀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위해 온라인 채널 고객사를 잇달아 확보한 성과도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0년 미주 법인과 아세안 시장 성장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미국 동부 법인인 누월드는 올해 3분기 예상보다 빠르게 흑자전환했다. 그동안 미주 법인(코스맥스USA, 누월드)의 경우 2016년 공장 가동 이래 손실을 기록했으나 올해 3분기 누월드 흑자전환, 코스맥스USA 손실 감소로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아세안 시장은 지난해 코스맥스타일랜드 법인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인도네시아 법인과 이원화하여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관계자는 “중국, 미국, 인니, 태국 등의 매출 총합이 국내 매출을 추월한 상태로 향후에도 글로벌 현지 법인의 매출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내년에도 10% 전후의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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