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League Table]거래액 5년래 최저…2020년엔 회복할까[ECM/Overview]유상증자 반토막…사라진 증시 반등 기대감
이경주 기자공개 2020-01-02 07:22:22
이 기사는 2019년 12월 31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주식자본시장(ECM)은 맥을 추지 못했다. 거래액이 2014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와 같은 대형악재와 연이은 장기침체 경고음이 주가를 짓누른 탓이다.몸값이 낮아지자 딜을 철회하거나 지연시키는 발행사가 많았고, 불안해진 투자자들 역시 발행시장을 외면했다. IPO 시장을 중심으로 2020년엔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건 긍정적이다. SK바이오팜과 태광실업 같은 빅딜들이 줄줄이 예견돼 있다.
◇ECM 거래액 32조…전년비 14조 증발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9년 유상증자(Rights Offering, RO)와 기업공개(IPO), 주식연계증권(ELB) 딜을 합산한 ECM 발행액은 32조917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46조9398억원에 비해 29.9%(14조222억원) 감소했다.
2014년(31조11619억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거래액은 2015년 36조원에서 2016~2018년 43조~46조원을 기록하며 호황을 잇는 듯했지만 올해 급격한 하락세를 맞았다.
ECM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유상증자 거래가 대폭 줄어든 영향이 가장 컸다. 올해 유상증자 거래액은 19조6008억원으로 전년(34조3457억원)에 비해 42.9%(14조7449억원) 줄었다. 유상증자 거래액이 20조원을 밑돈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빅딜이 실종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에도 주식시장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유상증자 빅딜을 연이어 내놓으며 ECM을 지탱했다. 지난해는 삼성중공업(1조4000억원)과 현대중공업(1조2000억원), BGF(9200억원) 등 조단위 딜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7000억원)와 CJ제일제당(6200억원), 키움증권(3550억원), SK디스커버리(3480억원) 등 중대형딜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조단위딜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투자증권(7770억원), 신한금융지주(7499억원), 신한금융투자(6600억원)와 한진중공업(6874억원) 등 중대형딜만 손으로 꼽는 수준으로 나왔다.
IPO 거래액이 소폭 회복된 건 희망적이다. IPO거래액은 3조9784억원으로 전년(2조9613억원)에 비해 34.3% 늘었다. 다만 호황기였던 2016년(7조6484억원)과 2017년(7조9761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ELB는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9조3384억원을 기록해 전년(9조6328억원) 대비 3.1% 줄었다.
◇회복기에 미·중 분쟁 찬물…높아진 변동성에 투자기피
올해 코스피 지수 흐름은 롤러코스터였다. 지난해 상고하저 국면에서 다시 올 상반기 상승세로 돌아섰다. 올 1월 2000대였던 코스피 지수가 4월 2250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예상보다 좋은 연초 유통시장 흐름에 올해 ECM을 긍정적으로 조망하던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올 8월 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환율전쟁으로 격화되면서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코스피 지수는 같은 달 1900대로 연 초보다 낮은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어 장기침체(리세션, Recession) 전조 현상인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역전 현상과 한일 무역 분쟁 발발 등 악재가 이어지며 냉각기가 길어졌다. 다행히 연말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미·중 무역 합의 등으로 코스피 지수는 다시 2200선으로 회복됐다.
결과적으로 올 주식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여줬다. 발행시장이 위축된 배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대외변수에 따라 언제 흐름이 바뀔지 모르는 주식시장에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을 많이 편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부동산이나 국채, 회사채로 자금이 이동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심 위축에 발행사들도 다른 조달 방법을 찾거나 일정을 연기한 곳이 많다”고 덧붙였다.
2020년 ECM 전망은 코스피 지수 반등으로 인해 회복 기대감이 높다. 반도체 등 국내 수출이 내년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은 11월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올 0.4% 감소를 기록했지만 내년에는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내년 2.2%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가장 예측 가능한 발행시장은 IPO다. 대어급 딜들이 내년 줄줄이 나와 ECM 회복에 일조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가치가 3조~5조원 사이로 거론되는 SK바이오팜과 태광실업, 카카오페이지 등이 내년 IPO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외 호반건설과 호텔롯데, 현대카드, CJ헬스케어 등도 1~2년 이내로 등장할 수 있는 대어급 딜이다.
메자닌은 점진적인 축소가 예상되고 있다. 메자닌은 신용도가 열위해 회사채 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들이 발행을 주도했던 시장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 전환권 등을 내세워 투자자를 유인해 왔다.
그런데 올해는 메자닌 투자자들이 전환권을 행사하기 보단, 원금에 이자를 얹혀 받는 풋옵션 행사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침체로 전환권 행사 유인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대수익률도 떨어졌다는 뜻이다. 더불어 최근엔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메자닌 투자에 대한 위험성까지 부각됐다. 이에 내년부턴 발행사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고 그만큼 발행량도 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그간 6조~9조원 사이로 유지되던 연간 메자닌 발행량이 기관들의 선별 투자로 인해 향후 축소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특히 기관에 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발행사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메자닌 시장은 급속히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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