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03일 07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 이름만 붙어도 주가가 오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두산' 이 붙으면 주가가 빠진다"최근 만난 중공업 담당 애널리스트가 두산그룹을 걱정하며 한 말이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두산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산 계열사들은 주식시장에서 잘 나갔다. 하지만 현재 투자 심리는 180도 달라졌다.
지난해 그룹의 상장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효자 계열사로 여겨졌던 두산인프라코어조차 빠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업 불황에도 견고한 실적을 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는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다. 직원들은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하소연했지만 불안 심리를 어찌할 방도는 없었다.
두산그룹의 경영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다. 과거 대들보였던 원자력 사업과 건설업은 이제 '계륵'과 같은 처지다. 두산건설 매각설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현실성이 있다.
두산그룹은 여타 대그룹들이 그랬듯 쇠퇴기에 진입한 걸까.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은 유보하는 게 맞을 듯 싶다.
이유는 신사업인 연료전지와 2차전지용 동박, 협동로봇 사업이 '떡잎'을 떼고 성장할 채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그룹의 주력 사업이 부진해지면서 추진된 사업들이다.
㈜두산은 2013년부터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M&A 시장에 나온 수백여개의 매물을 들여다봤다. 이듬해 ㈜두산은 소규모 M&A인 '마이크로딜'을 통해 국내외 연료전지 업체와 동박 업체를 인수했다. 관련 산업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연료전지와 동박을 신성장 동력으로 정했다.
지난해 ㈜두산의 연료전지와 소재 부문(동박·OLED·제약소재)을 인적분할해 상장까지 마쳤다. 두산그룹은 2023년까지 연료전지와 전자소재 부문을 매출 1조원의 회사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세웠다.
이렇듯 두산그룹은 3번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식음료 기업에서 중후장대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고, 이번에는 친환경 에너지 및 고사양 소재 사업으로 변화를 꿰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이 쇠퇴기에 접어 들어도 기존 사업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두산그룹은 산업의 변화에 따라 꾸준히 사업구조를 바꾸면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전략 M&A를 적극 활용했고, '변신'의 성공 확률을 높였다.
두산그룹이 국내 최장수 기업으로 124년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에 있다. 두산그룹은 위기가 닥치거나 혁신이 필요한 순간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활용해 대응해 왔다. 2010년 이후 여러차례 "위험하다"는 말이 돌았지만 그때마다 건재함을 과시했다.
두산그룹은 또 한번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위기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제2의 전성기를 맞게 할 비전을 두산그룹이 이미 갖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의 5년 후, 10년 후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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