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시 최후의 조달 수단, 안정성 주목"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 점검]④김·장법률사무소 김용호 변호사, 윤수진 전문위원
피혜림 기자공개 2020-01-03 13:15:47
[편집자주]
2019년 커버드본드가 원화 채권시장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관련 법률이 제정된 지 5년여 만이다.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해 예대율 당근책을 제시한 금융당국의 판단은 적중했다.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잔액을 예수금으로 인정 받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들은 속속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시장 조성 원년, 조달 규모 3조원을 넘어선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31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국내 채권시장에서 첫 삽을 뜬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은 '예대율'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시중은행은 원화 커버드본드에 대한 예대율 혜택을 겨냥해 발행을 시작했다. 2020년 신예대율 도입을 앞둔 시중은행의 관심은 조달 수단으로서의 커버드본드보다는 예대율 개선에 쏠렸다.김·장법률사무소의 김용호 변호사·윤수진 전문위원(사진)은 커버드본드의 조달 안정성을 주목한다. 커버드본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럽 내 은행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찍을 수 있는 유일한 채권이었다. 이들은 예대율 개선과 조달비용 절감 등의 단기적 실익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조달 수단으로서 커버드본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후 조달 수단, 안정성 주목…크레딧 강조 고민도
김·장법률사무소는 원화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 시장 조성에 가장 앞장선 곳으로 꼽힌다. 2014년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 제정의 기틀을 제공한 것은 물론 올해 발행한 모든 원화 커버드본드 딜에서 법률자문기관으로 활약했다.
커버드본드 관련 서비스의 중심엔 김용호 변호사·윤수진 전문위원이 있다. 올해 원화 커버드본드가 국내 채권시장에 첫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관련 규정 및 체제 정비 등을 지원한 것 역시 김 변호사와 윤 전문위원이었다.
김 변호사는 "원화 커버드본드에 대해서 대부분 예대율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커버드본드의 조달 안정성 역시 주목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금융위기에 대비해 모든 은행이 갖춰야 할 매커니즘"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와 달리 유럽 채권 시장에서는 커버드본드의 상환 안정성을 주목한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등의 기초자산을 담보로 상환 청구권을 이중으로 부여해 크레딧 보강 효과가 뚜렷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럽 내 은행들이 커버드본드로 최후의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다.
김 변호사는 "유럽의 경우 AA급과 A급 등 다양한 크레딧의 은행들이 조달에 나서 커버드본드의 등급 상향 효과가 있지만 국내는 시중은행이 'AAA' 발행사인 탓에 등급 측면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며 "신용평가 상 '슈퍼 AAA' 등과 같이 차이를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위원은 "등급 체계 변경이 어렵다면 유동화증권 등급에 'sf'를 표기하듯 커버드본드 등급 표시에 차이를 두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행물량 3조 돌파 '청신호', 투자시장 성장은 더뎌
김 변호사는 첫 물꼬를 튼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에 대해 "올해 3조원 이상의 물량이 쏟아지는 등 발행시장이 조성된 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며 "금융당국이 예대율 규제 등을 통해 발행 시장을 북돋고 있는 것과 달리 투자 저변 확대가 느린 점은 한계"라고 평가했다.
윤 전문위원 역시 "지금까지는 예대율 규제 등의 채찍을 통해 커버드본드 시장을 활성화했으나 이젠 당근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며 투자자에 대한 경제적 실익 제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투자 기관 확대를 위해선 커버드본드에 대한 유동성이 확보돼야 한다. 2019년 원화 커버드본드 물량 대부분을 가져간 건 은행과 연기금이었다. 펀드 역시 주요 투자자로 손꼽히는 글로벌 커버드본드 시장과 대조적이다.
◇채찍보다 당근, 투자 시장 활성화 병행해야
펀드 투자자를 유입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하도록 유통시장 내 충분한 물량이 공급돼야 한다. 만기보유 성향이 강한 은행과 연기금의 투자가 지속될 경우 유동성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김용호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발행한 우리은행 커버드본드 딜에서 이례적으로 상당수의 자산운용사가 물량을 담아간 점은 고무적이었다"며 "다만 이들의 경우 동일인 투자한도 등으로 향후 커버드본드를 담고 싶어도 투자하지 못하는 곳들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일인 한도 특례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유럽연합(EU)은 투자펀드와 보험회사의 커버드본드 투자에 대해 동일인 한도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 현행 동일인 투자한도는 보험회사와 투자펀드 모두 5% 수준이지만 커버드본드에 대해서는 최대 40%(보험회사 40%, 투자펀드 25%)로 늘어난다.
◇지방은행 참여·외화 조달 확장 기대
김 변호사와 윤 위원은 2020년 커버드본드 발행사가 지방은행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지방은행 또한 예대율 개선이 절실한만큼 커버드본드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란 설명이다.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경험을 기반으로 시중은행이 외화 조달에 나설 것이란 기대 역시 드러냈다. 김용호 변호사는 "올해 첫 원화 발행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이 커버드본드 조달에 익숙해졌다"며 "국내 시중은행이 AA급·A급 국제 신용등급을 보유한다는 점에서 커버드본드의 조달 비용 완화 효과 역시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최근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으로 조달비용(발행금리 깆을 원화 주택저당증권(MBS) 대비 연간 50bp가량 비용(조달금리 기준)을 절감했다. 국내 시중은행의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보다 국제 신용등급이 더욱 낮아 해외 커버드본드 발행시 비용 절감 효과가 더욱 커진다. 시장 여건만 성숙해진다면 국내 시중은행의 해외 발행 유인 역시 상당한 셈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 중 외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곳은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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