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정몽규의 뚝심, 아시아나 움켜잡기까지2조5000억 통큰 베팅·100명 규모 TFT 조직 항공업 전문성 확보 등 인수 준비 철저
이명관 기자공개 2019-12-27 10:02:19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7일 09: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규 HDC그룹(이하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모빌(Mobile) 맨'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자동차가 아닌 항공기다. 30대의 젊은 시절을 자동차에 쏟아부었던 그였다. 하지만 1999년 현대가의 경영권 분란이 벌어지면서 자동차와의 인연은 끝났다. 이후 20년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사시키면서 다시 모빌과의 인연이 시작됐다.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2조5000억원에 이르는 통큰 베팅에서 알 수 있듯 정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M&A가 본격화됐을 때만 하더라도 시장에선 매각가로 1조5000억~2조원대가 거론됐다. 특히 그동안 현대산업개발이 다수의 M&A를 진행하면서도 대부분 가격이 떨어져 있는 알짜 매물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엄청난 결심을 했던 것이나 다름없다.
◇박현주·정몽규 의기투합, 예비입찰 직전 깜짝 등장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M&A가 본격화되고 인수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SK와 GS, 한화 등 유수 대기업들의 이름만 거론됐다. 시장의 관심밖이었던 현대산업개발은 조용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저울질 했다. IM을 수령하고 내부적으로 팀을 꾸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입찰참여를 일찌감치 결정해놓고 있었던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를 우군으로 맞이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오래전부터 아시아나항공 이슈를 주시해오다 매각 발표 이후 주저없이 인수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의 협업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끈끈한 인맥을 다져온 그룹 리더의 합심덕분이었다. 박 회장과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격화되던 시점에 긴밀한 만남을 가졌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선후배 사이로 오래전부터 막역하게 지내왔던 박 회장(78학번)과 정 회장(80학번)이 빅딜 앞에서 손잡을 필요성을 본능적으로 느낀 셈이다.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조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예비입찰 직전까지 장고를 거듭했다.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부적정인 이슈들에 대해 부담을 느꼈던 데다, 유수의 대기업 참여가 점쳐지다 보니 무리라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막판 유력 원매자로 분류됐던 후보군들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관심을 접자 해볼만한 딜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가 컨소시엄을 공식화 한 것도 예비입찰이 임박해서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예비입찰 참여를 공식화 하자마자 단번에 유력 인수후보로 평가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던 애경그룹과 사모펀드인 KCGI와 비교했을 때 재무여력이 가장 우수했기 때문이다.
◇통큰 베팅, 경쟁자 여유있게 따돌리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등장으로 아시아나항공 M&A를 둘러싼 기류가 변했다. 유수의 대기업이 불참을 선언했고, 그나마 인수 의지를 드러냈던 곳들은 재무여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 흥행실패가 점쳐지면서 재입찰 가능성 마저 거론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탄탄한 자금력을 가진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예비입찰에 전격 참여하면서 거래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같은 기대감은 현실이 됐다. 지난달 진행됐던 입찰에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무려 2조5000억원에 이르는 가격을 써냈다. 입찰에 애경그룹, KCGI 등이 참여했지만 이들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다른 경쟁업체들간 입찰가격은 무려 5000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은 시장에서 거론됐던 가격보다 5000억~1조원 가량 많은 액수였다. 응찰자들 간 가격 격차가 크다보니 매도자 입장에선 고민할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통큰 베팅을 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압도적인 가격 차이가 승부를 갈랐지만, 인수 뒤 경영 정상화 성공 가능성에서도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경영 정상화를 이어갈 수 있는 추가 자금 조달 능력에서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우위를 점했다. 구주 인수와 신주 발행에 투자한 후 추가 자금 동원력은 중요한 평가요소 중 하나로 꼽혀왔다.
◇막판 잡음 속 연내 매각 성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매도자 간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지난달 13일이다. 양측에 부여된 협상 기한은 한 달 뒤인 12월 12일까지였다. 이 기간 내에 가격에 대한 협의를 거쳐 본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특히 연내 매각 본계약을 치르기 위해 상세실사도 하지 않았다. 대신 예비실사를 상세실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정밀하게 진행했다.
매도자 측이 만족할만한 가격을 제시한 탓에 순조롭게 협의가 이어질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거래는 구주와 신주를 섞어서 매입해는 구조인데, 구주 가격에서 다소 의견이 갈렸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인 금호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 등으로 4000억원을 요구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3200억원을 제시했다. 여기에 기내식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기내식 납품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간 부당 지원 여부를 두고 조사를 진행한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고발과 과징금 부과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다. 기내식 문제 여파로 협력업체와의 소송전도 문제가 됐다. 이로 인해 수 백억원대의 우발채무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 측이 일정부분 책임지는 특별손해배상한도를 10%로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협상 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한 차례 연장됐다. 이후 계속된 협의가 이어졌고, 양측은 핵심 쟁점이던 구주 가격과 손해배상 한도 등 2가지 모두 합의를 마무리 했다. 산업은행 중재로 협상이 급진전된 덕분이었다. 이를 토대로 양측은 27일 매매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13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6주 만이다.
◇거래 성사 이끈 정몽규 회장의 '의지'
연내 매각 성사에 성공한 아시아나항공 M&A는 정 회장의 뚝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평가다. 그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는 곳곳에 잘 드러난다.
정 회장은 일찌감치 아시아나항공 M&A를 준비해 왔다. 시장에서 부족하다고 평가 받았던 항공업 전문성에 대한 부분도 대규모 테스크포스팀(TFT)를 꾸리며 보완했다. TFT는 현대산업개발 자체 인력에 항공산업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회계, 재무, 법률, 항공산업 자문단으로 구성됐다. TFT에 참여하는 인원이 100여명에 육박할 정도로 많았다.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부족했던 전문성을 확보,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메세지를 내부적으로는 공유한 셈이다. 실제 정 회장은 일선 부서에 무조건 인수해야한다는 특명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다. 공식 석상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정 회장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난달 12일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뿐 본계약 체결까지 갈길이 멀었던 상황에서 정 회장은 승전보를 알리면서 자축의 자리를 열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얼마든지 깨질 가능성이 높은 대형딜(Deal)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오너가 직접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만큼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 의지가 컸다는 방증으로 해석됐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