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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우주왕복선과 인연…두산 '연료전지' 원석되다 [대그룹 마이크로딜 다시보기]CEP·퓨얼셀파워 인수 후 순자산가치 5배…적자 기업, 신성장 동력으로

구태우 기자공개 2019-12-11 10:13:13

[편집자주]

대그룹의 빅딜은 단연 화제거리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이 오가는 빅딜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건 당연하다. 한화그룹의 사업구조를 바꿨던 2014년 '한화-삼성 빅딜'은 2조원이 넘는 초대형 빅딜이었다. 반면 1000억원 미만의 '마이크로딜'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례도 있다. 경쟁력 있는 작은 기업을 인수해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한 경우다.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신의 한수'로 꼽혔던 마이크로딜들을 더벨이 다시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9일 15: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UTC의 연료전지, 아폴로 우주왕복선 설치(1969년)'

두산퓨얼셀의 연혁을 보면 연료전지 사업의 시초는 1969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지난 10월 인적분할해 설립된 회사가 어떻게 업력 50년의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불가능할 것 같지만 M&A(인수합병)를 통하면 가능하다.

아폴로호와 두산퓨얼셀 간 연결고리는 2014년 M&A가 성사되면서 생겼다. ㈜두산은 미국 연료전지 업체 클리어엣지파워(이하 CEP)를 3240만달러(한화 380억원)에 인수했다. CEP는 아폴로호에 연료전지를 납품했던 UTC파워를 인수한 후 '승자의 저주'에 빠져 매물로 나왔다.

㈜두산은 CEP 인수전에서 성공하면서 연료전지 사업을 품었다. 당시 두산그룹은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200여개의 매물을 검토 중이었는데, CEP로 낙점했다.

딜을 잘 아는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두산은 신사업 추진 전략의 일환으로 M&A를 진행했다. CEP 인수에 앞서 퓨얼셀파워를 약 500억원에 인수했다. 뒤이어 CEP 인수까지 성공하면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두산은 연료전지 기술이 전무했는데, M&A로 95개(국내 특허 68개)의 특허를 얻었다. 두산이 인수한 업체들은 국내와 해외에서 '톱 티어'로 손꼽히는 곳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생긴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발전장치다. 진입 장벽이 높아 소수 업체들이 시장을 과점한 상태였다.

두 업체를 인수하는 데 들어간 자금은 약 900억원. 1000억원 미만의 '마이크로딜'로 과점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M&A를 성사시킨 주역인 동현수 ㈜두산 부회장과 이상훈 사장은 "이번 딜을 성사시킨 건 천운"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사장은 "두산은 그동안 성장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며 "두산의 역량과 피인수기업의 역량이 합쳐지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전지 사업에 대한 두산그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산퓨얼셀 익산공장 전경

◇인수가 900억6년 후 시총 '4500억+α'

두산 경영진의 말대로 CEP와 퓨얼셀파워 인수는 '천운'일까. 지난 5년의 성장 스토리를 보면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국내 연료전지 산업은 정부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를 통해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공급토록 했다. 앞으로 공공건물을 시작으로, 민간건물에서도 신재생에너지(태양광·연료전지 등)를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신재생에너지 공급자는 총 21곳이다. 이중 연료전지 시장의 '키 플레이어'는 한국퓨얼셀(옛 포스코에너지)과 두산퓨얼셀이다.

두 업체는 주력 제품이 상이해 사업구조가 다르다. 한국퓨얼셀(옛 포스코에너지)의 주력은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로 주로 공장과 산업시설에서 쓰인다. 두산퓨얼셀은 인산염 연료전지(PAFC)를 생산하는데, 발전시설에 적합하다.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위치를 확보한 상태다.

두산그룹의 연료전지 사업은 지난 4년 동안 고속성장했다. 인수 후 4년 간 수주한 금액은 총 2조22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일감을 차곡 차곡 쌓으면서 매출도 매년 20~30% 이상 커지는 추세다. 200억원(2015년 기준)에 불과하던 매출은 현재 10배 이상 커졌다. 지난해 3243억원의 매출을 냈다. 올해는 전년보다 30~5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황 덕도 있으나 두산그룹의 중공업 'DNA'와 연료전지 전문회사가 합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연료전지 사업의 순자산가치의 변화를 보면 성공한 인수였음을 알 수 있다. 상장사의 밸류에이션은 시가총액으로 평가한다. 6일 기준 두산퓨얼셀의 시가총액은 4459억원이다.

CEP와 퓨얼셀파워는 비상장사였던 만큼 시가총액을 집계하기 어렵다. 순자산가치(자산총계 - 부채총계)를 따져 단순 평가할 경우 순자산가치는 지난 4년 동안 5배 가량 뛰었다. 인수 당시 퓨얼셀파워의 자산가치는 114억원, CEP의 자산가치는 약 200억원이다. 두산퓨얼셀의 순자산가치는 1520억원이다.

현재 ㈜두산 산하에 가정용 연료전지 사업인 퓨얼셀파워(가정용 연료전지 업체)와 두산퓨얼셀 미국법인(Doosan Fuel Cell America)이 잔존하고 있어, 이를 합산할 경우 순자산가치는 5배 넘게 뛰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그룹의 M&A 육성 저력인수 가성비 극한으로 높여

두산그룹의 연료전지 사업은 박용만 전 회장이 씨를 뿌려, 박정원 회장 때 열매를 맺었다. 박 전 회장은 "두산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박 전 회장의 확신대로 두산퓨얼셀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쑥쑥 컸다. 지난 10월 인적분할 후 상장까지 마쳤다.

두산퓨얼셀은 2017년 전북 익산에 2공장을 건설해 증설을 마쳤다. 국내와 미국 코네티컷 공장에서 연간 120MW의 연료전지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공장은 풀가동 중이다. 밀려들어오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캐파를 초과해 생산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연 144대의 연료전지를 생산하는데, 현재 168대를 생산하고 있다.

연료전지 사업이 인수 6년 만에 그룹 내 주력 사업으로 부상한 건 나름 이유가 있다. 2030년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은 현재보다 약 23배 성장해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2년이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인수 당시 상황을 보면 두산그룹이 당시 인수전에서 전력을 쏟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두산은 2014년 인수전에서 경쟁업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다. 연료전지의 수요가 확실한 만큼 인수에 성공해, 육성하려던 의도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두산그룹이 중후장대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했던 이유도 있다. 두산은 2014년 KFC 매각을 끝으로 외식사업에서 완전히 손뗐다. 2007년 밥캣 인수 이후 이렇다 할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이미 중후장대 기업으로 탈바꿈한 상태였지만, 건설업 등 주력 사업이 정체를 겪고 있었다. 200여개의 매물을 본 것도 신사업에 대한 절박함이 담겼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그룹은 '마이크로딜'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 냈다. 2014년 그룹이 추진한 3건의 마이크로딜(퓨얼셀파워·CEP·서키포일) 모두 신사업으로 자리잡았다. 2차전지 소재와 연료전지 사업은 건설업(두산건설)과 원자력 발전사업(두산중공업)의 부진을 메울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은 두산그룹의 '마이크로딜'에 대해 '신의 한수'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인수된 기업들은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원천 기술을 보유해 인수가치가 높았던 곳"이라며 "M&A로 인한 재무적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경영 전략을 통해 인수기업을 육성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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